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43) 나사렛·사해] 예수 뛰놀던 나사렛과 불심판 받던 소돔 있는 사해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기자 2017.10.20 10:50:44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4일차 (이스탄불 → 텔아비브 도착 → 하이파 → 나사렛 → 갈릴리 호수 → 사해) 

텔아비브에서 북행

새벽 1시 넘은 시각, 페가수스(Pegasus) 항공기로 이스탄불을 떠난다. 두 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텔아비브 공항에서 이스라엘 출입국 관리는 내 여권에 찍힌 이란 스탬프를 찾아내어 몇 가지 따진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란 스탬프가, 이란에서는 이스라엘 스탬프가 낙인이다.

렌터카로 이동을 시작한다. 캄캄한 새벽길을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며 달린다. 이스라엘의 도로는 복잡하지만 그래도 표지판이 훌륭하여 운전자의 부담을 크게 던다. 

텔아비브 공항에서 올드 자파(Old Jaffa) 해변까지는 30분. 아직은 어둡지만 안드로메다 바위와 넘실거리는 지중해 파도를 볼 수 있다. 마침 인근 유대교당 새벽 기도 소리가 야릇하게 들려오니 분명 이스라엘에 와있음을 실감한다. 

여기서 지중해를 왼쪽으로 보며 북쪽으로 한 시간 올라가 카이사리아(또는 시저리아, Caesarea) 해변에 도착할 즈음 동이 튼다. 바로 이곳이 고대 페니키아 중심 아닌가? 한 때 로마 총독과 군대가 주둔했고 예루살렘에서 붙잡힌 사도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었던 곳이다. 아직도 도수교(aqueduct, 導水橋)를 비롯한 로마 유적들이 제법 온전히 남아 있다. 

카이사리아를 떠나 하이파(Haifa)에 도착하니 마침 도시는 출근 시간으로 분주하다. 예루살렘, 텔아비브에 이어 이스라엘 제3의 도시이고 이스라엘 하이테크 산업의 요람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예루살렘은 기도하고, 텔아비브는 즐기고, 하이파는 일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하이파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갈멜산 기슭에 있는 엘리야 동굴(Elijah’s Cave)을 찾는다. 웬만한 동네 뒷산 어디에나 있을 범한 평범한 작은 동굴이지만 그 이름값은 드높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바하이교 모두의 예언자인 그가 기도하며 사탄의 유혹을 이겨냈다는 바로 그 동굴이다. 이곳은 의외로 샤머니즘적 분위기를 듬뿍 풍겨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가버나움 초기 기독교 교회 터. 사진 = 김현주

▲카이사리아의 고대 로마 도수교 유적지. 사진 = 김현주

예수 어릴 적 뛰놀던 나사렛

사막을 가로질러 나사렛(Nazareth)을 찾는다. 이제는 7만 5000명의 도시가 되었지만 예수가 어릴 적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자란 소박한 곳이다. 사막 한 가운데로 난 황량한 언덕길을 지나야 나오는 나사렛은 이제 압도적으로 다민족 다문화 도시이다. 예수가 자란 마을에 교회와 모스크가 공존하는 풍경이 낯설다. 

나사렛 올드타운 중심에 있는 성모 영보(聖母 領報) 성당(Basilica of Annunciation)부터 찾는다. 성모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예수의 탄생을 예고 받은 장소에 세워진 성당이다. 성당 앞마당에는 세계 각국 교회가 보내온 성모 마리아 상 모자이크를 전시해 놓았다. 

바로 옆에는 성 요셉 교회가 있다. 지하 동굴, 목수 요셉의 공방이 있었던 자리에 세워졌다. 예수가 어릴 적 뛰놀았을 성당 뒤 시장 골목을 배회하며 예수를 그려 본다. 예수가 어릴 적 공부하고 기도했으며, 스스로 메시아를 선포했다고 전해지는 시나고그(Synagogue) 교회도 골목 안에 아직 서있다. 

▲티베리아스와 갈릴리 호수. 둘레 53km, 남북으로 길쭉한 갈릴리는 ‘바다’(sea)라는 명칭이 붙지만 사실은 담수호이다. 사진 = 김현주

▲나사렛 올드타운 성모영보 성당(Basilica of Annunciation). 사진 = 김현주

갈릴리 호안 가버나움

갈릴리 호수(Sea of Galilee) 북안(北岸)에 위치한 가버나움(Capernaum)을 항하여 차를 달린다. 이스라엘 어디를 가도 그렇듯 오르락내리락 이어지는 험한 사막 길이다. 예수도 이 길을 따라 고향 나사렛과 그의 활동 무대였던 가버나움 사이를 수없이 오갔을 것이다. 

티베리아스(Tiberias)에서 바다처럼 넓은 갈릴리를 만난다. 둘레 53km, 남북으로 길쭉한 갈릴리는 ‘바다’(sea)라는 명칭이 붙지만 사실은 담수호이다. 사해(死海, Dead Sea)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 째로 낮은(해발 -210m) 호수이다. 풍광이 아름답고 날씨가 온화한 이곳에서 예수는 ‘오병이어(五餠二魚)’를 비롯한 많은 기적을 행하며 전설을 남겼다.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며 예수가 제자로 받아들인 베드로, 요한, 세리 마태오 등의 고향이기도 하다. 어부 시몬 베드로의 집터 위에 지은 성 베드로 교회가 위엄 있게 서있고, 교회 바로 옆 초기 교회 터(4~5세기)에서는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나사렛 성모 영보 성당 안에는 한국이 기증한 성모마리아 모자이크 벽화가 있다. 사진 = 김현주

이스라엘 종단

갈릴리 동안(東岸)을 끼고 웨스트 뱅크(West Bank)를 남북으로 관통하여 사해 지역으로 이동한다. 도로는 이스라엘-요르단 국경을 이루는 요르단 강을 따라 남행한다. 벳셰안(Beth Shean), 제리코(Jericho, 여리고) 같은 낯익은 지명들을 가까이 지난다. 사해를 만날 즈음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사막의 밤은 곧 암흑으로 변한다. 예약해 놓은 숙소에 찾아 들어가 안도의 숨을 쉰다. 고된 긴 하루 끝에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에서 맞이한 휴식의 시간이 매우 달콤하다.  


▲예수가 어릴 적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자란 나사렛을 향해 간다. 사진 = 김현주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사진 = 김현주

5일차 (사해)  

사해 부근 풍경

찬란하게 아름다운 날씨로 사막의 아침이 열린다. 에일랏(Eilat) 방향으로 90번 도로를 따라 15km쯤 남행하니 소돔 산(Mount Sodom)이 나온다. 험준한 바위 사막 지역이다. 불과 유황의 심판을 받은 소돔 땅이 아쉬워 뒤돌아보던 롯의 아내가 돌기둥이 되었다는 바위(Lot’s Wife Rock)가 전설처럼 서있다. 조금 더 진행하니 사해 광물질을 처리하는 마그네슘 공장의 굴뚝들이 하얀 연기를 뿜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차를 돌려 예루살렘을 항하여 북행을 시작한다. 마사다(Masada) 요새가 보인다. 로마 통치 시절인 73년 열성 유대인들이 7년간 저항하다가 옥쇄(玉碎, 명예나 충절을 위해 깨끗이 죽음)한 곳이다. 이스라엘인들에게는 많은 것을 상징하는 곳이다. 오늘날 이스라엘 군인들은 마사다 요새에 올라가 “마사다는 다시는 함락되지 않는다”고 외치며 조국애를 다진다고 한다. 

▲사해 휴양촌. 온화한 겨울 날씨와 날카로운 바위산, 아름다운 사해가 세 박자를 이룬 휴양 도시. 사진 = 김현주

▲마사다 요새. 오늘날 이스라엘 군인들은 마사다 요새에 올라가 “마사다는 다시는 함락되지 않는다”고 외치며 조국애를 다진다고 한다. 사진 = 김현주

엔게디(En Gedi) 오아시스 마을을 지난다.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마을, ‘해발 -410m’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해발 고도가 낮은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신장성 뚜르판 분지(-154m)나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Death Valley, -86m)보다도 훨씬 낮은 곳이다. 아침 해를 받아 코발트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사해를 오른쪽에 두고 산언덕을 여러 개 넘는다. 온화한 겨울 날씨와 날카로운 바위산, 아름다운 사해가 세 박자를 이룬 휴양 도시들이 발아래 아른거린다. 

(정리 = 김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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