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 코카콜라는 왜 특허등록 않나? 영업비밀과 특허의 차이 때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기자 2017.10.23 09:52:27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서울 신당동에는 다들 잘 아시는 떡볶이 골목이 있습니다. 저는 떡볶이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광고에 등장하셨던 마복림 할머니는 기억합니다. 마복림 할머니는 신당동 고추장 떡볶이의 원조라고 합니다. 마 할머니께서 고추장 광고에 출연하셔서 하신 “며느리도 몰라”라는 말은 유행어가 될 정도였습니다. 

마 할머니는 2011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 포털 사이트에 ‘며느리도 몰라’를 검색하면, 마복림 할머니의 가게 대신 ‘며느리도 몰라’라는 떡볶이 집이 검색됩니다.

그런데 이 ‘며느리도 몰라’라는 말에 영업비밀 보호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이 말을 좀더 풀어 쓰자면 “우리 가게의 영업비밀인 고추장을 만드는 방법은 며느리도 모를 정도로 접근이 제한되어 있고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입니다. 이 고추장을 만드는 비법은 회사의 지적재산입니다. 흔히 지적재산권이라고 하면 특허를 떠올리는데, 특허와 영업비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고추장 만드는 비법을 특허로 등록하면 안 될까요?

특허로 보호 받으려면 비법 공개해야

음식물 제조법과 관련해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코카콜라의 제조법과 KFC(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치킨의 양념비법입니다. 

코카콜라는 1886년 애틀랜타에 있는 존 팸버턴이라는 제약 업자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초기의 코카콜라는 맛보다 약효가 더욱 강조된 일종의 기능성 음료였다고 합니다.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 잎과 콜라 열매의 추출물로 제조된 음료였습니다. 후에 코카인을 없애고, 카페인 함량을 낮추어 현재의 코카콜라가 탄생했습니다. 이 코카콜라의 제조법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영업비밀로 남아 있습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코카콜라의 제조 비법은 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영업비밀로, 창업자인 존 팸버턴은 이 비법을 은행의 대형 금고에 보관했다고 전해진다. 코카콜라가 운영하는 미국 애틀랜타의 ‘월드 오브 코카콜라’는 코카콜라가 운영하는 코카콜라 역사 박물관으로, 코카콜라의 제조 비법이 보관되어 있다는 초대형 금고는 방문객들로부터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 코카콜라 홈페이지

다른 예로 KFC의 닭 양념 비법이 있습니다. KFC는 커넬 샌더스가 1952년에 설립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입니다. 독특한 닭튀김 양념 비법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양념 비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너무나 많습니다. 이 비법이 공개 혹은 유출됐다는 기사가 매년 한 번 정도는 등장할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KFC 닭 양념의 비법이 ‘흰 후추’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코카콜라의 제조법과 마찬가지로 KFC의 양념 비법도 영업비밀입니다. 

그러면 왜, 코카콜라와 KFC는 자신의 제조비법을 특허로 등록하지 않았을까요? 특허로 등록해서 지적재산권으로 강력하게 보호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어떤 비법, 공법, 조합법 등을 특허로 등록하면, 강력하게 보호 받습니다. 누군가 내 특허를 침해하는 순간, 법에 따른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이 내 특허를 허락 없이 사용한 것만 증명해도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강력한 재산보호 수단입니다. 

그런데 특허의 단점은 이것이 ‘공개’된다는 점입니다. 특허로 보호받는 대신에 외부에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20년의 보호기간 밖에 가지지 못합니다. 

코카콜라는 만들어진 지 130년 가까이 되었고, KFC의 양념도 만들어진 지 60년이 넘었습니다. 만약 코카콜라와 KFC가 자신들의 비법을 공개했다면, 처음 20년간은 보호를 받겠지만 그 이후에는 누구나 같은 제품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코카콜라와 KFC는 이미 잊혔거나 없어진 브랜드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KFC의 창업자인 커넬 샌더스가 개발한 프라이드 치킨 양념 비법은 KFC의 중요한 영업 비밀로 관리되고 있다. 사진 = KFC 홈페이지

특허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놔두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앞서 본 것처럼 ‘시간’입니다. 영업비밀로 관리되고 있는 한, 시간의 제한 없이 보호를 받습니다. 그리고 특허로 등록하기 어려운 내용, 예를 들어 경영상의 정보라든지, 아이디어 같은 것도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특허 등록과 영업비밀의 장단점

그렇다면 영업비밀이 특허보다 항상 유리한 것인가요? 아닙니다. 영업비밀은 특허보다 보호의 정도가 약합니다. 그리고 영업비밀을 침해당했을 때, 그 침해당한 내용이 영업비밀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상당히 불완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유출되면 가치가 현격히 떨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법률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줄여서 부정경쟁방지법이라고 합니다. 이 법을 통해서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일단 해당 기술 등이 영업비밀로 보호되고 있어야 합니다. 

예전의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 보호 요건을 너무 엄격하게 규정해서 영업비밀 침해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2015년 법을 개정해서, 영업비밀로 보호되기 위해 필요한 비밀유지 관리 수준의 정도를 낮추었습니다. 그 결과 영업비밀의 범위가 좀더 넓어졌습니다. 그래도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상당히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특허 출원을 통해 일정 기간 강력한 보호를 받는 것과, 해당 기술을 영업비밀로 두면서 영업비밀이 유지되는 동안 독점권을 누리는 것 중 선택하는 것은 발명자 또는 권리자의 몫입니다. 어느 것이 나에게 또는 우리 회사에게 유리할지를 비교 분석해보아야 합니다. 영업비밀을 숨긴다고 해서 누구나 코카콜라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사안에 따라, 어떤 기술인가에 따라, 특허출원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은 있지만 물건이나 제품을 제조할 능력이 없다면 기술을 특허로 등록한 뒤 이 특허를 필요한 사람에게 매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혼자 가지고 있을 때는 아무런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던 기술이, 특허로 등록되어 공개되는 순간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특허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영업비밀이 잘 보호되고 있는지 한번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특허로 등록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내 특허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 합니다. 영업비밀도 비밀로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단 유출되면 회사에 막대한 타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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