[정웅교 건강 칼럼] 어깨 통증, 초기에 잡아야 뒤탈 없다

안창현 기자 2016.06.02 18:11:42


(CNB저널=정웅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58세 윤 모 씨는 형광등을 바꾸려고 팔을 들었다 오른쪽 어깨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1년 전 운동을 하다가 어깨 부상을 입은 이후 종종 어깨를 움직이면서 통증을 느꼈던 윤 씨는 이번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잠 잘 때 오른쪽으로 돌아누울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졌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만큼 힘들어지면서 병원을 찾았다. 오십견이 아닌 어깨 근육이 찢어진 ‘회전근개 파열’이란 것을 알았다.

윤 씨는 이미 근육이 파열된 지 오래돼 통증이 만성화된 상태였다. 팔을 들어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편 62세 박 모 씨는 어깨 통증이 나타난 이후 바로 병원을 찾았다. 박 씨는 X-레이를 비롯한 검사를 통해 회전근개 파열로 진단 받았다. 그 후 약물 치료와 함께 스포츠의학센터에서 재활 치료를 받았고, 6개월 정도 지나자 집에서 실시하는 간단한 체조만으로도 통증 없이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회전근개’란 어깨를 들고 돌리는 역할을 하는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근육과 힘줄을 말한다. 회전근개가 퇴행이나 외부 충격 등 여러 원인으로 변형되거나 파열되는 것을 ‘회전근개 파열’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겪는 어깨 통증 원인의 70% 가량이 이 회전근개 파열이다.

대부분 40대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오십견이라고 자가진단하고 방치했다가 변형이나 파열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심화된 이후 병원을 찾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다.

회전근개 파열은 50세 이후로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로 생길 수도 있고, 최근에는 익스트림 레포츠를 즐기는 젊은 층이 증가하면서 30~40대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또 반복적이고 과도한 사용이나 운동 중 급작스러운 동작, 낙상이나 교통사고 같은 외부의 심한 충격 등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보통 위쪽 팔의 바깥쪽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며, 팔을 들거나 손을 등 뒤로 했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 팔을 들어 올릴 때 어깨에서 삐걱거리는 느낌을 들 수 있으나 회전근개가 완전히 파열되고 상처가 상당히 커지지 않는 이상 팔을 들어 올릴 수는 있다.

증상이 오십견과 매우 비슷하지만, 통증이 특히 심하고 밤에 통증으로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오십견은 어깨를 앞, 뒤, 옆 모든 방향으로 움직이기 어렵지만, 어깨 힘줄 파열의 경우는 대개 다른 사람이 팔을 들어주면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오십견은 근력이 약화되지는 않는 반면, 회전근개 파열의 경우는 팔에 힘이 빠져 가방이나 장바구니를 들기 어려울 정도로 근력이 약해진다.

성인의 어깨 통증 70%는 회전근개 질환
오십견이라 방치하면 만성통증-재발 위험 껑충

회전근개 파열 여부는 신체검사와 X-레이, 초음파, MRI 등의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치료는 환자의 나이, 육체적 활동 정도, 직업, 기능과 파열의 크기, 기능 저하의 정도, 통증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이뤄진다.

파열 크기가 작거나 염증 또는 가벼운 손상의 경우, 3~6개월 정도 약물 치료나 근력 강화 운동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파열 정도가 심한 경우나 3~6개월의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 또 외상 후에 갑자기 근력 저하가 나타나거나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는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은 떨어진 힘줄을 다시 뼈에 붙이는 봉합수술로, 요즘에는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수술 후에 작은 상처만 남기고 통증도 적은 것은 물론 입원과 재활 기간도 훨씬 짧아졌다.

▲회전근개 파열이라도 초기엔 약물 치료와 재활 치료를 병행하면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사진은 스포츠의학센터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 모습.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특히 오십견이나 기타 가벼운 어깨 통증으로 오인하고 조기에 치료하지 않는 경우, 통증이 만성적으로 변하고 파열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수술을 한다고 해도 봉합한 부위가 다시 끊어지는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

보통 파열은 크기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1단계 경우는 봉합수술을 한 후 재발이 거의 없고 2단계에도 재발률이 7~8%에 불과하지만, 3단계 이상에 이르면 25~40%까지 재발률이 높아진다. 특히 파열이 재발하면 그때는 기능이 많이 떨어지고 재수술이나 재활을 통해서도 잘 낫지 않는다.

파열이 3단계를 넘어가기 전에 봉합수술을 해야 한다. 회전근개가 파열된 채 방치하거나 재발이 반복되는 경우 인공관절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어깨 통증이 나타나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꼭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모든 병이 다 그렇지만, 오래 두면 둘수록 되돌리기 어렵다. 회전근개 파열 역시 마찬가지다. 방치하면 파열이 점점 커지고 근육이 약해지고 지방이 쌓이게 된다. 일단 근육에 지방이 쌓이면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파열이 커지면 봉합을 하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고, 봉합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나면 인공관절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하므로 미리미리 어깨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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