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목줄·입마개 없는 개 주인에겐 이런 처벌 가능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기자 2017.10.30 09:27:41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필자는 잡지, 신문 등에 기고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고윤기 혹은 고윤기 변호사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필자가 그간 써온 글이나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이 글들에 많지는 않아도 댓글이 달립니다. 필자는 본인의 저작물이나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으면서 반성도 하고, 앞으로 써야 할 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정치적인 내용의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객관적이지 않아 읽을 가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일반 사회면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상당히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 댓글에서 사건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 트렌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요즘 연일 포털사이트의 뉴스 난을 도배하는 기사는 연예인 최시원 씨의 개가 사람을 물었고, 물린 사람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된 것입니다. 매일 새로운 사실이 조금씩 나오며, 진실공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 사건이 난 뒤 해당 기사들의 댓글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처음 기사가 나왔을 당시에는 개를 관리하지 못한 주인의 책임에 대해 많은 댓글이 담겼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나온 기사의 댓글에는 반려동물의 보호자들이 지녀야 할 에티켓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옆집의 개 때문에 당했던 불편함이나, 반려견의 배변 처리, 짖을 때 발생하는 소음, 목줄을 하지 않은 개의 위협 등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댓글들이 많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많이 논의되어 왔지만,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런 문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론화가 되고 있습니다. 

견주 책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 유력

이미 국회에는 야당에서 제출한 맹견 교육과 견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반려견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보도 자료를 내놓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 모 씨가 지난 9월 말 슈퍼주니어 멤버이자 배우인 최시원 가족의 반려견인 프렌치불독에 물린 후 며칠 뒤인 10월 3일 패혈증으로 숨졌다는 사실이 21일 뒤늦게 밝혀진 후 반려견 관리와 반려견주의 에티켓에 관한 다양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반려견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 = 최시원 인스타그램

개가 사람을 물어 다쳤을 때는 견주 혹은 관리자를 과실치상죄로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합니다. 다만, 이 죄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라고 하여,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개가 사람을 물어 상처를 낸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견주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만약 개가 사람을 물어 그 결과 사람이 사망한 경우, 과실치사죄로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과실치사죄의 경우, 합의를 하거나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가해자는 법에 따라 처벌됩니다. 다만, 피해자의 가족과 합의를 한 경우에 이 합의 사실이 형량에는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그 개가 이전에도 사람을 물었던 적이 있는 개라면, 견주 또는 당시 개를 관리하던 사람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중과실치사상죄로 처벌받는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습니다. 역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견주는 처벌될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견주 혹은 관리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피해자는 견주와 관리자를 상대로 개의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배상액수가 크지 않아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필자의 경험상 최근에는 작은 액수라도 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도 단속대상

그리고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13조 2항에 따르면, 동물의 소유자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하며, 이를 어긴 경우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규칙에는 맹견(猛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목줄 외에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범죄처벌법 제3조 25호에 따르면, 위험한 동물의 관리를 소홀히 한 사람을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 모 씨가 지난 9월 말 슈퍼주니어 멤버이자 배우인 최시원 가족의 반려견인 프렌치불독에 물린 후 며칠 뒤인 10월 3일 패혈증으로 숨졌다는 사실이 21일 뒤늦게 밝혀진 후 반려견 관리와 반려견주의 에티켓에 관한 다양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반려견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실 동물에 대한 목줄, 입마개에 관한 조항은 그동안 실제로 단속하지 않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견주들이 상당히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도 몇 년 전 개에 물려 응급실에 간 적이 있습니다. 아는 사람이 키우는 개였습니다. 사실 큰 상처는 아니었는데, 그 개에게 광견병 주사를 안 맞혔다고 하기에, 응급실에 가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필자도 개를 10년 넘게 키운 적이 있지만, 그 사건 이후로 개를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 그리고 필자가 겪었던 개와 관련된 안 좋은 경험 같은 것들이 우리 사회에 차곡차곡 쌓여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제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질서도 안 지키고 예절도 없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피해자들의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은 점점 참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왔습니다. 지금부터 개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가 강화될 것입니다. 주변 사람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신고하는 일도 많아질 것입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목줄을 하고, 배변을 잘 처리하고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잘 해왔다면 이런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에게는 우리 개가 가족이고 소중한 존재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우리 개를 풀어 놓은 행동이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우리 개에 대한 통제·제약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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