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공무원은 다 정규직 vs 공장은 다 비정규직?

첫 ‘100% 비정규직’ 동희오토 시작으로 확산 중

유경석 기자 기자 2017.07.10 09:35:34

▲6월 29일 오전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대전 교육 공무직들이 정규직 전환과 근속 수당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정규직이 전혀 없는 ‘정규직 제로 공장’이 늘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투자한 동희오토를 시작으로 비정규직 100% 공장은 자동차 산업을 넘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있지만 기업들의 협조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도급 관행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규직 제로인 나쁜 직장이 더 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용 불안한 ‘정규직 제로’ 일터

“아산 모비스. 협력업체 두고서 몇 년마다 사장 바뀌고, 회사 이름도 바뀌고. 그럼 퇴사 신규 입사 처리로 늘 노동자들만 고스란히 피해 본답니다. 퇴사 처리하더라도 퇴직금도 제대로 적립은커녕 소송해야 겨우 푼돈 건지고… 늘 고용이 불안한 정말 열악한 환경이예요.”

현대모비스 아산공장 노동자로 짐작되는 네티즌 ‘sson****’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는 일터를 다룬 기사에 남긴 댓글이다. 해당 기사에는 비슷한 현실을 토로하는 댓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화두인 상황에서 공공부문 일자리와 달리 민간부문 일자리 현실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최초의 정규직 제로 일터는 2001년 설립된 동희오토(주)로 알려져 있다. 동희오토는 기아자동차와 동희산업이 각각 50%씩 투자한 기업으로, 2004년 모닝 1호차를 생산해 외부에 알려졌고 2017년 1월 모닝과 피칸토 3세대 모델을 생산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모닝 공장인 동희오토는 특히 비정규직 채용 비율이 높아 더 주목을 받았다. 2016년 말 현재 동희오토는 간접고용 1300명, 정규직 180명인 ‘거의 비정규직’ 일터다. 정규직 180명은 모두 관리직이고, 하청업체 17명과 사내하청 노동자 1300명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결국 생산직 대비 사내하청 비율은 100%여서 명실상부한 정규직 제로 일터가 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달리 민간부문은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동희오토 이후 자동차산업 전반으로 확산 

실제 동희오토를 시작으로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정규직 제로 일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현대모비스 전국 12개 공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사내하청) 비율은 살펴보면 사내하청 노동자가 생산직 중 5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희오토가 생산하는 경차 모닝. 사진 =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12개 공장 중 울산물류, 광주, 창원, 진천 4개 공장을 제외한 김천, 서산, 이화 등 8개 공장은 비정규직 비율이 74~95%에 이를 만큼 압도적이었다.

특히 울산, 이화, 아산, 서산공장의 경우 정규직은 모두 관리직이고, 생산 현장은 사실상 비정규직만으로 운영되는 ‘비정규직 공장’이다. 소수의 정규직이 관리하는 비정규직 공장인 셈이다. 

현대위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위아의 생산직 노동자 수는 1018명으로, 이 중 850명은 창원공장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168명은 포승, 광주, 반월, 서산공장에 파견돼 있다. 

현대글로비스도 부품 제조부터 물류까지 현대기아차와 관련한 광범위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물류 기사는 물론 부품사까지 비정규직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이 동희오토 등 완성차에서부터 부품사까지 비정규직 공장으로 운영하면서 정규직 제로인 일터가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파워텍, 현대비앤지스틸 등도 비정규직 공장을 설립했고, 현대다이모스도 노사합의에 따라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들어졌다. 만도헬라 역시 부품사까지 비정규직 공장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고, 한온시스템(구, 한라공조) 울산공장 등도 비정규직 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정규직 제로인 일터가 확대되는 것은 완성차 업체의 원가 절감을 위한 하청 단가 인하와 관련이 깊다. 하지만 이 같은 하도급거래에서 불공정 거래 관행은 여전해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등 자료를 보면 자동차·건설·전자전기·의류산업·소프트웨어(SW)·유통 등 많은 분야에서 하도급대금 미지급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낙수효과 줄면서 정규직화 더욱 어려워질 전망

새로운 형태의 하도급 거래가 등장하고 있지만 현행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등 기술 및 산업기반의 진보에 조응하는 제도적 보완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수출 기업의 매출액 증가에 따른 낙수효과가 줄어들면서 하청업체의 경영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달리 민간 부문에서 비정규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원청기업 매출액이 1%가 증가할 때 낙수효과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1차 협력업체는 0.43%, 2차 협력업체 0.05%, 3차 협력업체 0.004%로 나타났다. 

또 삼성전자는 1차 협력업체 0.56%, 2차 협력업체 0.07%, 3차 협력업체 0.005%로 분석됐다.  

▲6월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와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경제민주화 실현 등 7대 과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1998년 이후 2014년까지 대기업 일자리는 27만 개 감소했으나 중소기업 일자리는 636만 개가 증가했다. 

또 기업규모·고용형태별로 임금격차가 현저해지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대기업 비정규직 64.2%, 중소기업 정규직 52.3%, 중소기업 비정규직 34.6%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의 수출이 늘면 중소기업의 매출과 고용 증가,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던 시기는 끝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실제 1990년에는 수출 10억 원이 증가할 때마다 65.4명이 새로 취업했으나 2014년의 경우엔 7.7명만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평균 근속연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2개월인데 비해 대기업 비정규직 등은 4년 4개월에 불과했다. 급여 역시 원도급 대기업은 3900만 원, 하도급 중소기업은 2800만 원, 비하도급 중소기업 2250만 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의 하도급 횡포 여전  

더욱 큰 문제는 중소기업의 47.3%가 수급기업으로 모기업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83.7%에 달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하도급 거래에 있어 대기업 및 1차 벤더(vendor, 중견기업)의 하도급 횡포가 관행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회사의 자금사정과 수익률 확보를 위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장기 어음 교부, 하도급 대금의 부당 감액 등 각종 불공정행위를 행하고 있다. 하지만 하도급 업체들은 거래 기업으로부터 거래 단절, 보복 조치를 우려해 제대로 신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원 등이 6월 21일 오전 불법 하도급 근절 및 내국인 건설 노동자 고용 대책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실제 1차 하도급 거래에서 2차 하도급 거래, 3차 하도급 거래로 내려갈수록 어음결제 기간과 대급지급 기일이 장기화되고 있다. 동시에 단가인하 압력 등은 더욱 세지고 있다. 이는 영세한 하도급 업체일수록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동안 정부는 지속적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불공정 하도급 질서 개선을 위한 개선 대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하도급대금의 지급 지연, 대금 감액, 기술 탈취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경쟁 양상이 기업 간 경쟁에서 시스템 간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새로운 기업간 협력과 경쟁의 규칙 이끌어내야

이에 따라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가 공정거래를 확립해 왜곡된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새로운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의 규칙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하도급 거래의 불공정으로 인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과 엄격한 집행이 주문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계약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하도급법 개정안이 활발하게 발의되고 있다. 정부도 중소기업의 경쟁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거래 관행의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올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업종을 선별해 하도급 대금의 미지급 또는 부당하게 대금을 감액하는 행위, 부당한 위탁의 취소, 부당한 반품 등 3대 하도급 불공정 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박정구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하도급 거래 구조의 개선 방향과 관련해 “효율적 하도급 구조의 구축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주도적 역할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것과 함께 중핵적 중견기업의 육성 및 하도급 구조의 재편성이 필요하다”며 “부품의 공용화·표준화 및 배타적 계열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의 수급 기업 전문생산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하도급 거래 구조 전체의 혁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수급 사업자의 경쟁력이 커지고 기술 개발을 통한 전문화로 중소기업이 영세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간 M&A를 활성화해 대기업과 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기업 간 공동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현재의 불안정한 노동 체제는 기간제, 파견제 등 IMF 구제금융 이후 도입된 비정규 악법에 기초하고 있고 대부분 기간제 노동자가 1년 단위 단기 계약의 갱신을 통해 영원한 비정규직 신세로 전락하는 상황”이라며 “법원이 완성차, 부품사, 철강 등에까지 퍼져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서 모두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만큼 정규직 전환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