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탈모 칼럼] 산소보다 담배연기 더 좋아하는 헤모글로빈

홍성재 의학박사 기자 2017.11.13 09:23:54

(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 현진건의 소설에 ‘술 권하는 사회’가 있다. 1921년 개벽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현진건은 자신의 허한 삶을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했다. 일제 치하의 암울한 시대에 절망하는 지성의 모습을 그렸다. 

그 무렵과 배경과 원인은 다르지만 요즘 수많은 청춘과 중년이 방황한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스트레스가 심하다. 

담배는 많은 사람이 고교를 졸업하면서 입에 댄다. 그런데 다시 줄담배를 피우는 시기가 있다. 취업 준비를 하는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이다. 

이 같은 현상은 중년에게도 비슷하다. 마흔 살만 넘으면 퇴직 그림자를 감지한다. 좌천, 구조조정, 퇴직 등 불안한 단어를 피부로 실감한다. 중년은 불안감에 빠진다. 스트레스가 만성이 되면 신체에 이상이 생긴다. 탈모도 그중의 하나다. 20대 젊은이와 40대와 50대 중년 탈모가 느는 것은 ‘담배 권하는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담배 값도 껑충 뛰었다. 더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다. 취업 쉽게 되고, 평생직장 보장되면 머리카락 빠지는 사람이 훨씬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담배 한 개비에 비타민 25mg 파괴

담배에는 니코틴, 노르니코틴, 일산화탄소, 질소, 단백질, 에테르 추출물 등 4700여 가지 성분이 있다. 담배의 주된 독성은 연소 시 만들어지는 질소화합물과 탄화수소물에 있다. 여기에는 일산화탄소와 시안(CN) 등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담배가 탈모를 곧바로 일으키지는 않는다. 특정 상황을 악화시켜 머리카락을 탈락시키는 간접 원인이 된다. 흡연과 탈모 가능성은 활성산소, 비타민C, 혈액순환, 노화, 산소공급, 호르몬 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활성산소 발생이다. 두상과 얼굴은 담배, 자외선, 공해물질 등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 이로 인해 두피 내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된다. 과잉 생산된 활성산소는 DHT(Dihydrotestosterone) 생산을 촉진하는 환원효소 억제 유전자를 공격, 변이시켜 탈모를 일으킨다. 담배가 활성산소를 증가시킬 수 있다.

둘째, 비타민 C 파괴다. 흡연은 모발 생장에 필요한 비타민 C를 쉽게 파괴한다. 두피에서 콜라겐이 줄면 탈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포의 증식과 활성화 촉진, 보습, 피부 탄력 유지 기능을 하는 콜라겐 생성이 많으면 모발이 풍성할 가능성이 높다. 비타민C는 콜라겐 생성력도 있다. 이는 두피에 비타민C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모발이 건강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비타민 C는 흡연에 취약하다. 담배를 피울 때는 몸에서 더 많은 비타민 C를 필요로 한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동안 비타민 25mg 정도가 파괴된다. 

셋째, 두피 혈액순환 악화다. 모발은 두피의 혈액순환이 잘되어야 건강하다. 담배의 니코틴은 모세혈관의 혈류를 방해하고, 말초혈관을 수축시킨다. 혈중 니코틴 수치가 높으면 혈액순환 지장으로 두피 영양공급이 억제된다. 이로 인해 모유두 세포 등의 기능이 저하되면 양모 기능이 낮아져 탈모로 이어진다. 담배 1개비 당 0.1~2.0mg의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다.

담배 권하는 사회와 탈모

넷째, 두피 산소공급 악화다. 담배 연소 때 일산화탄소가 생성된다. 담배 연기 한 모금 500cc에 약 800ppm의 일산화탄소가 포함되어 있다. 혈액의 헤모글로빈은 각 조직에 산소를 공급한다. 그런데 일산화탄소가 혈액에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헤모글로빈이 산소가 아닌 일산화탄소와 결합한다. 일산화탄소의 헤모글로빈 흡착 친화력이 산소에 비해 230배나 강력한 결과다. 또 한 번 결합하면 쉽게 해리되지도 않는다. 혈중의 낮은 산소 농도는 심장 기능도 약화시킨다. 이 결과 각 조직으로의 산소 운반하는 기능이 둔화된다. 모발 세포에도 산소 공급이 넉넉지 않아 탈모 요인이 된다.

다섯째, 두피 노화 촉진이다. 니코틴 등의 성분은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 노화를 촉진한다. 혈액순환, 영양공급 지장도 피부의 탄력도를 낮추게 한다. 담배는 피부에 주름을 잡히게 하고, 탄력도 잃게 한다. 또 담배의 독소는 간에서 해독된다. 지속적인 흡연으로 간 기능이 떨어지면 해독 작용 및 영양소 대사 활동이 저하돼 모발 영양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이로 인해 두피도 생기를 잃는다.

여섯째, 탈모 호르몬 증가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환원요소인 5알파-리덕타아제를 만나 DHT로 전환되면 탈모가 유발된다. DHT는 탈모에 직접 작용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에 의하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DHT 13%가 각각 증가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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