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정의 요즘 미술 읽기 - 미술관 교육·행사] 휴가 선택지로 미술관 교육·가족 프로그램 어때요?

이문정(미술평론가, 컨템포러리 미술연구소 리포에틱 소장) 기자 2017.07.03 10:06:30

(CNB저널 = 이문정(미술평론가, 컨템포러리 미술연구소 리포에틱 소장)) 연일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다. 여름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찜통더위에 모두들 힘들다. 물가나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기사나 무더위를 잊게 해줄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는 기사도 늘어났다. 조금 일찍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지난 칼럼(32 - 집에서 즐기는 미술)에서 이야기했듯 피곤한 몸을 이끌고 멀리 떠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준비와 오가는 시간, 여독으로 더 지칠 때도 있고, 때로는 휴가를 위한 비용이 부담되기도 한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시원한 주말을 보내고 싶은데 거창한 준비는 부담이 될 때, 조금은 가까운 곳에서 남다른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가보길 추천한다. 아마 이런 제안에 대해 바로 나오는 답변이자 질문은 ‘전시를 보라는 것인가?’일 것이다. 물론 미술관에 갔으니 전시를 보는 것도 좋지만 미술관에서 전시 관람만 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그래서 오늘은 미술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행사)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미술관은 출발부터 ‘전시 + 교육’ 기관

미술관은 어떤 곳인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시를 하는 곳이라 답한다. 그러나 미술관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역사적, 미학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 연구하는 것은 미술관의 주된 업무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를 선보였다고 하여 미술관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은 그 시작부터 공공 교육을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근대적 뮤지엄의 원형과 같은, 1793년 개관한 루브르 박물관(Le Grande Louvre)은 공공 기관이자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겨 대중을 향한 사회 교육이라는 의무를 명확히 밝혔다. 

▲‘안녕하세요 유별난씨’ 전시 연계 프로그램 ‘아트 모디슈머’. 사진제공 = 스페이스몸 미술관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한 오늘날,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은 대중과 만나고 교감하는 동시에 미술관을 널리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술관들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설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 연계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그 내용과 참여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전시 관람 때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도슨트(docent) 투어’ 역시 관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자 서비스이다. 오디오 가이드나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도슨트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면 추가 질문이나 가벼운 토론이 가능해 더욱 깊이 있는 관람을 할 수 있다. 

미술관에는 미술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인 에듀케이터(educator, 교육연구원)가 있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한다. 우리나라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의 다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 참여율도 높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뿐 아니라 글짓기와 토론, 작가의 작업실 방문, 과학이나 다른 장르와의 융합 등 다양하다.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많아 주말 시간을 온 가족이 모여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진행되는 ‘아트 카페’(7월 1~30일)는 온 가족이 모여 작품의 주제, 재료, 작업 방법들을 고민하고 선택하여 독자적으로 작품을 완성해보는, 즉 작가들의 창작 과정을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작년에 진행되었던 ‘아빠와 함께 에듀나이트(Edu-night)’는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서 진행된 캠프 형식의 야간 특별 프로그램으로 캠프에 온 것처럼 아빠와 아이가 미술관 정원에서 텐트를 치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형식이었다.     

주말에 많은 수도권의 미술관 프로그램들 

일반적인 성인이 참여하기 좋은 가장 일반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특강과 같은 강좌 형식의 프로그램인데 주로 주말에 진행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 주제나 전시 참여 작가에 대한 내용 외에도 디자인, 음악과 같은 다양한 예술을 다루기도 하고, 저작권과 같은 예술과 관련된 법적 상식을 알려주는 등 매우 다양한 주제의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사비나 미술관은 브런치와 함께 즐기는 예술 인문학 강의와 작가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는 기획전 ‘핑크 포이즌’과 연계한 워크샵에서 심래정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클레이 피규어(clay figure)를 만들었다. 또한 분장을 통해 다양하게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작업과 연계된 프로그램으로 메이크업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영화 상영회나 공연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림미술관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라이브 콘서트와 워크숍이 열린다. 워크숍에서는 일상과 관련된 소품이나 공예품 제작 외에도 설탕 공예, 소시지 만들기 등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기억의 저장’ 전시 연계 프로그램 ‘심래정 작가와 함께하는 클레이 피규어 워크샵’. 사진제공 =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그렇다면 이런 프로그램에는 어떻게 참여해야 하며 그 비용은 얼마일까? 우선 대부분의 참가 신청은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때로는 전화나 현장 참여가 가능하기도 하다. 참가비는 미술관마다, 프로그램마다 다른데 무료인 경우도 많다. 또한 참가비가 있거나 재료비가 추가로 드는 경우에도 크게 비싸지 않아 부담 없이 도전해볼 만하다. 

지금까지 글을 읽으며 예를 든 미술관들이 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데 그 밖의 지방에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미술관이 있다. 컴퓨터를 켜고 자신의 집 근처에는 어떤 미술관이 있는지 검색해보길 권해본다. 

청주 스페이스몸은 매주 수요일 재미난 행사

마지막으로 청주의 스페이스몸 미술관을 소개하면서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스페이스몸 미술관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해설이 있는 미술관’을 진행한다. 여기에는 전시 관람 후 연상되는 단어를 취합해 빅 데이터 부스를 만들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공감공간(共感空間)’, 참여자들이 자신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 물건에 대한 소개문을 작성하고 전시장에 비치하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삶 속의 예술을 경험하는 ‘모두의 도구’,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발견한 결정적 장면을 선택하여 표시하고 작품을 설명하는 메모를 남겨보는 ‘뷰포인트’ 등이 포함된다.  

더운 여름,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느라 피곤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올해는 그 선택지에 미술관을 넣어보면 어떨까? 꽤 훌륭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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