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혁신기업, 여성 이사 비율 높다"…한경연, 실리콘밸리 기업 지배구조 트렌드 분석

윤지원 기자 2017.09.13 18:17:44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의 로고. (사진 = 웹페이지 캡처)


한국경제연구원이 '혁신기업과 기업지배구조 트렌드'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차등의결권 도입 증가 △여성이사 비율 증가 △주주행동주의 확대 등의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기업의 지배구조가 규모와 특성,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전제하고, 이번 보고서에 나타난 미국 혁신 기업들의 최근 지배구조 트렌드 분석과 시사점이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차등의결권 도입으로 경영권 안정 추구

이 보고서에서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지배구조 트렌드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차등의결권의 도입률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차등의결권이란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창업주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경영을 위해 필요하다는 평가다. 특히, 신생 혁신기업의 경우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고, 적대적 M&A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대기업에게도 적절한 방어책이 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차등의결권 도입률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2016년에 11.3%를 기록했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구글(Google)과 페이스북(Facebook), VM웨어(VMware) 등이 있다.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차등의결권 도입률 추이.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중 2위 기업인 구글의 경우 2004년 8월 19일에 기업공개(IPO)가 이루어졌는데, 현재 창업주들에게 주어진 차등의결권은 1주당 10배에 달한다. 

페이스북은 2012년 2월 1일 IPO를 실시했다. 페이스북의 주식은 보통주인 A주와 B주가 있으며, B주에는 주당 10주의 의결권이 주어진다. 2003년에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는 전체 B주의 85%에 해당하는 4억 6800만 주의 B주를 보유하고 있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현성 한경연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1주 1의결권’ 원칙에 따라 차등의결권 도입이 불가능하다”며 “기업의 장기 비전을 정립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할 필요가 있는 혁신기업에 한해 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행동주의 공격, 대기업·신생기업 안 가려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에 대한 주주행동주의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것으로 꼽혔다. 주주행동주의는 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주주행동주의 공격은 그동안 주로 S&P(스탠다드&푸어)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져 왔으나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 한경연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중 톱15 기업에 대한 주주행동주의 비율(최소 1회 이상 공격)은 2016년 73.3%로 조사됐다.

박 연구원은 “최근 아시아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이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며 “특히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은 IT 혁신기업의 경우 차등의결권 도입과 같은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지배구조 트렌드 → 국내혁신기업 시사점 정리.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여성 이사 비율이 경영 효율성 및 실적 향상 척도

한편 한경연은 실리콘밸리 기업의 여성이사 비율이 증가하는 등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점으로 꼽았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추구 경향은 해당 기업 이사의 성별, 인종, 국적, 교육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판단할 수 있는데, 주로 여성 이사의 비율 증가를 측정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은 1996년 2.1%에서 2016년 14.1%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S&P 100대 기업의 평균은 2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기업이 여성 이사의 비율이 증가해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할 경우, 기업 경영의 효율성 및 실적 향상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은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노르웨이, 싱가포르 등 다수 국가에서 추구하고 있는 트렌드다. 반면, ‘2017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 이사회 임원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 여성 임원비율은 2.4%로 아태지역 20개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우리도 혁신기업들이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등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이 보고서는 이사 시차임기제, 이사 과반수투표제, 주식 보유 가이드라인 등의 트렌드가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에서 최근 흔히 나타나는 트렌드인 것으로 꼽았으나, 이런 특징들은 국내에서도 이미 잘 시행되고 있거나, 도입이 시급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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