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탈모 칼럼] 아리스토텔레스의 오줌 요법과 현대의 DHT 치료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기자 2017.08.28 09:18:13

(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네덜란드의 호이징거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했다. 유희하는, 노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은 놀이라면 단순히 먹고 마시는 형이하학적인 면만 생각한다. 이에 반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절제와 지혜가 필요한 놀이를 생각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행복을 만끽했다. 마케도니아 국왕 필리포스 2세의 주치의를 아버지로 둔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을 물 쓰듯 했다. 세상의 진귀한 물건을 소유하고, 화려한 대저택에서 수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유유자적 하는 삶을 살았다. 반짝이는 의상에 비싼 반지를 끼고, 최고급 헤어숍에서 머리손질을 하면서 행복을 느꼈다. 

이 같은 삶은 1990년대 서울 강남의 오렌지족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앎이 있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겉모습에 관심이 높으면서도 공부하는 오렌지족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외모는 볼품이 없었던 듯하다. 작은 키의 그는 다리가 새처럼 가늘었고, 눈도 작았다. 무엇보다 탈모가 있었다. 성격은 나약했고, 말은 더듬었다. 대신 머리가 좋았고, 일처리는 섬세했다. 집안 좋고, 두뇌가 우수하고, 학문 열정이 높은 그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 플라톤에게서 20여 년을 배웠다. 또 당대 최고의 실력자인 왕자 알렉산드로스의 개인교사로 7년을 지도했다.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손에 쥔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휑해지는 두상 고민이다. 머리카락이 시나브로 사라져 탈모인이 되었다. 냉철한 분석가 유형인 그는 모발을 연구했다. 머리카락의 생로병사를 고민하고, 치료법 찾기를 시도했다. 

기원전 4세기의 인물인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년)의 탈모치료법은 약 2500년이 흐른 현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가 행한 긍정과 부정의 모습이 오늘날에도 진행형이다.

먼저, 긍정의 모습이다. 의학을 가업으로 물려받은 그는 대머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 결과 의미 있는 결론을 얻었다. 양물을 제거한 남성은 탈모가 되지 않고, 탈모는 성생활 시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고, 여성에게는 대머리가 없음을 확인했다. 또 성을 밝히는 남성은 모발이 빠진다는 주장을 했다. 

‘성과 탈모의 관계’를 일찍이 파악한 아리스토텔레스

그의 탈모 연구는 현대의학에서도 상당 부분 인정된다. 첫째, 성생활과 탈모 시기다. 유전성 탈모 인자는 성장이 끝난 후에 발현되기 시작한다. 남성의 성장은 대략 18세에서 20세 사이에 완성된다. 따라서 남자는 군 복무 전후에 탈모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성생활 시기에 탈모가 된다’는 연구는 합리적인 것이다. 그는 이미 탈모와 호르몬 관계를 인식한 셈이다. 

둘째, 여성과 대머리다. 그는 여성은 남성처럼 완전한 대머리가 진행되지 않음을 알았다. 정수리 주변으로만 확산되는 여성 탈모의 특징을 제대로 관찰했다. 이마와 정수리가 휑한 남성형 탈모와 그렇지 않은 여성형 탈모의 유형 차이를 분명하게 설명한 셈이다.

셋째, 거세와 탈모다. 그는 거세된 남성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체모에 특정한 변화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현대 의학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탈모 유형과 원인을 짐작했지만 치료방법을 개발하지 못했다. 당시 의학 수준의 한계 때문이다. 그는 전통요법으로 머리카락이 솟아나기를 기대했다. 탈모 부위에 염소 오줌을 발랐다. 사람의 오줌에는 호르몬, 생리활성물질, 영양물질, 효소 등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제약회사에서 약용 성분을 추출도 한다. 현대적인 의약품이 없던 고대에는 오줌으로 자가 치유를 꾀한 사례도 꽤 있다. 채식동물인 소나 염소 등의 오줌에도 일부 약용 성분과 발효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리스토텔스는 당시의 여러 질병 치료 경험을 탈모에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실천한 염소 오줌 치료법은 현대에도 사례가 있다. 의학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구촌 오지에서 민간요법으로 남아 있다. 얼마 전 탈모 치료를 한 남성은 인도네시아 근무 시 오줌으로 모발을 다시 나게 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결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는 현대 의학과 일정 부분 공감된다. 그러나 오줌 치료법은 현대 의학으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 오히려 두피에 자극을 줄 수도 있다. 유전형 탈모는 DHT가 원인이다. 현대 의학으로 입증된 탈모 치료법은 DHT를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약을 사용하는 것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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