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미래의 음식(Future of Food)’에 관한 글을 올리며 달걀을 대체할 새로운 식품 ‘비욘드 에그’에 대해 극찬했다. 요리했을 때 맛과 향이 달걀과 똑같을 뿐 아니라 영양학적 가치도 높다는 것. 액면 그대로 말하자면 ‘가짜 달걀’이지만, 미래 식량 산업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진짜 달걀이 아니면 어떠랴. 맛과 영양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비인도적 동물 사육도 배제할 수 있다면 비록 가짜라고 해도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책은 2018년, 한국인은 이제 ‘가치 있는 가짜’, ‘격이 다른 가짜’에 주목하려 한다고 짚는다. 잔인한 사육과 도축의 결과물인 천연 가죽보다는 인조 가죽을 소비하고, 고가의 오리지널 명품보다는 하이패션과 스트리트패션의 콜라보 등 새로운 실험을 지지하며,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융합한 가짜 아날로그를 탐닉할 것이라 전망한다. 또한 그런 그들 앞에는 AR과 VR로 대변되는 가상 세계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지워 버리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다가올 것이라며, 진짜보다 가짜에 열광하는 ‘클래시 페이크’에 숨은 욕망을 포착한다.

김용섭 지음 / 1만 6000원 / 부키 펴냄 / 3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