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폭풍] 눈물과 한숨의 면세점·항공업계…책임은 누가?

김유림 기자 기자 2017.07.17 10:42:16

▲중국의 관광규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입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유림 기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장기화 되면서, 국내 면세점 업계와 항공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 보복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중국과의 분위기가 더 냉랭해지고 있다. 이에 CNB는 국내 유통업계의 실상을 두 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


PART ① 한미동맹 강화에 중국 발끈? 눈물짓는 면세점

지난 3월 시작된 중국 정부의 방한 단체관광의 전면 금지 조치가 어느덧 4개월을 지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은 25만3359명, 전년 동기 대비 64.1% 감소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는 199만7985명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305만여명이 입국한 것과 비교하면 100만여명의 유커가 줄어든 것이다. 

이런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에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했고, 한미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국 협력 증진’ 등의 내용을 포함하면서 중국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국내 관광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의 급감은 면세점 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특허권 남발로 새로 문을 연 후발 주자들과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면세점 운영을 포기하는 곳까지 나왔다.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운영권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계약을 맺었으나 다음달 31일자로 영업을 조기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한화갤러리아가 사업권을 따낼 당시만해도 해당 점포의 연매출은 600억원에 달했고, 유커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사드 보복으로 제주를 찾는 중국인이 80~90% 급감하면서 심각한 적자가 이어졌다. 이에 한화는 공항공사 측에 한시적으로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특허권 반납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CNB에 “사드 보복이 시작된 이후 매출액이 월 임대료를 밑돌 정도로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올해 연말까지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계약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면세사업에 진출한 두산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당초 두타면세점은 동대문상권을 고려해 ‘올빼미 쇼핑’을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업계 최초로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고 선포했다. 

▲두타면세점은 영업시간을 대폭 단축하며 국내 최초 심야면세점 타이틀을 내려놓았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부터 자정으로 2시간 앞당긴 데 이어, 최근에는 오후 11시로 영업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통상적으로 시내 면세점의 영업 종료 시간이 오후 9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심야면세점을 포기한 셈이다. 

또 관세청 입찰 당시 제시한 면세면적도 대폭 줄였다. 두타면세점은 9개층에서 총 1만6825㎡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리뉴얼 공사를 통해 2개층을 없애면서 2870여㎡의 면적이 축소됐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브랜드 유치 실패로 경쟁력이 악화되면서, 이미 들어서있는 브랜드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을 기점으로 뮤지크와 스틸러, 발망, 듀퐁, 겐조, 비비안웨스트우드 등 15개 명품이 철수했으며, 제이에스티나와 루이까또즈, 콰니, 오그램 등의 브랜드는 입점을 앞두고 계약을 해지했다.

하나투어의 자회사 SM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손실액이 전년보다 323% 급증하면서, 매장 2개층을 줄여 운영하고 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최근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지류 홍보물 등의 규모를 기존보다 약 30% 축소, 신세계면세점 역시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지급한 법인카드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창립 37년만에 처음으로 ‘연봉 반납’이라는 자구책을 꺼냈다. 회사 측은 지난달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팀장급 간부사원 및 임원 40여명이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하고 결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활기를 잃은 채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급여 반납을 결정한 임직원들은 대부분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직접 경험한 평균 15년 이상의 경력의 베테랑들이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사내게시판에 직접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오픈을 앞두고 있는 신규 사업자들은 개장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5월 관세청에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영업 시작일을 늦춰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지난해 말 특허 심사를 통과한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등을 비롯해 총 9개 사업자들은 관세법에 따라 올해 안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사드 여파로 영업환경이 나빠 연말에 문을 열면 파리만 날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면세업계의 적자가 이어지자 경영권을 서로 미루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호텔·면세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호텔신라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재벌은 44년 역사의 서울 1호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2013년 동화면세점 주식 30.2%를 담보로 설정해, 김 회장에게 600억원을 빌려줬다. 상환 날짜가 도래하자 신라 측은 “현금으로 갚으라”로 요구했지만, 김 회장은 “담보 설정된 주식을 가져라가”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애국심에 호소하며 인민들이 ‘사드 보복’에 나설 것을 유도한 이후, 중국 현지 한 음식점 문앞에 큰 글씨로 “한국 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쓰여있다. 사진 = 연합뉴스

또 앞서 두 번의 특허권 전쟁에서 고배를 마신 SK네트웍스는 23년 만에 면세점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워커힐면세점은 2015년 11월 특허권 수성에 실패해 지난해 5월 영업을 종료했으며, 그해 12월 재도전했지만 실패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특허상실 이후 면세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오는 12월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입찰에도 불참한다”고 말했다. 

과거 폐업사태 재현되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면세점 폐업이 속출했던 이른바 ‘버블 붕괴’가 다시 재현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등 대형 국제행사를 전후로 국내에 외국인 관광객이 갑자기 늘어났다. 이에 정부는 면세점 활성화 정책을 펼쳤고, 1980년대 후반 시내 면세점 수가 29개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1990년대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제주 동화면세점(1995년 10월 폐업), 경주 동화면세점(1998년 3월), 부산 동화면세점(1999년 6월), 경주 남문면세점(2003년 5월), 제주 한진면세점(2006년 6월) 등 줄줄이 문을 닫았다. 대기업인 애경그룹 계열사 AK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하고 2009년 롯데호텔(롯데면세점)에 흡수 합병됐다. 20여년 사이 무려 17개 면세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7월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광산업 복합위기 극복 대책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중국인 관광객 급감과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따른 방한 관광시장의 복합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 연합뉴스

한때 롯데와 신라 등 주요 면세점들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알고 보면 이들 역시 IMF를 거쳐 경쟁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기업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내 면세점 수를 조절하고, 멀쩡히 운영하던 곳을 폐업시키는 행위 자체가 면세사업을 망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사실 관광산업임에도 관세청은 백화점처럼 단순한 유통업으로 보고, 특허권을 남발해 또다시 공급 과잉이 터진 것”이라며 “아무리 유커가 늘어났다고 해도 관광 수요는 한정돼있고, 그 중 쇼핑 수요는 더더욱 국한돼있다. 정부가 면세점 수를 조절하기보다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PART ② 중국 하늘길 닫힌 항공업계…동남아 노선 ‘춘추전국’

7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첫 만남을 가졌다. 당초 예정된 40분을 넘어 75분 동안 회담이 진행돼 이목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각종 제약으로 인해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한한령(限韓令)의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한다. 그런데 한중관계가 곤란에 직면해 있다.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장애물 제거를 희망한다”며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사드 보복으로 인천공항의 중국행 비행기 탑승 수속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드 문제를 두고 양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중국의 사드 보복이 더 혹독해지고 있다. 중국 관광청(中华人民共和国国家旅游局)이 그동안 문제삼지 않았던 싼커(중국인 개별관광객)까지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 소재한 현지 여행사가 한국행 개별비자를 받은 10여 명을 단체로 묶어 한국 관광을 보낸 이후 관광청에서 제재를 당했다고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이를 두고 관광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현지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국행 개별비자를 내주지 말라고 지시한 데 따른 ‘본보기 징계’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한령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적 항공사들의 표정은 실망감이 가득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한국행 단체여행 제한 조치’를 단행한 올 3월 중국 노선 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했으며, 4월과 5월에는 각각 47.0%, 45.6%나 줄었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부터 중국 노선의 공급 축소 방침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중국 노선에 투입했던 250~280석 규모 중형기(A330·B767)를 170석짜리 소형기(A321)로 대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6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감축 대책도 사드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이익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러 중국 도시의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항공사들은 1년치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이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수권은 국가 간에 상호 협정을 통해 정기편의 운항 횟수를 보장받는 권리다. 반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항공사 마음대로 항공편을 늘리고 줄일 수 있는 경우를 오픈스카이(Open Sky·항공 자유화 협정)라고 부른다.

특히 수익성이 좋은 중국 공항의 운수권은 대부분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가져간 상태이며, 협약에 따라 운항 횟수를 충족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면 승객이 단 한 명도 탑승하지 않았더라도, 운수권을 지키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정기편을 띄워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014년 4월 9일 경남 사천공항에 중국 전세기를 이용해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이 사천시의 환영을 받으며 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일례로 2013년 7월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이 오픈스카이가 체결되면서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LCC도 취항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공항 이동 시간이 훨씬 절약되고 표값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김포~도쿄 하네다공항 구간은 운수권 배분이 끝났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CNB에 “중국 노선의 승객이 아직까지 늘어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노선 감축은 한동안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줄였던 모든 중국 항공편을 복구할 단계는 아니지만, 여름 성수기를 맞이하면서 베이징, 광저우 등 수요가 높은 노선 위주로 유동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후발주자인 저가항공사(LCC)들은 한 달에 한번 해당 국가에 허가를 받아 운항하는 ‘부정기편’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국내 항공사의 중국행 부정기편 취항 승인은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LCC의 중국 노선 대부분은 잠정 폐쇄됐으며, 복구 시점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티웨이항공은 인천~윈저우, 인천~하이커우, 대구~상하이 등을 최대 10월 말까지 운항을 중단한다. 이스타항공은 청주~선양, 청주~닝보, 정추~하얼빈, 제주~진쟝 노선의 운휴 기간을 8월 말까지로 연장했으며, 진에어 역시 중국행 항공편 가운데 양양~상하이, 제주~시안, 부산~우시 등 3개 노선이 쉬고 있다. 

중국 노선이 막히면서 항공사들은 비슷한 거리의 일본과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한정된 수요 속에서 너도나도 비행기를 띄울 경우 가격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살 깎아먹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LCC 중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자본잠식 상태이며, 에어서울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드 갈등 이후 부정기편 운항 승인을 거부하면서 저가항공사들은 비슷한 거리의 일본과 동남아 노선으로 대체하고 있다. 사진 = 각 기업

LCC의 공격적인 인기 단거리 노선 확대는 곧장 대형항공사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진다. 단거리 여행객의 항공권 구매 우선 순위는 양질의 서비스보다 ‘저렴한 가격’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8660억원, 영업이익 19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2조8670억원)은 비슷하나, 영업이익(3233억원)은 40.8%나 줄었다. 아시아나항공은 LCC 업계 2위 진에어에게 영업이익이 밀리는 굴욕을 겪었다. 진에어는 1분기 매출 2327억원, 영업이익 341억원, 당기순이익 254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내면서 영업이익에서 아시아나항공(263억원)을 제쳤다.

영업이익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원래 1분기는 항공업계의 전형적인 비수기”라면서도 “하지만 사실 중국 노선 감축이 실적에 영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대형항공사는 장거리인 미주, 유럽 노선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스카이스캐너, 와이페이모어 등 전세계 항공사의 비행기표 가격 비교 사이트가 활성화되면서 외항사에게 밀리는 처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궁여지책으로 단거리 노선을 늘리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사드 보복에 대한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며 “거대 시장인 대륙의 ‘하늘 길’이 계속 닫혀있게 된다면 항공사뿐만 아니라 중국인들과 관련된 국내 모든 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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