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탈모 칼럼] 어린이 손가락 보면 향후 탈모 여부를 알 수 있다?

홍성재 의학박사 기자 2017.10.31 15:29:06

(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 현대는 손가락 시대다. 손가락이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용도로 활용된다. 전통적인 일, 노동, 사랑을 뛰어넘어 생체 인식, 탈모 진단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손가락의 주 기능은 손의 섬세한 운동이다. 손바닥을 향한 굽힘과 손등 쪽으로의 폄을 통해 두뇌의 운동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인류의 문명 발달도 손가락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면서 자연 생태계에서 다른 동물에 비해 우위를 점유한다. 

도구 사용은 손가락이 기능할 때 가능하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반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이용해 작업을 한다. 손가락은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다. 관계를 지속하는 스킨십은 손가락부터 시작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은 부모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의미한다.

넷째 손가락이 검지보다 길다면… 

요즘에는 손가락이 입의 기능도 대신한다. 대화를 손가락으로 한다. 이른바 엄지족의 세상이다. 약속도, 문의도 카카오톡으로 한다. 탈모인의 모발을 지키려는 간절한 바람도 손가락에 담겨 있다. 모발을 건강하게 하는 두피 마사지는 손가락으로 자극하는 행위다. 요가 중에는 아예 손가락 체세가 특화되어 있다. 전신과 연결된 손가락 끝의 급소를 통해 신진대사 촉진과 내장 기능 강화를 추구한다. 얼굴이나 목과 대응 부위인 엄지손가락 자극으로 탈모와 이명 예방을 꾀한다.

최근 터키의 학자는 손가락 길이로 판단하는 탈모 예측 논문을 썼다. 신생 남아의 손가락을 통해 성인이 된 후 탈모 가능성을 점쳐보는 것이다. 터키 셀추크대의 메메트 위날 박사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유럽 미용 피부과학회지(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 2017년 9월호에 실었다. 

요지는 네 번째 손가락이 두 번째 손가락보다 길게 태어나면 어른이 되어서 모발이 탈락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위날 박사는 유아의 손가락 길이 비율 측정을 미래의 탈모 가능성 예측 자료로 사용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태아 때 남성호르몬에 대한 노출이 좌우

워날 박사 연구팀 주장은 호르몬과 연관 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태아의 손가락 길이는 자궁에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의 노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태아의 손가락과 모낭은 임신 8주차부터 발달한다. 이 기간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증한다. 테스토스테론에 노출이 많을수록 네 번째 손가락이 길어진다. 약지가 검지보다 길면 테스토스테론과 연관성 있는 탈모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역으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으면 네 번째 손가락이 길게 발달하지 않는다.

유전성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를 만나 생성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은 모발의 성장을 막고, 모낭을 위축시켜 탈모를 유발한다. 따라서 태아가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돼 네 번째 손가락이 발달한 것은 탈모 개연성에 불과하다. 탈모는 테스트토스테론이 DHT로 변환될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대표적인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자신감, 모험심 형성과 남성 역할의 수행에 기여한다. 이는 네 번째 손가락이 길면 적극적인 성격, 리더로 자랄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 

2011년 캐나다 컨커디아대 연구팀은 415명 남성과 여성 손가락 길이와 성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약지가 긴 남성이 주식시장, 위험 스포츠, 모험심이 뚜렷하고 환경적응력도 뛰어났다. 반면 여성은 손가락 길이와 성향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반대 논문도 있다. 노준 조선대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2011년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보고한 바에 의하면 ‘손가락 길이와 정액의 질’은 별다른 관계가 없다. 이는 손가락과 남성호르몬, 성향의 연관성은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된다.

의학계에서는 손가락 길이와 성격 관계를 극히 미미하게 본다. 개인 성향은 성장기에 접하는 사회적, 문화적 영향 등 후천적 요소를 더 크게 받는다고 보고 있다. 워날 박사 연구팀의 손가락과 탈모의 연관성 주장도 하나의 가설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 탈모의 여러 요인 중의 하나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마음이 편할 듯싶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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