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성지순례 ⑥] 서브컬처 익숙 세대 겨냥한 ‘너의 이름은.’전

신카이 마코토의 작업세계 들여다봐

김금영 기자 2017.07.14 10:08:20

전시부터 카페, 페어 등 다양한 키덜트(kidult, 아이를 뜻하는 kid와 성인을 뜻하는 adult의 합성어) 성지들을 찾아가 그곳의 특징을 짚어보는 ‘키덜트 성지순례’ 여섯 번째 장소는 ‘너의 이름은.’전이다.  

▲'너의 이름은.'전이 모나코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올해 초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 예상치 못한 히트를 쳤다. 365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중 1위를 차지했다.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활용한 패러디도 다양하게 이뤄졌다.

꿈속에서 뒤바뀌는 소녀와 소년의 잔잔한 로맨스와 기적에 관한 이야기가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가슴에 따뜻한 감동을 전해줬다. 특히 ‘너의 이름은.’ 상영 극장에서는 성인 관객의 비중 또한 높아 눈길을 끌었다. 과거 아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했던 것과 달리 애니메이션 업계는 성인 관객, 이중에서도 키덜트층을 주요 타깃으로 한 작품들을 점점 더 많이 선보이는 추세다. 역대 일본 영화 흥행 1위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비롯해 ‘겨울왕국’ ‘쿵푸팬더’ 등에서도 성인 관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전시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전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사진=김금영 기자)

히트에 힘입어 ‘너의 이름은.’은 더빙판 재개봉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잡음도 있었다.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들을 섭외했고, 공개된 예고편에 대해 “어색하다” “실망스럽다”는 관객들도 있었던 것. 이 가운데 ‘너의 이름은.’ 전시도 마련됐다. 애니메이션을 본 기존 팬들은 물론 아직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한 새로운 팬까지 끌어들이며 다시금 흥미를 끌겠다는 취지다.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전시는 꾸준히 열려 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팀 버튼 감독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전시를 열어 주목 받았고, 드림웍스애니메이션 특별전을 열어 인기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슈렉’ ‘드래곤 길들이기’ 등의 탄생 과정을 살폈다. 예술의전당은 ‘은하철도 999’ 작품을 대대적으로 살펴보는 대규모 전시를 올해 초 처음 열어 눈길을 끌었다. 또한 4월에는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전’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다. 당시 전시 티켓 사전 판매가 6만 장을 기록하며, 전시 관계자들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했다.

▲애니메이션의 주요 캐릭터 설정 및 색채를 살펴볼 수 있는 콘텐츠가 전시됐다.(사진=김금영 기자)

‘너의 이름은.’전에 미디어캐슬의 강상욱 이사는 자신감을 보였다. 강 이사는 “전시 기획 단계부터 약 4~5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전시회를 제작하는 웨이즈비 쪽에서 기획을 했고, 미디어캐슬이 의견을 보태면서 전시 형태를 구축해 갔다. 지금 나온 전시 형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전시를 오픈하자마자 예매율이 일주일 넘게 상위권을 차지했다. 애니메이션에 이어 전시 히트 가능성도 봤다”고 말했다.

특히 키덜트를 공략 대상으로 했다는 게 포인트다. 강 이사는 자신 또한 ‘오타쿠’(일본에서 파생된 말로, 본래는 폐쇄적이고 중심에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이었으나, 최근엔 좋아하는 분야에 열정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 등의 의미로 재해석됨)라 소개하며, “‘너의 이름은.’의 흥행 성공 이후 성공한 오타쿠라고 주위에서 말해주더라”며 웃었다. 그는 “원소스 멀티유즈가 바로 ‘너의 이름은’이다. 애니메이션, 소설, 상품, 그리고 전시까지 이곳에 모였다. 이 모든 것들을 한 자리에서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전시장 곳곳에 설치됐다. 극중 장면을 활용한 포토존 중 하나.(사진=김금영 기자)

또한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전시는 많이 있어 왔는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너의 이름은.’은 키덜트 영화라 불릴 정도로 키덜트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그래서 그 점을 살려 전시를 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서브컬처에 익숙한 세대 및 키덜트를 만족시키는 콘텐츠는 드물었고,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에 확실히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감성을 훨씬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시 포인트를 설명했다.

한국 전시에만 존재하는 포토존…그 이유는?


▲전시는 '너의 이름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콘티, 스케치, 컬러 도감 등 300여 점의 원화를 통해 보여준다.(사진=김금영 기자)

애니메이션에 애정을 가진 팬들은 작품의 탄생 과정 및 원화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전시는 ‘너의 이름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콘티, 스케치, 컬러 도감 등 300여 점의 원화를 공개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토리 보드를 비롯해 작화감독인 안도 마사시의 캐릭터 설정표, 색채 설계를 맡은 미키요 오코의 색상 지정표 등을 통해 ‘너의 이름은.’의 출발점을 살펴보게 한다. ‘너의 이름은.’의 그림을 따라 그려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입문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공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의 인터뷰 영상이 전시장에서 상영돼 그가 어떤 생각으로 ‘너의 이름은.’을 만들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밖에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영상 등 전시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 영상이 상영해 애니메이션 팬들의 관심을 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인터뷰 및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사진=김금영 기자)

특히 애니메이션에 직접 들어간 듯한 느낌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눈길을 끈다. ‘너의 이름은.’전은 일본과 대만 등에서 먼저 열렸다. 제작사 코믹스웨이브필름의 스나미 카즈키 프로듀서는 먼저 전시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서 이 작품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는 관객들의 요구가 많아져 전시 기획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는 도쿄, 그리고 극중 배경이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고향인 히다에서 전시가 열렸다. 전시 관람객 수는 대도시인 도쿄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애니메이션 속 실제 장소를 보고 싶다고 찾아오는 외국인 관람객이 히다에 붐비는 등 히다에서의 전시 만족도 또한 높았고, 관광 명소가 됐다”며 “대만 전시도 많은 관람객이 찾았고, 이 전시가 어느 곳에서든 대대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극중 남녀주인공인 타키와 미츠하가 전시 기간 동안 전시장을 돌아다닌다.(사진=김금영 기자)

이번엔 그 장소가 한국이다. 스나미 카즈키 프로듀서는 “한국 전시회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일본과 대만 전시에 없었던 포토존이 배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한국 관람객들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강상욱 이사는 “웨이즈비가 포토존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냈고, 좋다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 속 한 배경을 벽에 설치해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애니메이션 속에 직접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벤트도 있다. 극중 남녀주인공인 타키와 미츠하가 전시장을 돌아다닌다. 오디션을 통해 타키와 미츠하를 선발했으며, 이들은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동시에 보기는 힘들다. 이유가 있다. 강상욱 이사는 “애니메이션에서 타키와 미츠하는 서로 몸이 뒤바뀌는 인연이 있지만, 정작 실제로 둘이 만나지는 못한다. 이 설정을 전시장에도 가져 왔다”며 애니메이션과의 연결 고리를 밝혔다. 즉 애니메이션에서 현실로 이어지는 설정을 통해 관람객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겠다는 것.

오픈 뒤 키덜트의 관심이 쏠렸다. 오픈 하루 전날 평소 영화 팬을 자처한 크로스진의 타쿠야 등이 직접 전시 현장을 찾기도 했다. ‘너의 이름은.’ 연출부는 “애니메이션은 관객이 흐름을 따라 가면서 봐야 하지만, 전시는 마음껏 자신이 시간을 조율하면서 볼 수 있다”며 “또한 애니메이션 속 인상적인 장면을 전시로 마주하는 매력이 있다. 명장면을 다시 전시로 마주하고 감동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모나코 스페이스에서 10월 15일까지.

▲'너의 이름은.'의 주요 캐릭터를 직접 따라 그려볼 수 있는 공간.(사진=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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