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잘 키운 제품 하나, ‘신약 대박’ 안 부럽다

김유림 기자 기자 2017.09.11 10:00:44

▲사진 = 동국제약

(CNB저널 = 김유림 기자) 제약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 중의 하나이자 국민 건강의 영원한 동반자다. 최근에는 신약개발 열풍이 불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히트제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에 CNB는 수십년 세월 서민과 함께 해온 제약사의 ‘장수 효자제품’들을 취재해 연재한다.


“새 살이 솔솔” 동국제약 마데카솔

올해로 창립 49주년을 맞은 동국제약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근한 제약회사 중 하나다. 상처연고제 마데카솔, 잇몸질환 치료제 인사돌을 비롯해 구내염 치료제 오라메디, 여성갱년기 증상치료제 훼라민큐 등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소비자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유명 일반의약품(OTC)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새살이 솔솔~’이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한 ‘마데카솔’은 기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새 출시 47년째를 맞이했으며, 단일제품으로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앞서 1968년 동국제약은 설립 이후 10년 가까이 해외 약품을 수입, 판매해왔으며, 마데카솔 역시 1970년 프랑스 라로슈 나바론사(社)로부터 들여와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당시 상처치료제는 ‘빨간약’이었던 시대에 다친 곳을 빨리 아물게 도와주는 피부치료 연고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상륙한 것이다. 

마데카솔의 주원료는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가 주산지인 ‘센텔라아시아티카’라는 식물의 정량추출물이다. 브랜드명 마데카솔은 이 식물이 자라는 곳 ‘마다가스카르 섬’의 지명에서 유래됐다. 

‘센텔라 정량추출물’은 상처의 치유 과정에서 정상 피부와 유사한 콜라겐을 합성하도록 도와 새살을 빠르게 재생시킨다. 상처 치유 후 흉터가 남지 않도록 돕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후 1977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데 성공, 1984년 나바론사에게 주요 기술을 이전 받아 원료의 추출에서부터 완제품의 탄생까지 자체 기술로 제작하게 됐다. 1985년 ‘복합마데카솔 연고’, 1993년 ‘마데카솔분말’, 2009년 ‘마데카솔케어연고’ 등으로 다양한 제품 라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마데카솔의 가장 큰 변신은 2015년이다. 그해 4월 동국제약은 센텔라 정량추출물이 들어간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CENTELLIAN) 24’를 론칭했다. 식물성분 제품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온 결과인 것이다. 

▲1998년 복합마데카솔 광고. 사진 = 동국제약

대표제품 ‘마데카 크림’은 출시 1년 만에 100만개를 판매, 올 상반기에는 300만개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화장품에는 센텔라 정량추출물 외에 동백꽃추출물, 겨우살이열매추출물, 개서어나무잎추출물 등 8가지 특허받은 성분이 들어있다. 임상 연구 결과 피부콜라겐 생성을 증가시켜 피부 보호막 형성 및 피부 장벽 강화 작용,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진정시켜 주는 효과가 확인돼 유커들의 구매율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기능성 화장품의 인기에 힘입어 동국제약은 지난해 전년 동기대비 19.1% 성장하며, 매출 309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9억원으로 39.6%, 당기순이익은 407억원으로 49.5% 각각 증가했다. 이 중 화장품 사업 부문 매출이 400억원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CNB에 “마데카솔의 주성분인 센텔라 정량추출물은 식물성분이기 때문에 흉터치료뿐만 아니라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R&D와 기술혁신에 주력하며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도 회사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원료 식물을 직접 들여와 약품을 만들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센텔라아시아티카는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과하고, 추출작업에 들어가 완제품으로 생산된다. 반세기 동안 변함없이 상처를 치료해준 마데카솔은 앞으로도 흉터가 남지 않도록 소비자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마데카솔 브랜드는 수익금 일부를 사회를 환원하기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소아암 어린이 야외체험, 보육시설 휴대용 구급가방 후원, 리틀야구 대표팀 야구용품 및 구급함 후원, 유소년축구 대표팀(상비군) 후원 등 미래 희망인 꿈나무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세기 최씨 고집” 광동제약 ‘우황청심원’

우황청심원은 집안에 어르신이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뒷목 잡고 쓰러질 때, 부부싸움을 하다가 심한 충격을 받아 갑자기 어지러울 때, 수능 시험과 면접을 앞두고 떨림이 심할 때 한국인이 가장 먼저 찾는 가정용 상비약이다. 

중국에도 우황청심환(丸)이 있지만 우황청심원(元)과 엄연히 다르다. 중국의 우황청심환은 3세기경 쓰여진 의서 금궤요략을 토대로 20여종 안팎의 약재로 제조되고 있으며, 현대에는 야생동물 보호법에 의해 구할 수 없는 약재가 많아 예전보다 약효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또 워낙 땅이 넓어 지역별로 각각 다른 동양의학이 발전했고, 청심환 역시 수십가지의 종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1610년 허준이 동의보감에 서술한 한약재 30여개를 이용한 처방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비록 중국의 의서에서 비롯하였지만 청심원 중에 가장 원방에 가까운 처방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황, 사향, 주사, 석웅황, 서각, 감초, 계피, 작약, 꿀 등이 들어가며, 소의 담낭에 생긴 결정인 우황을 중심으로 약재들을 잘게 빻아서 둥글게 뭉쳐 금박을 입혀 만든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중풍 초기에 갑자기 쓰러져 의식이 혼탁하고 가래가 끓고, 혀가 굳어지고, 손발이 마비되거나 눈과

▲광동 우황청심원 초창기 이미지(위)와 현재 이미지. 사진 = 광동제약

입이 삐뚤어지는 등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복용해 정신을 차리게 하고 되살리는 약이라고 나와 있다.

이렇게 수백년 이어온 우리 민족의 명방은 현재 10여 곳의 제약사가 일반의약품으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그 중 점유율 3분의 2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광동제약의 우황청심원은 허준의 동의보감 처방전을 그대로 재현한 의약품이다. 

한방을 현대 과학화하여 대표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고 최수부 창업주의 결심 아래 밤낮 없는 연구와 효능 실험을 거쳐 1973년 제조 허가를 취득, 1974년 ‘거북표 원방우황청심원’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청심원 시장은 “제비 몰러 나간다~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 광고로 유명한 조선무약의 솔표가 장악하고 있었지만, 거북표는 출시하자마자 고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최고경영자가 손수 약제를 고르고 제조유통 과정까지 관리하며 정성을 기울인 만큼 효능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 창업주가 직접 TV 광고에 출연해 “최씨 고집으로 직접 원료를 골라왔다”고 강조하는 멘트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당시 기업주의 CF 출연은 파격적인 시도였지만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후 광동은 1990년 ‘효소 처리에 의한 우황청심원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 출원에 성공, 이듬해 마시는 우황청심원 현탁액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환 형태의 약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이를 성인 기준 1회 복용량인 30ml의 액체로 만들어 체내 흡수율도 높였다. 기존의 청심원은 한약 특유의 냄새와 쓴맛이 나는 단점이 있지만, 현탁액은 마시기 편하고 효과도 빨라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데 일등공신으로 작용했다. 

▲광동 우황청심원 TV 광고에 직접 출연한 최수부 광동제약 창업주. 사진 = 광동제약

2000년대 초반까지 거북표와 솔표는 청심원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며 라이벌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광동제약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R&D에 매진했고, ‘영묘향(사향고양이 분비물)’ 개발에 성공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회장이 직접 TV출연…당시엔 파격

1993년 한국이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면서, 청심원의 주성분인 사향(사향노루의 생식기에 붙어있는 사향선을 건조시킨 약재)의 수급이 힘들어졌다. 이에 광동은 원처방 한방 원리에 최대한 충실하기 위해 2000년 영묘향을 사향대체제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과학적으로도 그 효과가 입증됐다. 

실제로 2000년 생약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사항함유 우황청심원액과 영묘향함유 우황청심원액의 혈압강하작용 및 적출심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약리효능비교’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고농도 영묘향과 사향함유 우황청심원액간의 효력비교에 있어 통계상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 등 긴장에 의한 불편함을 없애는 증상을 호전시키는데 사향 함유 청심원과 영묘향 함유 제품 모두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제약사들은 ‘L-무스콘’이라는 화학 성분을 대체제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L-무스콘은 빛을 받으면 자동 휘산(揮散)하는 경향이 있어 물질이 불안정하고, 40여종에 달하는 천연사향의 성분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어 ‘영묘향’보다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광동제약 우황청심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매출 372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일반의약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 4위에 올랐다. 

최 창업주는 지난 2013년 타계 전까지 매주 경기 평택시 송탄공장으로 내려가 직접 우황청심원에 들어가는 약재를 살폈다. 최 창업주는 “약재가 약효를 좌우하기 때문에 아무리 비싸더라도 좋은 약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약품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한 치의 소홀함도 있을 수 없다”며 손수 약재를 고르는 이유를 밝혔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CNB에 “우리 선조들의 구급처방약이었던 우황청심원은 한방 과학화를 표방하며 출범한 광동제약의 대표 제품”이라며 “40년 넘게 쌓인 노하우로 내 가족이 복용한다는 생각으로 한약재 선별부터 제조 과정까지 엄격하게 관리하며 정성을 다하여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황청심원은 ‘기사회생의 영약’이라는 유명세 때문에 만병통치약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만큼 약국에서 약사를 통해 복용 가능 여부와 적정 복용량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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