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골프만사] 자칫 추락사고 나기 쉬운 한국의 山 골프장

골프는 목숨을 걸 운동이 아니다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기자 2017.11.27 09:31:25

(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난 골프에 유별나다. 제 아무리 골프광이라 하더라도 골프하면서 이런 일이 생기거나 직접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첫 라운드를 마치고 나무 뒤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골프도 못 배우고 일찍 죽은 형’ 생각 때문에 울다가 캐디와 일행을 당황케 했다. 입문 초기에 한 달 생활비에 해당하는 비싼 드라이버를 사서 마누라에게 이혼을 당할 뻔 했고, 골프로 인한 지출이 많아 일정기간 배를 곯는 일도 있었다. 마누라의 해산 시, 아이가 잘 빠져 나오라는 뜻으로 미끌미끌한 아이언 클럽을 분만실 산모 머리맡에 뒀다가 골프를 모르는 여자의사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늘 겨루던 친구가 불시에 골프 도전을 해오자 미국 출국을 1주일 연기했다가 항공료를 크게 손해 본 적도 있다.

그러기를 30년 가까이 했는데, 골프 배운 초기 버릇이나 지금 하는 행실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골프가 정신 건강과 사교에도 아주 좋다던데, 당신은 골프도 완전 잘 치고, 그로 인해 친구도 많이 늘었고, 아주 행복했겠네?!” 대답을 하자면, 골프 실력은 그저 그렇고, 골프에서 꼭 즐거움만 얻은 것도 아니었다. 아래 신문 기사를 좀 보시라.      

「늘 입가에 큰 웃음을 수염처럼 달고 사는 유머 작가 김재화 씨가 요즘 ‘웃지 못하는’ 현실에서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다. 김 씨는 모 골프장서 ‘대형 사고’를 당했다. 티샷이 왼쪽으로 심하게 훅이 나는 바람에 볼이 언덕으로 날아갔고, 볼의 행방을 확인하러 갔다가, 수직 낭떠러지에서 추락했다. 전치 6개월 치료에 2년 동안 절대 안정 진단을… (중략)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사고 대처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돼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일부 골프장들은 상대적으로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 최근에는 장비 발달로 골퍼들의 비거리가 급속히 늘고 있다. ‘설마 볼이 저기까지 날아갈까’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 ○일보 2008년 어느 날 아무개 기자

골프장에서 숨졌다면 후손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10여 년 전 모 일간신문 사회면에 났던 거다. 기사는 나와 관련한 골프장의 문제점과 골퍼들에 대해 더 길게 쓰고 있지만, 사고의 책임 소재가 언급되고 그러기에 굳이 세세한 전문까지 싣지는 않았다. 이후에 나는 그 골프 사고를 내게 ‘세상을 보는 관점 달리하기’ 방법을 알게 해준 기회로 삼았고, 결국 내가 얻은 것도 결코 적지 않아 나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골프. 사진 = 위키피디아

바로 얼마 전, 경기도 한 골프장서 큰 사고가 났던 사건이 재판을 거친 결과 골프장과 가해골퍼에게 100% 책임을 부과했다는 기사가 났다. 나도 나를 다치게 한 골프장이 무척이나 미웠고, 책임 소재 그런 것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어쨌건 합의로 일단락을 지었다. 그런데 수원지법이 판결로 내린 사건은 다친 골퍼에게 잘못이 있다 어떻다 그래서 시비가 붙었던 모양이다.

골프공은 친 사람이 의도한 대로 가지 않고,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 골프장은 곳곳에 실족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디 골프뿐이랴! 운동 중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내가 겪은 사고와 최근 골프장들의 부상 사고를 보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다짐하고 있다. ‘살았으니까 이런 생각도 갖는다. 골프장에서 숨졌다면 후손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뭐든, 좋아한다고 목숨까지 걸 일은 아니나니!’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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