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중국산 부세를 영광굴비로 속여 팔아도 무죄라는 오보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기자 2017.07.03 10:06:30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부세라는 생선이 있습니다. 부세는 참조기와 유사하게 생겼고, 맛도 비슷합니다. 굴비처럼 서해와 남해에서 많이 잡히는데, 크기가 좀 더 크고, 배 쪽이 황금색을 띄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국인은 조기보다 부세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저도 부세가 크고 가시를 바르기가 좋아 참조기보다 좋아합니다. 그런데 부세는 참조기보다 훨씬 쌉니다. 그리고 말려 놓으면 굴비와 구별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세를 굴비라고 속여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산 부세를 영광굴비로 속여 팔았다면?

최근 부세와 조기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언론에는 “중국산 부세를 영광굴비로 속여 팔아도 사기죄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마치 부세를 영광굴비로 속여 파는 게 아무 죄가 아니라는 것처럼 자극적인 제목이었습니다. 일단 사실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전남 영광군에서 굴비처럼 가공한 중국산 부세를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의 점심 메뉴(2만 원)나 저녁 코스요리(2만 5천 원~5만 5천 원)에 굴비 대용품으로 사용하면서 메뉴판에 국내산 굴비라고 표시했습니다. 

피고인이 사용한 부세의 크기는 25~30㎝로 마리당 5천~7천 원 정도인데 같은 크기의 국내산 굴비는 마리당 20만 원 내외의 고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님들이 “이렇게 싼데 영광굴비 맞느냐”고 물으면 피고인은 중국산 부세를 전남 영광군에서 가공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생선의 원산지를 중국산이 아닌 국내산이라고 한 점에 대해,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고, 수입산 식재료와 중국산 부세를 마치 국내산 식재료와 국내산 굴비인 것처럼 손님들을 기망, 이에 속은 손님들로부터 음식 대금을 편취했다고 판단해 사기죄로 기소했습니다. 즉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죄라는 두 개의 죄목으로 기소한 것입니다. 

1, 2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두 개 죄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사기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속이는 행위),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즉, 피고인이 중국산 부세를 손님들에게 국내산이라고 속이고, 손님이 착오를 일으켜서 중국산 생선을 국내산 굴비로 알고 식당을 이용해야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그런데 말씀드린 것처럼 피고인은 손님들이 원가에 관해 물어보면 중국산 부세를 전남 영광군에서 가공한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즉, 손님들도 중국산 부세라는 것을 알고 식당을 이용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손님들이 메뉴판의 원산지 표시에 속은 것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사기죄는 무죄라도, 원산지 표시법 위반은 처벌

사기죄는 무죄가 됐지만, 피고인이 메뉴판에 중국산 부세를 국내산이라고 표시한 것은 책임져야 합니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 피고인은 유죄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마치 중국산 부세를 국산 참조기로 속여 팔고도 아무 책임이 없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를 본 네티즌들은 해당 판사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한 보도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식당주인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원산지표시법) 위반으로 처벌받습니다. 해당 법률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倂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원산지표시법 제14조 제1항). 판사는 피고인에게 징역을 선고할 수도 있고, 벌금을 선고할 수도 있고, 둘을 동시에 선고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안은 굉장히 예외적인 사건으로, 손님도 사실 중국산 부세임을 알고 있었던 사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중국산 부세를 영광굴비로 속여 팔았다면 당연히 사기죄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원산지표시법) 위반으로 처벌받습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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