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45) 예루살렘] 기승전 ‘예수’의 도시 예루살렘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기자 2017.10.30 09:27:41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6일차 (예루살렘)

어떤 무슬림 성지 순례단

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도중 한 무리의 말레이시아 단체 관광객들을 만났다. 무슬림 성지 순례단이다. 예루살렘 이외에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와 이스라엘 여리고 등 기독교 성지 순례와는 전혀 다른 곳을 방문하지만 아시아 형제라고 무척 반가워한다. 호텔 종업원은 생김새가 같다고 자꾸만 나를 그들이 앉는 단체석으로 안내한다. 

예수 무덤이 여기?

가든 툼(Garden Tomb)에서 예루살렘 탐방을 시작한다. 예수 제자 아리마대 요셉(아리마대 사람 요셉, 동명이인과 구별하기 위하여 유대인들은 출신 지역을 접두어로 붙여서 사용함)이 소유했던 예쁜 정원이다. 인근 골고다(해골산, 라틴어로는 갈보리)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된 예수의 시신을 수습하여 옮겨 놓았다는 돌무덤이 있는 곳이다. 자연적인 동굴은 아니고 바위를 안으로 깎아 만들었다. 

예수는 바로 이 돌무덤에서 부활했으니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했듯이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요한복음 11장 25절)의 그 유명한 성경 구절이 절로 떠올려진다. 

예수의 마지막 행적을 좇아

다마스커스 게이트(Damascus Gate)에서 출발하여 예루살렘 성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도는 도보 탐방을 시작한다. 자파 게이트(Jaffa Gate) 부근 다윗 타워(David Tower, David Citadel)를 지난다. AD 70년 로마의 예루살렘 점령 이후 수비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성 베드로 통곡 교회(Church of St. Peter in Gallicantu).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한 베드로가 참회했던 곳으로 교회 지붕 십자가 위에 닭 한 마리가 상징처럼 얹혀있다. 사진 = 김현주

자이언 게이트(Zion Gate) 맞은편 언덕 아래, 즉 시온산(Mt. Zion) 남서 사면 중턱쯤 되는 곳에 있는 성 베드로 통곡 교회(Church of Saint Peter in Gallicantu)를 만난다. 산헤드린 공회에서 예수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한 후,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하고는 첫 새벽닭 울 때 참회했던 곳이다. 교회 지붕에 걸린 십자가 위에 닭 한 마리가 상징처럼 얹혀있다. 

자이언 게이트 부근 다윗 무덤 옆에는 예수가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열었던 다락방이 있다. 그 장소에는 훗날 중세에 지은 건물이 들어섰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고 다빈치의 그림을 통해서도 모두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려 본다. 

▲웨스턴월(Western Wall). 고대 이스라엘 신전 서쪽 벽의 일부로서 유대인들은 신전을 잃은 것을 슬퍼한다고 하여 통곡의 벽(Wailing Wall)이라고도 부른다. 사진 = 김현주

▲가든 툼(Garden Tomb). 예수 제자 아리마대 요셉이 예수 시신을 수습해 옮긴 돌무덤이 있는 곳. 사진 = 김현주

여러 종교의 성지 예루살렘

계속 진행하여 덩 게이트(Dung Gate)에서 성안으로 진입한다. 예루살렘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인 웨스턴월(Western Wall)이 있어서 시내버스가 드나들 정도로 번잡하다. 고대 이스라엘 신전 서쪽 벽의 일부로서 유대인들은 신전을 잃은 것을 슬퍼한다고 하여 통곡의 벽(Wailing Wall)이라고도 불린다. 3000년 전 솔로몬 왕 시절 건축되었으나 BC 8세기 아시리아, BC 6세기 바빌로니아의 점령에서 파괴된 이후 로마, 오스만, 영국으로 이어진 외세 통치를 거치는 동안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신전이다. 

웨스턴월에서 바로 담장 너머는 유대교의 예루살렘 성전이 있던 템플 마운트(Temple Mount)와 이슬람 성지인 황금 돔(Dome of the Rock)이 있다. 무하마드(Muhammad)가 승천한 곳으로 섬기는 이슬람 성지이다. 여러 종교의 성지가 중첩된 이 지역이 풍기는 야릇한 분위기에 휘감겨 버린다.

▲예수의 관이 놓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 사진 = 김현주

예수가 무엇이기에

마지막 힘을 내어 올리브 산(Mt. Olive) 겟세마네(Gethsemane) 동산에 오른다. 동산이라기보다는 언덕 위 작은 정원이다. 예수가 죽기 전날 밤, 최후의 만찬을 끝내고 제자들과 함께 와서 고뇌에 찬 기도를 올린 후 체포된 곳이다. 이름 그대로 주변에는 올리브 나무(감람나무)가 많다. 멜 깁슨(Mel Gibson) 감독의 영화 ‘예수의 고난’(Passion of Christ, 2004)에서 봤던 안개 낀 그날 밤 겟세마네 동산이 바로 그 모습으로 있다. 

그 자리에 서있는 열방교회(列邦敎會, Church of All Nations) 앞 계단에는 마침 폴란드 방문자들이 앉아 자신들의 언어로 찬송을 부르며 기도로 경배한다. 더러는 감격에 목메어 흐느끼기까지 한다. 예수가 무엇이기에 오늘도 전 세계에서 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날 밤 예수를 그리워하며 기도로 속죄를 갈구하는 것일까? 

교회 근처에는 성모 마리아의 무덤이 있다. 지하 동굴 안에 무덤 터가 있고 그 위로는 교회가 서있다. 건너 편 골짜기 너머로 예루살렘 성의 동쪽 벽이 길게 드리워진 모습이 보인다. 참고로, 마리아 무덤 터는 예루살렘 이곳과 터키 에페수스에 있다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7일차 (예루살렘)

비아 돌로로사: 슬픔의 길

라이언 게이트(Lion Gate)를 통하여 성안으로 들어가니 곧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슬픔의 길)가 시작되는 1번 스테이션이 나온다. 비아 돌로로사는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길을 올라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십자가에서 내려져 무덤에 안장되기까지의 긴 하루를 지났던 길이다. 오늘도 수많은 세계 각지 참배객들로 붐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사제단이 참배객들과 함께 두 차례 이 길을 순례하는 행사도 열린다.

▲예루살렘 성 동쪽 라이언 게이트(Lion Gate). 사진 = 김현주

예수가 십자가를 메기 시작한 채찍질 교회(Chapel of Flagellation) (2번), 성모 마리아 생가 터에 지은 성 안느 교회(Church of Saint Anne)를 지나 예수가 처음 넘어진 곳(3번), 어머니 마리아를 만난 곳(4번), 키레네(지금의 아프리카 리비야) 사람 시몬이 예수를 도와 십자가를 대신 멘 곳(5번), 베로니카 여인이 예수의 땀을 닦은 곳(6번), 예수가 두 번째 넘어진 곳(7번), 예수가 슬퍼하는 여인을 위로한 곳(8번)을 지나 계속 골고다 언덕길을 오른다. 

예수가 세 번째로 넘어진 곳(9번)을 지나니 곧 무덤 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가 나온다. 예수가 옷 벗기어 십자가에 박혀 죽은 곳으로 전해온다. 장엄하지만 아름답게 꾸며진 교회 안에는 대형 모자이크 벽화가 걸려 있다. 언제나 가장 가까이서 예수를 지켜온 어머니 마리아의 표정이 너무도 애처롭다. 천사들마저 함께 우는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속에도 비를 내리게 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

비아 돌로로사를 지나오며 분명한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십자가를 멘 순간부터 죽음까지 그날 일어난 일들은 아무리 천재의 두뇌를 가졌더라도 인간의 상상으로는 도저히 엮어낼 수 없는 리얼 스토리이자 인류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신앙심이 두터운 방문자들은 예수의 시신을 담았던 석관을 부여안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염없이 흐느낀다. 물론 남녀노소, 인종의 구분 없이 말이다. 

▲슬픔의 길을 걸으며. 사진 = 김현주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슬픔의 길)가 시작되는 1번 스테이션. 사진 = 김현주

강렬한 경험

오늘 이 경험은 너무도 강렬해서 숙소로 돌아오며 지나온 복잡한 아랍 구역(Arab Quarter) 시장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란한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멍할 뿐이다. 다마스커스 게이트를 지나 대로변으로 나와서야 여기가 동예루살렘 어디쯤 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현실로 되돌아왔다. 

중년이 훨씬 지난 나이지만 새삼스럽게 인생의 전환점에 서있는 느낌이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잠자리에 들어 이스라엘에서 보낸 ‘꽉 찬’ 지난 나흘, 예수의 흔적을 찾아 다녔던 길을 되뇌어 본다. 예수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까지, 나사렛부터 가버나움, 그리고 베들레헴을 지나 예루살렘까지 이 작은 나라에 예수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다. 예수가 바로 내 눈앞에 나타나 부르는 것만 같다. 

(정리 = 김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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