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 골프만사] 골프장 출입에 과유와 불급의 갈림길은?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기자 2017.07.17 10:05:47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나는 겨우 주 1회 골프 라운드를 한다. 한반도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이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혹한의 한겨울을 제외하고 골프 라운드 스케줄은 대동소이하다.

지금은 장마철이다. 지난주에는 천둥소리에 새벽잠이 깨어 번개가 내려치는 구겨진 은박지 같은 하늘만 올려다보다가 아예 집을 나서지도 못했다. 오늘은 오후에 날씨가 갠다는 기상청 예보를 믿었기에 현장에 일찍 도착해 운동 복장을 갖췄다. 젖지 않는 모자를 썼고, 비옷도 입었다. 클럽하우스 처마 밑에 서서 회색 구름이 뭉텅뭉텅 떼 지어 몰려 노니는 하늘을 감상하는데 후드득 빗방울이 또 듣는다.

늦게 도착한 동반자들이 오늘 라운드를 취소하자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어제도 쳤고, 내일도 칠 텐데, 굳이 오늘 비 맞으면서까지 강행해야 하느냐’다.

“야, 느거들은 어제도 나가 놀고, 내일도 나가 놀지는 몰라도 나는 오래간만에 나왔는데 엔간하면 좀 치자. 비 온다고 판 접고 장사 안 해?”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교양 있는 요조숙녀이므로, 고요하게 귀만 열어놓고, 입 밖으로 나가려는 말을 혀를 꾸짖어 목구멍 안으로 누른다. 중론이 라운드 취소로 모아지는데, 혼자만 냅다 우길 수도 없다.

나는 오늘도 굶으면 일주일 후에나 공을 치게 된다. 일주일 후에도 날씨가 용천지랄을 떨면, 내 골프채는 한 달 동안 감방살이의 울화통을 주인인 나에게 터뜨릴 것이 분명하다. 요모조모 따져도 억울하다. 하늘을 원망하며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는다.  

“오늘 한 번 쉬세요. 과유불급이라고 라운드 너무 잦아도 공 잘 안 맞아요. 쉬엄쉬엄 하세요.”

▲장마철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공은 매일 쳐도 힘이 안 드는데, 운전은 힘들어 못해먹겠다는, 그래서 골프장 가까운 동네로 이사를 한 용인댁이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달랜다.

술보다 골프 고프지만 
장마철엔 하릴없이 주(酒)님 알현하고…

“과유불급이라면, 일주일에 몇 번의 라운드가 과하고 몇 번이면 불급인가요?”

나는 화가 치밀어서 눈을 부라리며 대든다. 

“글쎄요. 아마추어니까 매일은 좀 과하죠. 일주일에 세 번은….”

“세 번은 중용, 두 번은 불급이죠. 나는 월례회만 13개라 딱 중용이네.”

내가 입이 벌어져서 말을 못 잇는 사이 올해 안으로 이븐파를 기필코 하겠다는 잠실댁이 끼어든다.

“됐고, 생업에 가족 등쌀에, 어떻게 일주일에 세 번씩이나 골프채 둘러매고 집 나올 수 있는지 비결이나 내놓아봐.” 

그렇게 빈정대는 사람은 나처럼 주 1회짜리 이사장이다. 나도 주 2회 정도로, 안 되면 월 6회 정도로 라운드 횟수를 늘려보고 싶지만 여러 여건이 허락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나 자신만을 위한 이 이상의 할애는 무리다. 일주일에 한 번의 라운드가 나에게는 천국으로의 일탈이다.

딩동 딩동 메시지가 날아온다. 친구들이 참새방앗간에 모여 앉아 술추렴 중인가보다. 내가 날씨 때문에 공을 못 치고 하늘에 종주먹을 휘둘러대면, 횡재 만난 듯이 좋아하는 아주 질이 나쁜 친구들이다, 나는 술보다 골프가 더 고프지만 하는 수없이 하늘의 주(主)님을 원망하며 주(酒)님을 알현하러 가기로 한다.

“그렇죠? 제 생각에도 두 번이 적당해요. 주중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정말이야? 마누라에게 두 번만 성심봉사하면, 라운드 두 번은 허락받는단 말이지?”

우르릉 번개가 내려치는 사이 잠깐 고막을 막았는지, 아니면 문자메시지 날리느라 몸통은 버리고 사족만 들었는지, 누군가 또 엉뚱하게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한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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