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 ‘동일지역 보복출점’ 논란…회사 측 “사실 아냐”

기존 대리점 “보복출점 당해” vs 회사측 “관리못한 탓”

김광현 기자 2017.11.03 11:35:57

▲샘표식품이 6월 29일까지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멘티 4기를 모집했다. 사진은 특정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 = 샘표식품)


“보복출점”을 당했다고 주장한 샘표식품(이하 샘표) 대리점에 신규 대리점과 샘표 본사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간 입장 차이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가맹점·대리점 피해사례발표 및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처음으로 불거지면서 대리점과 샘표 간 마찰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양 측의 진실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포·강화 지역 샘표식품(이하 샘표) 대리점 A 대표는 2006년부터 10년 넘게 샘표 대리점을 운영해 오고 있다. A 대표는 지난 4월 1일 샘표 측와 재계약을 맺었는데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4월 6일 샘표로부터 “한 달 안에 해당 지역에 신규 대리점이 입점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A 대표는 10월 24일 CNB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샘표 측이 ‘신규 대리점에게 거래처 일부를 넘기라. 신규 대리점주에게 인수인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샘표 대리점협회 창립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A 대표는 “내 영업 지역에 샘표의 신규 대리점이 출점한다는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고, 신규 대리점주와 정식으로 만난 적도, 새로 대리점을 하겠다는 사람이 나를 찾아온 적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 통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샘표식품이 지난 8~9월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내 서울상상나라에서 개최한 '2017 맛있는 추억을 그리다'전 현장.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 = 샘표식품)


샘표 본사 측의 이런 요구에 대해 “만약 인수인계를 해야 한다면 차라리 나의 지인 중에 대리점 20년을 한 분이 있으니 이분의 인수인계 의사를 타진해보겠다”고 제시했다면서 “그러나 샘표 측은 ‘무조건 그 사람(인근의 새 대리점주)이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며, 신규 대리점주가 샘표로부터 특혜를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새 샘표 대리점이 인근에 문을 연 뒤 5월부터 A 대표는 새 대리점과 영업권을 두고 충돌하기 시작했다  A 대표는 “신규 대리점의 B 사장이 내 거래처만 골라 찾아다니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B 사장이 ‘샘표 물건을 싹 다 뿌려서 가격을 흐려버리겠다’는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A 대표는 “B 사장은 나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제품들은 출고하고 있다”며 “어느 가게가 이렇게 싼 가격을 마다하겠나. 거래처들도 ‘B 사장은 이렇게 싸게 주는데 당신도 더 싸게 줘야 내가 거래를 계속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나한테 따진다”고 호소했다.

“대리점 그만두라는 샘표 압박 있었다”

A 대표는 “내가 2012년부터 도매상으로부터 싸게 공급되는 샘표 물건을 받아 거래하면서 샘표 측에 밉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 지역에서 소화되지 못한 샘표 물건은 창고가 많은 인천이나 강화 쪽으로 올라와 여기서 도매상이 싸게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물건 때문에 A 대표는 영업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도매상이 싸게 파는 물건을 받아 취급하고, 샘표 외에 해표 등 다른 업체로부터도 물건을 받는 ‘복합 대리점’을 시작했다. 

A 대표는 “영남권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인천 등 수도권으로 올라오면서 전체적으로 매출이 감소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어서 해표 대리점도 시작하게 됐다”며 “직원 월급 등 고정 비용이 있는데 그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샘표 등의 장류가 진열된 매장.(사진 = 대리점 A 대표)


그러나 이같은 자구책에 대해 샘표 측의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샘표 측이 ‘왜 사장님은 다른 데서 사오느냐’며 나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그 뒤 '그만두라'는 샘표의 압력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었다.

A 대표는 “샘표는 내가 복합 대리점을 시작한 걸 문제 삼지만 샘표의 다른 대리점도 다 이런 형태로 하고 있다”이라며 “샘표 측은 내가 7개 브랜드나 취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판촉 행사 지원에서 불이익 당해”

A 대표는 또한 샘표 제품 판촉행사에서도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간장 회사인데 판촉 행사에 간장을 지원해주지 않았다. 다른 대리점은 받았는데 나만 안 해줬다. 본사 직원은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가능한 부분이니 관련 양식에 따라 신청하라’고 해서 양식에 맞춰 신청했지만 그 뒤로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전했다.

샘표 측 영업사원으로부터 "힘들지 않냐, 대리점 그만 두라" "해표 물건을 취급 말라"는 등의 압박이 있었지만 A 대표는 “그럭저럭 3~4년간 큰 불편함 없이 지내왔지만 5월 샘표가 아무 통보도 없이 인근에 새 대리점을 출점시킨 뒤 상당한 매출 손실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샘표 측은 ‘새 대리점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원해주는 것이므로 문제는 없다. 당신이 거래처 관리를 잘하지 못한다는 제보가 들어와 새 대리점을 오픈하게 된 것’이라고 했지만, 거래처 관리를 못했다는 문제제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A 대표는 “내 관리 지역을 넘기고 인수인계 한다고 해도 4~5개월은 걸린다. 그런데 샘표 측은 일방적으로 신규 대리점을 낸다고 통보만 하고는 당장 거래처를 넘기라고 했다. 이게 갑질이 아니냐”고 분해했다.

그는 또 “매출을 키워서 대리점 수를 줄여가는 게 현재 업계의 흐름”이라며 “그런 과정을 거쳐 샘표의 수도권 대리점 숫자가 30여 개로 줄어든 상태인데, 내 지역에서처럼 대리점을 다시 쪼개면 둘 중 하나는 망하라는 소리다. 한강신도시가 생기면서 내가 새 거래처를 많이 개척했는데 그걸 왜 새 대리점에 넘겨야 하나”고 항의했다. 

A 대표는 기존 대리점을 쪼개기 한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규 대리점 출점으로 매출이 떨어져 공정거래위원회 조정원에 신고한 대리점주가 예전에 있었지만 결국 무릎을 꿇고 신규 대리점에 다 넘긴 적이 있다”고 전했다.

“새 대리점이 계속 싼 가격으로 납품하는 바람에 거래처 쪽으로부터의 항의가 크고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내 직원 여러 명이 벌써 그만 뒀다”고 했다. 

▲샘표식품 로고.(사진 = 샘표식품)


"온갖 방법으로 '포기하라' 압력 넣어"

A 대표는 샘표 측으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대리점 경리가 해야 할 실무적인 일도 샘표 측은 나에게 ‘당신이 직접 해라. 안 그러면 취소하겠다’고 했고, 1년에 한번 쓸까말까 한 사업계획서를 6개월 간 세 번이나 쓰게 했다. 기본 업무를 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일을 계속 주면서 인수인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 대표는 “본부장과 직접 대면해 이야기하게 해달라고 의견을 냈지만 회사 측으로부터 전혀 반응이 없다”

“법적으로 대응하라”는 압력도 이어졌다. A 대표에 따르면 “김앤장의 법률 자문에 따르면 자율경쟁에 의한 자연 도태는 문제없다는 것이 샘표의 입장”이라며 “문제 일으키지 말고 변호사 선임해서 법률적으로 다투자고 한다. 그게 말이 되냐. 이게 갑질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 “계약기간 중간에 추가 약정서를 쓰자고 한다”며 “계약서만 똑바로 쓰면 된다고 하는데 (재계약이 걸려있는데 대리점주가) 안 된다고 할 수 있냐”고 항변했다.

A 대표는 영업 차장, 팀장과 대면 또는 통화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 9월부터 국회와 시민 단체에 자신의 사연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 지난 10월 2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구갑)의 도움을 받아 국회에서 남양유업 등 타 식품 대리점주들과 함께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이하 협회)를 출범했다. 

▲10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사진 = 박찬대 의원실)



협회는 “2013년 남양유업 갑질사태로 대리점에 대한 갑질에 비판의 목소리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지만, 여전히 대리점에 대한 각종 갑질과 불공정행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대리점주들의 단결이 필요한 시기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를 발족해 대리점주들의 목소리를 당국에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현행 대리점법이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견주어 형평성에서 뒤쳐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리점법도 가맹사업법 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을 요구했다.

박기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변호사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이 반쪽짜리 법안에 불과하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개정 요구안에는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권 및 교섭권 신설 ▲제3조 적용제외 조항의 삭제 ▲계약갱신요구권 신설 ▲영업지역 침해 금지조항 신설 ▲손해배상책임 조항에 보복조치로 인한 피해보상 포함 등이 담겼다. 


▲샘표식품은 10월 7~11일 독일 쾰른의 국제 식품전 아누가2017에 참가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 = 샘표식품)


B 사장, “보복출점은 말도 안돼” 조목조목 반박

한편 김포·강화 지역에 개설된 새 대리점주 B 대표는 11월 1일 CNB저널과의 통화에서 “보복 출점이라는 A 대표의 주장과 관련 언론 보도는 모두 말도 안 되는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샘표 본사의 정식 승인을 받아 대리점을 개설했다.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는데 A 사장이 해주지 않아 정말 힘들게 시작했다. 오히려 내가 샘표 본사에 화를 내야 할 상황”이라며 "내가 샘표 측으로부터 특혜를 받아 영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새 대리점을 시작하면 기본적인 지원을 본사 측으로부터 당연히 받게 돼 있는데 A 사장은 거래 가게들에게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A 대표의 ‘내 거래처를 B 사장이 빼앗으려 찾아다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B 대표는 “A 사장과 거래했던 점주들이 불만이 많다. 내가 거래하는 매장은 A 사장과 문제가 있는 매장이거나 A 사장과는 거래를 안 하는 매장들”이라고 설명했다. 

A 대표와 거래하다가 지금은 거래를 끊었다는 한 2차점(거래처)의 점장은 CNB와의 통화에서 “대리점 대표란 사람이 물건을 넣어달라면 '바빠서 못 간다'고 하고 '그러면 다른 거래처를 달라'고 하면 성질을 낸다. 그런 사람과 어떻게 거래를 하느냐”고 말했다.

샘표 측 “오해다. 사실과 달라”

샘표는 11월 1일 CNB와의 통화에서 “언론에 일부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A 대표의 대리점이 복합 대리점(샘표 외 타사 제품도 취급하는)이라는 이유로 판촉행사 지원을 축소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 전국 샘표 대리점 85개 중 복합 대리점이 절반이 넘는 47개에 달한다. 복합 대리점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대우 한 일이 없다. A 대표의 경우 샘표 행사의 프로모션은 다 받았다. 저희 주력 제품이 간장인데 A 대리점은 지난 3개월 간 간장 구매 내역이 없다”고 밝혔다. 

샘표는 소소한 실무를 A 대표에게 떠넘겨 방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간혹 대리점주 중에는 본사가 판촉 지원한 물품을 받기만 하고는 판촉 행사를 안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프로모션 지원 때 받은 제품들을 2차점에 어떻게 판촉 진행할 건지에 대한 계획서를 받는다. A 대표에게만 계획서를 받는 게 아니다. 그런데 A 대표의 계획서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샘표는 대리점의 ‘영업권’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이제는 없어진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옛날에는 지역 영업권이 유통계의 불문율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2014년 샘표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벌을 크게 받은 후로는 대리점의 영업 지역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전국을 시장으로 하는 자율 경쟁 체제가 도입됐다”고 전했다. 샘표는 2014년 12월 거래 지역과 거래 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 6300만 원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리점과 특약점에게 미리 지정된 거래처에만 제품을 판매하도록 구속한 샘표식품에게 2014년 12월 시정명령과 과징금 7억 63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사진 = KBS 방송화면 캡처)


샘표는 “보복출점이란 주장도 말이 안 된다”며 “(영업 지역이 없어졌기 때문에) 예컨대 대리점 소재지는 서울이어도 인천에 팔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면 일정 지역 독점권을 줘야 한다는 가맹사업법이 있지만 대리점의 경우는 그런 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A 대표는 본인이 판매하는 2차점에 대해서는 다른 대리점이 거래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대리점마다 영업 구역을 정해주면 샘표는 또 불법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라며 “A 대표 역시 다른 지역에 가서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 지역에서 10년 동안 거래한 2차점을 뺐았겼다고만 말한다. 대리점주 분들이 몇 십년을 그렇게(영업구역 안에서 영업) 해왔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대리점끼리 다투는 경우가 생긴다”고 전했다.

샘표는 “A 대리점과 거래하는 2차점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A 사장이 경쟁력을 키워야지 ‘샘표가 새 대리점을 보복출점하고 밀어준다’고 주장만 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대리점 출점 전 협의? 본사와는 관계 없는 일”

대리점을 출점하기 전에 기존 대리점과 협의해야 한다는 A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샘표는 “본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대리점 설립은 대리점끼리 협의할 상황이며, 대리점주가 후임자에게 넘기고 싶으면 권리금을 받고 인수인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대리점주와 샘표 간 진실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A 대표는 1인 시위와 공정위 신고 등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한편 협회와 시민단체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협회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대리점들의 갑질 피해에 대해 공정위의 신속한 조사가 이루어지길 요구한다”며 “대리점법의 실효성 있는 개정으로 대리점들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에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샘표식품은 11월 3일 CNB에 “다시 한번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리점 정책들을 살펴보고 샘표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대리점, 2차점, 소비자 모두가 혜택을 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유통 정책을 확립하고, 영업사원 교육도 더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또한 대리점들의 의견을 더욱 귀담아 듣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0월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대리점살리기협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대리점법 개정을 촉구하는 관계자들.(사진 = 박찬대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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