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사 대표들이 국감에서 고개 숙인 이유는

호경기때 못지켰던 약속, ‘안개속’에서 지킬까

손강훈 기자 기자 2017.11.13 10:11:47

▲건설업계의 사회공헌기금 조성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건설사 CEO들이 기부이행의 뜻을 밝혔음에도 흐지부지 넘어갈 것이란 의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오른쪽부터)정수현 현대건설 대표이사,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이사, 조기행 SK건설 대표이사,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CNB저널 = 손강훈 기자) 건설사들이 약속했던 사회공헌기금 마련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에 건설사 대표들이 국정감사에 참석해 사과하고 기부를 이행할 뜻을 밝혔지만, 비판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건설업계의 약속은 과연 지켜질까. 

최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는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이사,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이사, 조기행 SK건설 대표이사,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참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약속했던 20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 출연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총 48개 건설사들은 4대강 등 공공사업 입찰 담합으로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과징금과 입찰참가 자격 제한 제재를 받았다. 이들은 2015년 8월15일 특별사면을 통해 행정제재에서 벗어났다. 

당시 업계는 사면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을 세워 건설사 별로 수억~수백억원씩(대형건설사의 경우 150억원씩) 갹출해 2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모인 자금은 47억1000만원. 전체 규모의 2.35%에 불과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이 각각 10억원, 포스코건설·GS건설·대림산업이 각각 3억원, 롯데건설·SK건설·현대산업개발은 각각 2억원, 한화건설·두산건설 각각 1억원, 삼보종합건설이 1000만원을 냈다. 2016년 8월 이후 기금을 낸 건설사는 없었다.

국감현장에서 대표들은 자금 출연이 미진했던 이유에 대해 ‘이사회의 결의를 받아야 해서’, ‘업계가 어려워져서’, ‘재단의 사업 계획이 불투명해서’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절차를 거쳐 기금을 내겠다고 입을 모았다.

약속 어기는 속내는?

하지만 이를 두고 건설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지난해 국감 때도 지금과 비슷한 약속을 했다가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어 이번 발언도 면피성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도 사회공헌기금 출연 약속을 했지만 흐지부지된 적이 있어, 이번 대표들의 발언 역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2015년 8.15 특별사면 후 열린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에서 대형건설사 대표들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사진 =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당시 국감 때는 야당(현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기부금 조성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난이 제기됐었다. 특히 일부 대형건설사가 국정농단의 핵심 최순실 씨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는 기금을 내고, 자신들이 약속한 사회공헌 기금 마련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그러자 대형사를 중심으로 기금 마련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은 연내(2016년)까지 50억원의 자금을 먼저 내고 올해 100억원의 기금을 기부하기로 했으며, 삼설물산과 SK건설은 기한을 정하지 않는 대신 150억원을 한 번에 출연하기로 했다. 대림산업의 경우 일단 50억원을 기부하고 추가 기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약속을 지킨 곳은 없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의 수익 전망에 빨간불이 들어온 점은 더 불신을 키우고 있다. 그간 국내 주택분양 시장의 호황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건설사들이 불확실성이 커진 내년에 기금을 내리라고 믿기는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인해 현재 건설사의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실제 국감현장에서 건설사 CEO들은 “국내외 전망이 나빠, 당장 내년부터 힘들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회간접자본 예산 편성에 신경을 써달라는 요청을 한 대표도 있었다.

반면, 이번에는 흐지부지 넘어가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건설사 대표가 직접 약속한 만큼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일 것이란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CNB에 “사회 분위기나 올해 건설사 실적 등을 봤을 때 기금 기부를 더 미루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한번에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내는 건 대형사에게도 부담은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눠 지급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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