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골프만사] 골프 하기 전날 읊자~ “빤티핸모구양손지”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기자 2017.09.28 13:52:52

(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나라고 잘 지키는 건 아니다. 골프장에 한두 시간 전 도착, 정문 경비 근무자 아저씨와 악수 나누며 “아침 식사는?” “집안 자식들은 잘 크구?” “고혈압이나 당뇨 생길 때이니 건강 유의” 따위의 정겨운 인사 나누는 것도 아니고, 프론트 직원에게 “일찍 출근에 고생 많았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아직 좋은 신랑감이 없다면 내가 나서 찾아보겠노라” 격려하는 것도 아니다.

옷 갈아입고 연습 그린에 나가 이 좋은 운동 맨 처음 고안한 스코틀랜드 목동이거나 누구이건 그를 흠모하며 기리는 의미로 잔디에 입맞춤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퍼트 연습을 한 30여 분 하고, 우리 팀 담당 캐디 찾아 싱싱한 날계란 한 꾸러미라도 건네며 “몇 시간 신세 지게 됐는데, 이거 먹고 기운이라도 좀 내라” “양친부모는 다 살아 계시느냐?” 등 …. 뭐 이러지는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티오프 시간에 임박해 허겁지겁 도착해 동반자들 마음 졸이게 한다거나 심지어는 더 늦은 나머지 첫 홀 티업을 함께 못해 2인용 카트 타고 부랴부랴 몇 홀 건너뛰는 그런 게으름을 부리진 않는다.

옥스퍼드 대사전에 ‘별 합당한 이유 없이 약속 시간에 늦는, 코리안타임’이라는 단어가 아직 있는지 모르겠지만, 골프장에는 그런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늦게 오는 사람들 필시 라운드 하는 4, 5시간 내내 이런저런 불편을 겪는다. 준비물 한두 가지가 빠져서 그것 때문에 쩔쩔매고 곁에서 보는 사람 또한 마음이 편치 않고, 결국 자신의 스코어마저 망치는 일이 다반사다.

별 합당한 이유 없이 약속시간에 늦는 코리안타임
그 배경엔 준비물 건망증이 있다

미리 학교 준비물 잘 챙기는 아이처럼 초저녁에 이것저것 다 준비해두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니 문제다. 대개 술을 마시는 등의 해찰을 하다가(무작정 노닐다가) ‘빤티핸모구양손지’에서 뭔가를 빠트리는 것이다. 빤쓰(팬티), 티셔츠, 핸드폰, 모자, 구두(골프화), 양말, 손수건, 지갑 중 챙겨오지 못한 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보자.

▲골퍼가 골프를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위키피디아

먼저 팬티. 여름은 물론 땀 덜 흘리는 계절에도 운동 후에 뭔가 찝찝함이 남아있는 옷을 또 입는다? 우왁!! 티셔츠, 요행으로 두어 개씩 넣고 다니는 일행이 있다 해도 바지랑 깔맞춤은 놔두더라도 사이즈가 맞질 않아 코끼리가 A컵 브래지어 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

요즘은 휴대폰이 이동 사무실인데, 그것 없이 단 10분을 어떻게 버틸까?! 모자, 이거 안 쓴다고 복장 불량으로 쫓겨나진 않는다지만 자외선 과다 노출로 피부병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구! 

골프화, 5000원 정도에 렌트가 가능하기도 하다. 때론 거금 주고 프로샵에서 사는데, 집에 갖고 가면 이전 것 3~4 켤레가 그대로 있다.

양말, 그나마 데미지가 약한 부분이다. 하지만 면 아닌 모나 나일론 제품은 스윙에 지장을 준다. 손수건이 없어서 농약이나 흙 묻은, 공 닦는 수건으로 얼굴을 훔치려는가. 지갑, 이거 없으면 전부 없는 것이다. 지갑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니 사실상 식물인간이나 진배없다.

사람마다 골프 스윙의 일정한 루틴이 있듯이 늦는 사람들, 준비물 빠트리는 사람들의 생활에도 고정된 악성 루틴이 있다. 그게 본인 1인 불편으로 그치면 몰라도 민폐를 사정없이 가하니 그게 문제! 자, 전날 밤 외치고 잠자리에 들어가자. “빤티핸모구양손지!!” 

(정리 = 김금영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