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복지 칼럼] 美학회에서 상영된 영화 ‘식량의 진화’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기자 2017.08.07 09:31:53

(CNB저널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6월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식품공학회(IFT) 연차총회에서 ‘식량의 진화 (Food Evolution)’가 상영되었다. 전 세계에서 3만여 명의 식품과학자와 식품엑스포 관계자들이 모이는 거대 학회에서 생명공학 신품종(GMO)의 진실을 말하는 영화가 전체회의실에서 상영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미국 사회에서도 GMO에 대한 논란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이 영화는 오스카상 후보로 올랐던 스캇 해밀턴 케네디(Scott Hamilton Kennedy) 감독이 제작한 것으로 GMO 반대 운동가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23일 미국 영화가에서 개봉되었다.

영화 ‘식량의 진화’는 GMO 반대자들의 구호와 시위를 광범위하게 보여주면서 시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에 따라 하와이에서 파인애플 역병을 견딜 수 있는 GM 종자 사용을 불허한 사례와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바나나 역병을 막을 수 있는 신품종을 허가하지 않아 초토화된 농장들을 보여준다. 하와이는 파인애플 역병으로 과실 통조림 산업이 붕괴되는 것을 보고 최근 생명공학 신품종 재배를 허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우간다는 그들의 주식인 바나나 밭이 역병으로 황폐화되어 아직도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매스컴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육종가들과 과학자들의 진솔하고 책임 있는 말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항암제 개발을 위해 생후 1년 후에는 암이 저절로 발생하도록 만든 실험쥐를 사용하여 GM사료를 먹이고 암이 발생했다고 주장한 프랑스 세라리니의 가짜연구 등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간에 잘못된 실험으로 GMO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사례들에 대해 설득력 있게 해명하고 있다. GMO 반대운동을 하다가 그들의 비과학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에 회의를 가져 영국 옥스퍼드 농민대회에서 공개 사과를 하고 농업생명공학 전도사로 변신한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의 충고와 조언을 적절하게 담고 있다. 뉴욕에서 개최된 GMO 찬반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기 전에 청중들의 GMO 찬성, 반대, 모르겠음이 30:30:30으로 조사되었으나 토론 후에 찬성과 반대가 60:30으로 바뀐 현장 역시 소개했다. 

영화 ‘식량의 진화’ vs ‘유전자 룰렛’

포브스 오피니언(Forbes Opinion)에 이 영화에 대한 칼럼을 쓴 케빈 세나파시(Kevin Senapathy)는 작년 11월에 이 영화 시사회를 뉴욕에서 개최했는데 시사회를 시작하기 전에 ‘GMO의 안전성과 환경 영향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70여 명이 손을 들었는데, 시사회가 끝난 후 같은 질문에 대해 단 2명만이 손을 들었다고 전한다. 그는 이런 영화가 GMO 반대운동을 하는 극렬분자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으나 정확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원하는 많은 대중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영화 ‘식량의 진화’ 포스터.

그동안 반GMO 단체들은 미국 유기농협회가 만든 ‘유전자 룰렛’이란 영화를 가지고 우리 국민을 GMO 공포에 시달리게 했다. 그로 인해 GMO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만연했고 GM식품 완전표시제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다. 심지어 농촌진흥청 앞에서 농업생명공학 연구를 중단하라는 시위까지 일어나는 상황이 되었다. 철저한 안전성 검사와 관리를 통해 허가되고 유통되는 GM식품은 안전하며, 완전표시제는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해 먹는 우리나라에서는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어렵게 만들고 득보다 실이 크다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다. 전 세계가 미래 식량 생산를 위해 생명공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우리가 생명공학연구를 포기하면 농업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데도 여론과 정치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 ‘식량의 진화’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하루속히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화가 개봉되어 국민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를 바란다. 

(정리 = 최영태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