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카카오스토리에서 비방하면 모욕죄, 인터넷 카페에서는 무죄?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기자 2017.10.20 10:51:48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최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머 중에 ‘한국인을 고문하는 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고문 방법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 두 개가 있어 소개합니다. 바로 ‘화장실에 갈 때 휴대폰을 못 가져가도록 하는 것’과 ‘인터넷 속도를 10Mbps 이하로 줄이는 것’입니다. 이런 유머가 나올 정도로, 빠른 인터넷 속도와 휴대전화는 한국인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한 손에 들어오는 휴대폰으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한 검색을 하게 되면서, 휴대폰은 항상 손이 닿는 곳에 있어야 하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저도 사무실 밖에서 휴대폰으로 처리하는 일이 많아졌고, 휴대폰 없는 업무처리를 상상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업무 환경이 크게 바뀐 것이지요.

어디서나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른바 제가 관여하던 사이버 세계도 넓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자주 접속하는 커뮤니티가 ‘싸이월드’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 여러 매체로 늘어났습니다.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곳을 기웃거리고, 글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이버 세계에서는 종종 격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댓글에 비난·비방·욕설이 가득하기도 합니다. 최근, 같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느냐에 따라 모욕죄가 성립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판결이 나와 소개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성격 따라 모욕죄 성립 조건 달라져

보도에 따르면, 강 모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정 모 씨를 비방하는 취지의 글을 카카오스토리와 공인중개사 모임 인터넷카페에 올렸습니다. 강 씨는 정 씨에 대해 “정 실장, 철없다 여긴 건 진즉이었는데 그게 꼴값을 떠는 거였더라”, “받는 데만 익숙한 지독한 공주과(科)” 등의 글을 카카오스토리와 공인중개사 카페에 각각 올렸습니다. 

정 씨는 강 씨를 모욕죄로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강 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공인중개사 카페에 올린 글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바로 ‘정 실장’이라는 호칭에 있습니다. 모욕죄는 비방의 대상인 상대방이 특정되어야 성립합니다.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으면 허공을 향해 욕을 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럼 정 실장이라는 호칭은 상대방을 특정하는 호칭일까요? 일단 정 실장이라고만 하면 전국에 수백 명 이상이 있을 것입니다. 어느 회사에 근무하고, 어디에 살며, 나이가 몇 살인지 등이 특정되지 않으면 우리는 정 실장이라는 호칭만으로는 그게 도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 실장에 대해 말했을 때 그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와 매우 가깝거나 연관이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 판결을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최근, 한 사람에 대한 같은 비방글을 지인 위주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렸을 때와 불특정 다수 위주의 인터넷 카레에 올렸을 때 모욕죄의 성립 여부가 다르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 = 카카오스토리 시작화면 캡처

카카오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전화번호를 서로 알거나 쌍방이 동의해야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유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아무래도 좁은 편입니다. 대개 한 다리를 건너면 아는 사람들끼리 모입니다. 

이 카카오스토리에 정 실장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면, 이 카카오스토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 정 실장이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법원은 강 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비방의 글에 대해 모욕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반면에 공인중개사 인터넷 카페는 회원 수가 2만 8천여 명이었고, 누구나 가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카페의 게시판에서는 정 실장이 누군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과는 다르게 이 카페에 올린 글에 대해서는 강 씨를 무죄 판결했습니다.

피해 시 게시물 캡처로 증거 확보가 우선

요즘은 모욕죄가 실제 생활보다 사이버 세상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사이버 모욕죄’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보통신망법에 사이버 명예훼손이라는 죄는 있는데, 모욕죄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합니다. 

내가 이런 모욕죄의 피해자가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해당 인터넷 화면을 캡처해도 좋고, 사진을 찍어도 좋습니다. 그런 다음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물의 게시 중단을 요청하면 됩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일단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게시물은 일단 삭제되면 복구하기 어렵고,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내가 올린 게시글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고소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욕죄는 친고죄(親告罪)입니다. 따라서 상대방과 합의하여 고소가 취하되면, 검사는 불기소 처분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빠른 시일 내에 합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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