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외국인들 코스닥에 눈 돌린 속내

“일시적 현상” vs “장기투자 포석” 엇갈린 증권가

손강훈 기자 기자 2017.09.11 10:00:44

▲코스닥이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북핵’이라는 부정적 이슈에도 외국인들의 코스닥 매수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강훈 기자)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던 ‘코스닥’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그동안 국내 증시 호황을 이끌었던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어, 이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코스닥이 외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 강세가 지속됐던 국내 주식시장에서 최근 코스닥이 힘을 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지난달 24일부터 현재(6일 종가기준)까지 0.8%(4.88포인트)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2.4%(56.02포인트) 떨어지며 대조를 이뤘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매수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8월 한 달간 이들은 2764억원의 코스닥 주식을 순매수(총매수액에서 총매도액을 뺀 금액, 순수하게 산 것)했지만, 코스피 주식은 1조8652억원을 순매도(총매도액에서 총매수액을 뺀 금액, 순수하게 판 것)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ATM(현금입출금기계) 코리아’라고 불릴 만큼 해외 의존도가 높다. 실제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은 600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상장 주식의 33%를 넘어선다. 달리 말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2000언저리에 머물던 코스피가 최근 2300~2400 사이를 오가며 승승장구 한 것도 외국인의 힘이었다. 작년부터 글로벌 경기가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고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을 누리자, 실적 개선이 뚜렷한 국내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식을 샀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 주식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만 이들은 9조원 가량의 코스피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은 주목받지 못했다. 순매수에서 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6.83%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 코스닥 전체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4조6133억원으로 작년 대비 22.6% 증가했지만 지수 상승률은 5.46%에 그쳤다. 코스피 지수 상승률 17.57%에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외국인들의 코스닥을 사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의 6차 핵실험’ 충격에 휩싸였던 지난 4일에도 이들은 코스닥 주식 197억원을 사들이며 매수기조를 유지했다.

‘북핵문제·셀트리온’ 변수 여전

외국인들이 코스닥에 대한 생각을 바꾼 이유는 코스닥 상장사의 실적 개선세를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코스피의 경우,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승 동인(모멘텀) 부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반면, 코스닥에 등록된 상장사들은 시장전망보다 우수한 2분기 실적을 내며 3분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은 올 3분기 코스닥 상장사 145개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치면 1조5567억원으로 전년보다 31.5%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은 상승세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열린 셀트리온 창립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서정진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셀트리온

투자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세법개정안 초안은 중소기업·벤처기업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반면 대기업은 법인세 인상 등 세금부담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중소형기업이 상장돼 있는 코스닥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달 말 시행되는 ‘공매도 거래 제한조치’로 인해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이 발생해 중소형주의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가, 정부정책 변화로 인한 기관투자자들의 중소형주 투자 방향 선회 역시 긍정적 효과가 전망된다.  

이와 관련,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정치, 국내 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3분기는 실적 대비 부진한 주가 상승률을 보였던 코스닥기업이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문제는 코스닥 상승세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4일에도 코스닥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다음날에는 매도세로, 6일에는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는 등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코스닥 시장 대장주인 ‘셀트리온’이 코스피 이전을 논의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셀트리온은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이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코스닥 시장 상장폐지 안건을 논의한다. 

셀트리온은 시가총액이 14조2011억원(6일 종가기준)에 달한다.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6조5541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만약 셀트리온이 이탈한다면 코스닥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코스닥 지수 상승이 IT·제약·바이오 등 특정 업종에 쏠려 변동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질 좋은 상승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는 다분히 순환매(특정 종목에 투자자가 몰려 주가가 상승하면 관련 종목 주가도 올라 이를 순환적으로 매수하려는 분위기)적 성격이 강하다”며 “이는 대형주의 투자 매력이 살아나면 언제든지 빠져나간다는 말로 최근 코스닥 상승세를 본격적인 중·소형주 장세 부활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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