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경유차 테스트 강화법' 시행 1년 유예…업체 현실 및 경제적 손실 고려

자발적 대안 협의하니 배출가스 저감 효과 오히려 늘어

윤지원 기자 2017.09.20 11:51:01

▲미세먼지가 낀 영종대교와 그 위를 달리는 차량들. (사진 = 연합뉴스)


환경부가 경유차의 배출가스 측정법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국제표준 중·소형차 시험방식(WLTP*)을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기존 일부 차량의 생산중단이 불가피한 현실과 생산중단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을 고려, 법안을 일부 수정하고 대안으로서의 협력 모델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 WLTP: Worldwide harmonized Light-duty vehicle Test Procedure

더 엄격한 시험방법 도입

자동차 인증을 위한 시험방법에는 두 종류가 있다. 실제 도로 주행 간에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실도로시험방식과 차대동력계 위에서 가상주행모드를 통해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실내시험방식이 그것이다. 

이중 기존에 시행해 온 실내시험방법(NEDC)은 주행패턴이 단순해 배출가스 측정값이 실주행과 차이가 있고, 폭스바겐 사건 등에서 보듯 시험 모드 인식을 통한 임의설정이 용이하다는 취약점이 존재했다.

이번에 입법 예고된 WLTP는 NEDC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제연합 유럽경제위원회(UN ECE) 내 자동차 국제표준화포럼(WP.29)이 주도해 유럽, 일본, 한국 등에서의 주행데이터를 수집해 2014년 새롭게 개발한 강화된 실내주행 시험방식이다.

WLTP는 가속·감속 패턴 등을 현실적으로 개선하고, 주행시험 시간을 20분에서 30분으로 증가시켰으며 엔진사용 영역을 확대해 적용한다. 더 정확하고 엄격한 시험을 통해 임의조작(defeat device)을 차단하고 배출가스 측정값을 현실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국내 자동차 인증 절차에도 WLTP를 도입, 신규 인증 차량에는 10월 1일 시행 즉시 적용하고 이미 생산 중인 기존 인증 차량에는 2018년 9월부터 적용한다고 입법예고를 한 바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 시험방법. (사진 = 환경부)


완성차 업체, "생산중단 불가피" 호소
협력업체·지역경제 어쩌나?

그러나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등의 완성차 업체들은 일부 기존 인증 차종에 대해서는 2018년 9월까지 규제기준을 충족하기가 어려워 생산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되면 1250여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경영악화로 이어지며 결국 지역경제 침체와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며 시행 시기의 유예를 요청했다.

이에 환경부는 완성차 업체 및 전문가들과 회의를 거쳐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8월 28일 재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2018년 9월 1일부터 2019년 8월 31일까지 1년 동안은 기존시험방법을 적용한 차량이라도 출고량의 30% 범위에서 출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이런 유예에 따른 질소산화물 증가량은 연간 377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를 업체 측이 자발적으로 저감할  대안이 필요하다. 이에 환경부와 완성차 업체는 업체 측의 자발적 배출가스 저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인 협의를 거쳤다. 

그 결과 마련된 구체적인 방안은 각 완성차 업체가 ▲일부 차종에 대한 조기 단종 ▲2019년 9월부터 시행되는 실도로 인증기준에 조기 대응 ▲실도로 배출량을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의 권고기준(0.4g/km) 이내로 관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WLTP 대응이 어려운 차종이 추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을 상쇄한다는 것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왼쪽)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친환경 자동차 시승행사 '다같이 돌자 국회 한바퀴'에 참석해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과 함께 전기차 시승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일방적 제도 추진보다 자발적 협력모델이 효과 더 커

완성차 업체마다 배출가스 저감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업체별로 생산 중인 차종 가운데 추가 저감이 가능한 차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저감 조치를 적용하고, 그렇지 못한 차종에 대해서는 유예 허용 물량인 30%를 활용해 최소한의 생산을 유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 방안에 따라 456톤의 질소산화물을 저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때보다 오히려 79톤을 추가로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이라고 환경부 관계자는 밝혔다.

환경부는 9월 19일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협력 모델을 보고하면서, 앞으로도 필요한 환경 규제를 도입·강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환경·경제·사회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와 완성차 업체들은 이 같은 협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향후 친환경차 확대 등에 대한 장기적 비전에 뜻을 모은다는 취지의 협약식을 9월 말에 자발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며, 그 이행 상황을 함께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환경부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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