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탈모 칼럼] 흰머리가 기본이고 검정머리가 별난 거라고?

홍성재 의학박사 기자 2017.11.20 10:28:05

(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 사람은 나이가 들면 모발이 흰색으로 변한다. 흑발도 금발도, 백발로 바뀐다. 이는 정확히 표현하면 변화가 아닌 제자리 찾기다. 인간의 머리카락은 태어날 때 백발이기 때문이다. 모발이 모근에서 싹을 틔울 때는 오로지 흰색 한 가지다.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유럽인이 모두 그렇다. 

머리카락은 성장하면서 색이 든다. 색상은 모낭 속의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 색소가 변수다. 멜라닌 색소 형성 3효소는 티로시나제, TRP1, TRP2다. 효소는 상호작용하여 갈색과 검은색의 유멜라닌, 붉은색과 노란색의 페오멜라닌을 만든다. 두 효소 비율에 따라 모발 색에 차이가 난다. 유멜라닌이 많을수록 검게 되고, 페오멜라닌이 넘치면 금발이 된다.

이 같은 색소는 한정돼 있다. 무한정으로 생산되지 않는다. 인체 성장이 멈추고 나이가 들면서 멜라닌 세포 수가 줄고, 기능도 떨어진다. 차츰 모발은 태어날 때와 같은 흰색으로 변한다. 특히 백발은 TRP2가 감소와 연관이 깊다.

백발 전환은 과산화수소와의 연관 가능성도 있다. 인체의 간, 적혈구, 신장에는 카탈라아제 효소가 있다. 과산화수소가 분해되어 물과 산소가 만들어지게 하는 촉매제다. 노화로 인해 카틸라아제가 부족해지면 모발의 과산화수소 분해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과산화수소가 머리카락에 축적된다. 또 모발의 과산화수소 손상 회복에 도움을 주는 연관 효소도 부족해진다. 흑발이나 금발이 흰머리로 바뀌는 이론이다.

2016년에 미국 텍사스대 루 레 박사 연구팀은 단백질 KROX20의 모발 생성 및 색깔과의 관계를 밝혔다. KROX20 단백질이 전구세포를 자극해 모발 줄기인 모간을 만들고, 이때 형성된 줄기세포인자(SCF)가 색소를 입히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또 백발은 특정 질환, 호르몬 이상,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백발지도는 확산 특징이 있다. 귀밑부터 희게 바뀐 뒤 영역이 두상의 측면, 정수리, 후두부로 확대된다. 우리나라 사람은 흔히 40대부터 흰색 머리카락이 느는 것을 느낀다. 흰 머리카락은 생로병사의 일부다. 그러나 젊게 보이고자 하는 욕망은 자연의 섭리에 대해 손을 내젓는다. 일부는 효도 차원에서 흰 모발을 거부한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어머니를 군영 인근에 모셨다. 당시 이순신 장군은 49세이고, 어머니 초계 변씨는 80세였다. 쉰 살이 눈앞인 중년의 모발에는 흰색이 섞일 수밖에 없다. 이순신 장군은 어머니를 뵈러 갈 때 ‘흰머리 뽑기’ 의식을 거행한다. 나이 들어 백발이 나는 것은 괜찮지만 연로한 어머니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백발이 아닌 흑발이 여전한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한결 편안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를 생각해 흰머리를 뽑은 뒤 어머니를 뵌 것이다.

흰머리가 흑발로 바뀌는 경험을 한 영조

그런데 인체는 신비하다. 모발의 비밀도 다 풀린 것은 아니다. 신은 모발의 비밀을 인간에게 조금씩 열어주고 있다. 많은 부분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지금까지 알던 앎이 흔들리는 발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노인의 흰 머리카락이 흑발로 변하는 현상도 있다. 흰 머리카락이 빠진 이에게 탈모 치료를 한 결과 검은 모발이 난 사례도 있다. 

역사 인물 중에는 조선의 군주인 영조도 검은 모발에서 흰 모발, 다시 흑발을 경험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영조는 73세 때에 흰 머리카락이 검은 색으로 바뀌고, 치아도 다시 나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영조는 검은머리가 솟을 때 가렵다는 증상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인체는 신비하고, 모발은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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