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억대 굿’ 효과 없으면 돈 돌려받을 수 있다, 없다?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기자 2017.12.11 09:59:47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러다 보니 힘들 때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게 의지하기 쉽습니다. 우리나라의 재미있는 문화 중 하나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사주풀이, 점 등의 무속과 관련된 행위에 돈을 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종교인데도 무속적인 색채가 있는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행위는 그저 소박한 바람에서 나온 것입니다. 내 가족이 좀 더 평안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 위안입니다. 기도를 통해 어떤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지만, 반드시 어떤 목적한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목적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수능 맞이 100일 기도’를 열심히 했으나, 자식이 수능 시험을 크게 망친 경우에도 절이나 교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그런 청구를 했다가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이런 약한 마음을 악용해서 크게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좀 과한 경우가 있습니다. 기도비, 굿 값 등의 명목으로 억대의 돈이 오고 갑니다. 이렇게 큰돈이 오가면, 당연히 그에 대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많은 돈을 무속인에게 지급하고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에, 법적 분쟁이 시작됩니다. 

무속인의 민·형사상 책임

무속인에게 문제되는 법적인 책임은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무속인의 형사책임은 주로 ‘사기죄’가 문제 됩니다. 우리 법원은 무속 행위를 목적으로 돈을 받은 경우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의 명목으로 대가를 교부받은 경우에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917 판결 등 참조). 
즉 피해자가 돈을 지급받은 구체적인 경위, 무속인이 피해자에게 약속한 구체적인 내용, 피해자가 지급한 돈의 액수, 무속인이 실제 피해자를 위해 기도, 굿 등의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종합해서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실제로 무속행위를 했는지 여부입니다. 정확히는 객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무속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행하여지는 무속행위를 하였는지 입니다. 그래서 무속인이 무속행위의 대가를 좀 많이 받았더라도, 무속인이 실제로 굿이나 기도를 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는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속인에게 거액의 기도비나 굿 값을 지불한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무속인이 굿이나 기도 등 적절한 무속 행위를 했음을 증명할 경우 사기죄가 성립되기 어렵고, 민사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배우 황정민이 영화 ‘곡성’에서 무속인 역할을 맡아 굿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 영화 ‘곡성’ 홍보용 사진

반대로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무속 행위를 하거나 아무런 무속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기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 한 무속인이 “피해자의 아들에게 액운이 있으니 피고인이 골프공에 피해자의 아들 이름을 적어 골프채로 쳐서 액운을 몰아내야 한다”면서 1억 889만 원을 교부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피고인이 골프채로 골프공을 치는 행위 등 그 주장하는 행위들이 경험칙상 전통적인 관습에 의한 무속 행위나 통상적인 종교 행위의 형태라고 볼 수 없다”고 보고 해당 무속인에게 사기죄를 인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6도12460판결). 

실제로 무속행위 했는지가 중요한 기준

그리고 무속인에게 민사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속 행위를 의뢰했던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속 행위를 위해 지출한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무속 행위의 실행은 반드시 어떤 결과 달성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어떤 목적의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에도, 그 시행자(무당, 무속인 등)가 객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무속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무속 행위를 하고, 또한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의사로 이를 한 이상, 비록 그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민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굿 값을 받고 굿을 하지 않았다면,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필자는 무속 행위 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선에서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과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무속인에게 과도한 비용을 지출한 것은 결국 본인의 책임입니다. 무속 행위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으려다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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