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충격 ②] 넷플릭스가 韓감독-JTBC-CJ와 손잡는데, 국내 IPTV 맘놓아도 될까?

"콘텐츠 확충되면 큰 변화" 전망도

윤지원 기자 2017.07.14 18:08:28

▲넷플릭스 로고. (사진 = 넷플릭스)


'옥자' 때문에 전 세계 영화계는 물론 한국 문화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영화에 5000만 달러(약 576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자사 콘텐츠를 온라인과 극장에서 동시에 공개하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각국의 극장 사업자들은 "영화 유통 질서에 대한 교란"이라며 불만을 드러냈고, 이는 칸 영화제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내 멀티플렉스 3사는 넷플릭스의 양보를 기다렸지만 결국 ‘옥자’ 상영을 보이콧했고, ‘옥자’는 100개가 채 안 되는 스크린만을 가지고 개봉했다. 

넷플릭스 때문에 골치가 아픈 건 당장은 극장이지만 앞으로 콘텐츠 제작, 유통, TV, IT, 4차 산업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CNB는 넷플릭스가 한국 미디어 산업 전반에 가져올 충격파를 분야별로 짚어 보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현주소를 시리즈로 진단한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기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OTT 업체다.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1년 반 가량 지났다. 2007년부터 미국에서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현재 미국 내에서 케이블TV 가입자보다 많은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 2분기엔 전 세계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난달 멀티플렉스 3사가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를 보이콧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기 전까지 대중적인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옥자’ 논란 이전까지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가 대략 13만 명 정도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멀티플렉스 3사가 외면한 ‘옥자’는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옥자’를 볼 수 있는 스크린 수는 전국에 100개 정도에 불과해 주말 1965개 스크린에서 상영한 ‘스파이더맨: 홈 커밍’의 5% 수준이지만, 좌석 점유율에서는 올해 개봉작 중 ‘보스베이비’(33.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32.2%를 기록하고 있다(관객 1만 명 이상 동원한 작품으로 한정). ‘옥자’가 봉 감독의 전작들처럼 스크린 1000개 규모로 배급되었다면 최종 관객수는 700만~800만 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옥자’의 높은 좌석점유율은, 이 영화가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달성한 수치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멀티플렉스 3사가 ‘옥자’의 극장-온라인 동시 공개를 거부한 배경에는, ‘옥자’를 집에서 편하게 온라인으로 감상하는 관객이 늘면 극장 관객 수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관객이 높은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극장을 찾아 갔다는 것은, 그들 외에 ‘옥자’를 넷플릭스로 감상한 관객 역시 많다는 뜻이며, ‘옥자’를 계기로 넷플릭스에 가입한 사람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넷플릭스 측이 국가별 가입자 수나 개별 콘텐츠 시청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 현재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는 없다. 대신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가 지난해 넷플릭스와 제휴해서 론칭한 OTT 기기 ‘딜라이브 플러스’의 판매량은 넷플릭스와 ‘옥자’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딜라이브 관계자에 따르면 딜라이브 플러스의 판매량을 처음 집계한 지난해 7월 이후 1년여 간 누적 판매량은 8만 5천대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6월 판매량이 전달보다 급증한 1만 6100여 대였다. 또한, 지난달에는 콜센터 문의의 80%가 OTT 박스에 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딜라이브 플러스를 통한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가 그만큼 단시간에 늘어났을 것을 예측할 수 있으며, 시기적으로 이는 ‘옥자’의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딜라이브 Plus는 일반 TV를 스마트 TV와 같은 환경으로 만들어주며, 넷플릭스를 보게도 해준다. (사진 = 딜라이브)



넷플릭스 서비스, 대체 뭐가 다른데?

경기도 안양에 사는 70대 주부 임씨는 봉준호 감독 영화의 팬이다. 그는 늘 다니던 동네 CGV에서 봉 감독의 새 영화 ‘옥자’를 볼 수 없는 이유가 넷플릭스 때문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미국에 새로 생긴 영화 제작사인 줄로 알고 있었다. 그는 약간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넷플릭스가 현재 집에서 가입한 KT 올레TV처럼 주문형 비디오(VOD)를 볼 수 있는 서비스라는 식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올레TV가 아닌 넷플릭스에 가입했다면 TV로 ‘옥자’를 볼 수 있었겠다"며 아쉬워했다.

임 씨는 케빈 스페이시라는 배우에 대해서도 잘 안다. ‘LA 컨피덴셜’과 ‘아메리칸 뷰티’를 인상 깊게 봤고, 나중에 ‘유주얼 서스펙트’를 찾아보고 연기력에 감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래서 넷플릭스에 케빈 스페이시가 미국 대통령으로 나오는 인기 드라마 시리즈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 5까지 보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다며 포기하려 했다. 지금도 사위가 매달 올레TV에 충전해 주는 포인트를 아끼느라, 뒤늦게 소문을 듣고 보고 싶어진 ‘윤식당’도 VOD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올레TV 기본료와 비슷한 월정액만 지불하면 아무리 최신 업데이트 영상이라도 추가 과금이 없다"고 하자 임 씨는 다시 눈을 반짝였다. 아직까지 ‘옥자’와 ‘케빈 스페이시 드라마’ 정도 외에는 즐겨 볼만한 콘텐츠가 부족한 점은 아쉽지만, 앞으로 콘텐츠가 늘면 가입해 볼 생각이 있다고 밝힌 이유였다.

그녀는 또한, "만약 넷플릭스에 가입한다면 올레TV는 해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업체를 바꿔볼 생각을 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는 월정액 외에 추가 과금이 없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임 씨는 21세기형 미디어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지만, 이처럼 넷플릭스를 IPTV와 비슷한 서비스로 이해하고, 직관적으로 IPTV와 비교해가며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이런 식의 반응은 임 씨 혼자만의 반응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5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런 과정을 거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한민국 미디어 소비자들 역시 같은 선택지를 받아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 포스터. (사진 = 넷플릭스)


가격경쟁력과 가입자 수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케이블TV 가입자보다 많은 가입자를 거느리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것이 가격경쟁력이었다. 미국의 케이블TV 서비스는 월 30~50달러(한화 약 3만 4천 원~5만 7천 원)인데 비해 넷플릭스의 월정액은 그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7.99~12.09달러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월 9500원~1만 4500원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 IPTV 사업자 중 1위 업체인 KT 올레TV의 경우, KT 인터넷에 가입한 고객을 상대로 가장 싼 월정액이 1만 3200원이다. 여기에 영화 및 미드 VOD를 무한시청 할 수 있다는 ‘프라임 무비팩’을 더한 상품이 월 2만 7500원, 또 거기에 캐치온 및 캐치온 플러스 등의 유료 채널을 제공하는 상품이 월 3만 7400원이다. 이는 모두 3년 약정을 전제한 금액이고, 여기에 셋톱박스 대여료가 추가된다.

올레TV는 넷플릭스가 제공하지 못하는 240개 이상의 실시간 방송채널을 제공하며, 모바일 통신 가입자에게는 결합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여러모로 미국의 케이블TV보다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가격만 비교하자면 넷플릭스보다 확연히 높은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국내로 진출할 때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이처럼 저렴한 가격 정책에도 불구하고 쉽게 정착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근거로 거론된 것이 IPTV 가입자 증가세였다.

7월 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의 ‘2016년 4월 ICT 주요 품목 동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IPTV 가입자 수는 총 1308만여 명으로 집계되어 1년 동안 약 160만 명이 증가했다. 국내에서 넷플릭스의 현재 위치는 IPTV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같은 OTT 경쟁자와 비교해도 넷플릭스는 한참 뒤쳐져있다. 스마트폰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는 13만 명 정도로,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Oksusu)의 950여만 명, 지상파 콘텐츠 연합 서비스인 푹(Pooq)의 130여만 명, CJ E&M 티빙(Tving)의 60여만 명에 비해 매우 적다.

옥수수는 SKT 모바일 가입자들에게 기본 월정액 2200원~3300원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푹은 실시간 TV만 이용하는 최저 요금이 월 3900원, 실시간 TV와 방송 VOD, PLAYY 영화 등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고 모바일, PC, TV에서 초고화질(FULL HD)을 이용하는 서비스는 1만 6900원이다. 티빙은 최신 영화를 제외한 실시간TV 및 VOD를 일반화질로 감상할 경우 월 최저 5900원이고, 최신 영화 VOD 구매 포인트 지원이 포함된 FULL HD화질 서비스는 9900원, CJ ONE 회원이 아닌 경우 1만 1900원~1만 5900원이다. 이처럼 국내 OTT 업체들과 넷플릭스의 가격 및 서비스 수준을 비교했을 때는 넷플릭스가 비싼 편이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새로 넷플릭스에 가입한 가입자는 700만 명 정도로 전해져있다. 국내에서 특별히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세가 부진했던 것은 국내 IPTV 및 OTT에 비해 우리나라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상파 콘텐츠 연합의 OTT 서비스 푹(Pooq)의 요금제 범위. (사진 = 푹 홈페이지 캡처)



넷플릭스, 정액만 내면 추가로 받는 돈 없다고?

IPTV나 케이블TV는 200개 이상의 실시간 채널을 제공한다. 가입자 1위 업체인 올레TV는 여기에 더해 21만 편의 VOD를 제공한다.

OTT 업체들의 콘텐츠는 콘텐츠 공급업체와의 제휴 방식에 따라 나뉘었다. 푹은 지상파 콘텐츠의 실시간 방송과 VOD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대신 경쟁사인 CJ E&M의 콘텐츠를 볼 수 없다. 티빙은 CJ E&M의 콘텐츠 위주로 편성되어 있고,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콘텐츠는 클립영상으로만 지원한다. 옥수수나 IPTV의 모바일 앱에서는 지상파 콘텐츠와 CJ E&M 콘텐츠를 VOD로만 제한적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시청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콘텐츠 공급업체들과 다양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고무적인 것은 JTBC 및 CJ E&M 콘텐츠의 확보다.

넷플릭스와 JTBC는 지난 4월 방영권 계약을 체결했다. JTBC의 인기 프로그램은 본방이 끝난 다음날 넷플릭스에서 VOD로 볼 수 있다. 다른 OTT나 IPTV에서 전날 방송된 JTBC VOD 방송을 보려면 1500원을 결제해야 하는데 넷플릭스는 월정액 외에 추가 과금이 없다.

넷플릭스는 최근 CJ E&M과의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 등과도 제휴를 맺고 ‘응답하다’ 시리즈와 ‘미생’ 등 과거 인기 콘텐츠부터 ‘비밀의 숲’ 같은 현재의 인기 드라마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비밀의 숲’은 본방이 끝난 뒤 1시간 만에 넷플릭스에 올라온다.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수급은 앞으로도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콘텐츠는 국내 십 수만 명이 아닌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넷플릭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특히,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는 동남아와 남미 지역의 넷플릭스 가입자는 다른 지역보다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큰 시장은 콘텐츠 공급업체 입장에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넷플릭스 한국 TV 프로그램 목록. CJ E&M의 드라마 '비밀의 숲'이나 JTBC 프로그램의 최신 에피소드 업데이트 안내가 눈에 띈다. (사진 = 넷플릭스 화면 캡처)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약 577억 원)를 투자해 만든 영화 '옥자'의 포스터. (사진 = NEW)



"엄청난 덩치 차이"…올레TV 매출 1조 450억 vs 넷플릭스 콘텐츠 투자액만 7조

넷플릭스는 ‘옥자’와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더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천계영 만화가의 인기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을 12부작 드라마로 제작하기로 했고, ‘시그널’로 주가가 정점에 올라 있는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함께 만드는 좀비물 ‘킹덤’도 제작하기로 했다.

특히 넷플릭스의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전략은 국내 다른 경쟁업체들이 흉내내기 어렵다. 넷플릭스는 ‘옥자’에 5천만 달러(한화 약 577억 원)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했다. 이는 역대 어떤 한국 영화보다도 많은 제작비이며 할리우드에서도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러면서 감독의 고유한 창작 영역인 시나리오와 편집에는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이기에 가능한 물량 공세다. 국내 IPTV 업체 중 1위인 올레TV의 지난해 매출이 1조 450억 원이었다. 넷플릭스가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책정한 예산만 약 7조 원(60억 달러)이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이처럼 거액을 과감히 투자하는 것은 앞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성공에 고무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451리서치가 지난해 말 넷플릭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장 즐겨본다고 응답한 가입자가 32%나 된다.

국내 OTT 업체들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역시 미국에서 넷플릭스나 아마존, 훌루 등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통해 성공에 도달한 것을 지켜본 데서 나온 결론이다. SKB의 옥수수가 특히 적극적이다. 옥수수는 지난 5월 신규 오리지널 드라마 ‘수요일 오후 3시 30분’을 공개했다. 이 작품은 750만 뷰를 기록했던 ‘애타는 로맨스’의 후속 작품이다. 모바일 기반의 OTT 플랫폼에 어울리게 SNS를 활용한 독특한 구성과 짧은 에피소드의 데일리 편성으로 승부를 걸었고, SBS플러스 채널에서도 방영되었다. 그밖에도 SKB는 ‘박나래의 복붙쇼’나 ‘지숙이의 혼합연구소’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포함 약 10여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체 제작했다.

한편, 올레TV를 비롯한 IPTV 업체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황은 없다.

▲SKB 옥수수와 SBS 플러스가 제휴한 오리지널 미니 드라마 '수요일 오후 3시 30분' 포스터. (사진 = SBS Plus)



넷플릭스 성장→IPTV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까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 1년 동안 느린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옥자’로 인해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데다 JTBC와 CJ E&M의 인기 콘텐츠들을 장착하며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옥자’가 공개된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서 넷플릭스는 3위까지 급상승했다. ‘옥자’ 이후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30만 명을 넘겼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한 업계 관계자가 전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옥자’로 인해 일시적으로 늘어난 가입자 증가 폭은 줄어들겠지만, 작년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DVD 프라임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 관련 온라인 동호회 내에서 오가는 얘기들을 보면, 이들은 국내 유료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에 대해 비판적이라며, 조만간 일반 대중에게도 비슷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네티즌들은 국내 OTT 업체와 IPTV 업체들이 새로운 양질의 콘텐츠 발굴과 제작에는 큰 관심이 없고 기존의 콘텐츠 시장 안에서 땅따먹기를 하는 데만 매진하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개 채널과 20만 개 VOD 타이틀 수를 자랑하고 있지만, 이 중 개인이 즐겨 보는 채널과 타이틀은 한 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 1시즌의 성공은 이후 ‘하우스 오브 카드’ 네 개 시즌을 더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는 단순한 사실만 봐도, 시청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따라가지, 평생 다 보지도 못할 콘텐츠 규모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업체들이 당장의 국내 가입자 수에만 연연하는 행태도 꼬집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다가 무산되자, 일부 전문가들이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의 콘텐츠 제작 투자가 어려워졌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당시 SKB는 CJ헬로비전의 가입자를 흡수해 덩치를 키우면 5년 간 5조 원을 투자해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해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계획이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넷플릭스가 케이블TV 회사를 합병해서 가입자를 늘인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할 미디어 산업을 수치로 접근하려는 국내 기업의 오류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IPTV의 가격정책에 관한 불만도 폭발 직전이라는 얘기를 덧붙였다. 국내 IPTV 업체인 KT 올레TV, SKB TV, LG U플러스 TV 모두 모바일 통신사이자 인터넷 망 사업자들이다. 이들의 IPTV 가입자들은 네트워크 가입자와 대체로 일치한다. 소비자가 각 업체의 서비스 및 콘텐츠의 장단점을 고려해보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기존 회원에 제공되는 우대 및 할인 혜택 때문에 선택했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가토스 넷플릭스 본사. 인테리어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있다. (사진 = 넷플릭스)


하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사용하다보면 월 기본료도 그다지 싸지 않다. 자신들이 거의 보지 않는 채널 200개 때문에 기본료가 비싸진 것 같다는 불만이 생긴다. VOD에 개별 과금 되는 비용도 싼 편은 아니다. 최신 영화는 한 편에 1만 원씩 한다. 극장 티켓 값보다는 싸지만 무료 영화보다 최신 영화를 선호하는 한 거의 항상 비싼 VOD를 보게 되는 것이 문제다. 또한, 비용을 지불하고 대여한 VOD를 단 한 대의 TV로, 단 며칠 안에 봐야 한다. 사용료를 지불한 VOD를 보면서 로딩 되는 시간 동안 광고까지 봐야 한다는 점도 불만이다. 요즘 대부분의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볼 때 버퍼링이 없는데, IPTV에서 결제한 VOD는 왜 로딩 시간이 긴 것인가 하는 불만도 생긴다.

덧붙여 이들이 더 큰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은, 이런 다양한 불만들 때문에 기존 서비스를 해지하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보려고 해도, 약정과 위약금이라는 족쇄가 발목을 붙잡고 있는 데다, 약정 기간이 끝나도 해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이메일 주소와 월 이용료를 결제할 카드 정보만 있으면 가입이 되며, 한 계정으로 여러 기기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월정액만 지불하고 나면 일체의 추가 과금이 없으며, 광고도 없다. 해지를 원하면 내 계정 보기로 들어가 큼직한 해지 버튼을 누르면 끝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관련 동호회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넷플릭스의 상대적인 단점은 한국형 콘텐츠가 아직 모자라다는 점 외에는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 단점은 이미 극복되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넷플릭스에 한국형 콘텐츠가 충분히 갖춰지는 시기가 오면 IPTV 약정 기간이 끝난 IPTV 이용자도 늘어날 것이고, 이들이 넷플릭스와 스마트TV 환경을 찾아 대거 이탈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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