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53) 노르웨이] 여기가 백인 나라? 노르웨이에서 만난 유쾌한 당황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기자 2017.12.26 09:25:26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1일차 (서울 출발 → 베이징 도착)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중국 행

인천 공항에서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 성가신 환승 절차를 거쳐 항공기 출발까지 기나긴 대기 시간에 들어간다. 중국계 항공사들(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이 가끔 내놓는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한 한국 발 국제선 항공 요금의 덕을 보려면 견뎌야 하는 일들이다.

이번 여행의 경우, 출국 편은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으로 서울-베이징-바르샤바, 귀국 편은 독일 뮌헨-베이징-서울 루트로 여행 시작 9개월쯤 전 왕복 50만 원 남짓에 끊어 놓았던 터였다. 중국의 국세 확장에 힘입어 나날이 늘어나는 신규 국제선에 적용되는 수퍼세일 프로모션 요금이다. 요금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환불 수수료 또한 저렴해(5만 원) 미리 구입해도 부담이 없다는 것이 또한 강점이다.


2일차 (베이징 → 바르샤바 → 오슬로 → 송네 피오르드/ 플롬 도착)

머나먼 북유럽

새벽 2시 55분, 드디어 폴란드 바르샤바 행 항공기가 출발한다. 운 좋게도 내 옆 자리가 비었다. 옆 자리 하나 비었을 뿐인데도 장거리 비행의 피로감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 같다. 거의 비즈니스 좌석 급이다. 11시간을 날아 바르샤바에 도착, EU 쉥겐(Schengen) 입국 수속을 마친 후 노르웨이 항공기로 환승, 두 시간을 더 날아 오슬로에 도착한다. 

남한의 4배 면적, 인구 510만인 노르웨이는 인구는 적고 땅은 넓어 인구밀도로 치면 우리나라의 1/40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목재와 수력 등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혼합 경제 모델로 완벽에 가까운 사회 안전망을 이룩한 이른바 북구식 사회보장 제도의 요람이다.

▲피요르드 투어 베이스 캠프에서 날이 저물면 땅도 한 뼘, 하늘도 한 뼘인 조각만한 하늘이 펼쳐진다. 사진 = 김현주

▲송네피오르드 가는 길. 방(Vang)을 지나 곧 E16 도로를 벗어나 53번 도로를 따라 아득히 높은 고개, 설산 봉우리들을 넘는다. 사진 = 김현주

변방에도 이민자의 물결이

북유럽하고도 노르웨이는 압도적으로 백인 국가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공항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종은 여행자를 유쾌하게 당황시킨다. 사실 노르웨이 인구 증가의 72%는 이민자들이 담당한다. 

오슬로 인구 43만 명 중 이민자 출신이 19만 명, 그것도 폴란드, 스웨덴, 리투아니아 등 인근 유럽계말고도 파키스탄, 소말리아. 베트남, 스리랑카, 필리핀, 터키 등 비백인 지역 출신들도 많다고 한다. 여기가 유럽의 머나먼 북쪽 변방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북유럽인의 여름 나기

렌터카로 오슬로 공항을 벗어나 E16 도로를 타고 북서 방향으로 진행한다. 회네포스(Hønefoss), 파게르네스(Fagernes)를 지날 즈음부터는 깊숙이 내륙으로 파고든 호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갈수록 산은 높아지고 계곡은 깊이를 더한다. 찬란하게 아름다운 여름 날씨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겨울은 참혹할 정도로 길고 우울하지만 여름 날씨만큼은 최고이기에 북유럽인에게 여름은 소중하다. 잘 닦인 도로를 따라 늘어선 크고 작은 노변 휴게 시설과 웬만한 호숫가 목 좋은 곳마다 들어서 있는 수많은 캠핑장을 지나며 북유럽인의 소박한 여름나기를 엿본다. 

▲잘 닦인 도로를 따라 늘어선 크고 작은 노변 휴게 시설과 웬만한 호숫가 목 좋은 곳마다 수많은 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사진 = 김현주

▲노르웨이 전원 풍경. 남한의 4배 면적, 인구 510만인 노르웨이는 인구는 적고 땅은 넓어 인구밀도로 치면 우리나라의 1/40이다. 사진 = 김현주

가혹한 환경에 건설한 문명

산악 국가 노르웨이에는 터널도 많다. 오늘 하루 주행한 구간 중 에울란(Aurland)과 플롬(Flåm) 사이에서는 무려 25km 길이 터널까지 지났고, 심지어 터널 속 한복판에 로터리와 교차 시설까지 있을 정도다. 깊은 피오르드 협곡을 잇는 수십, 수백 개의 교량, 그리고 깊은 계곡에서 생산된 수력 전기를 도시에 공급하는 송전 시설까지 합해져 이 나라의 토목공학 기술이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또는 미국 알래스카를 닮은 풍경이 짙어진다. 빙하와 설산, 높은 산과 깎아지는 절벽의 좁은 틈에는 크고 작은 마을,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그림 같은 집, 목장과 한 뼘 농지 등 인간이 스칸디나비아 대자연에 그려 놓은 멋진 풍경들을 만난다. 척박한 자연, 가혹한 기후와 싸워 이룩한 노르웨이의 문명에 경의를 표한다.

송네 피오르드 가는 길

방(Vang)을 지나 곧 E16 도로를 벗어나 53번 도로를 따라 아득히 높은 고개, 설산 봉우리들을 넘는다. 길은 무척 험해서 잠시의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다. 좁고 굽이치는 급경사 도로는 풋브레이크(foot brake)만으로는 부족하고 위험해서 저속 기어와 엔진 브레이크를 번갈아 사용해야 한다.

드디어 아르달(Aurdal)에서 협곡 아래 까마득한 곳에 송네 피오르드(Sognefjorden)가 북동쪽 내륙 가장 깊숙이 파고든 지점을 만난다. 여기서 베르겐(Bergen)까지 250km 이어지는 세계 최장의 피오르드다. 이 장엄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무슨 말을 보탤 수 있단 말인가? 

▲산악국가 노르웨이에는 터널도 많다. 에울란과 플롬 사이에서는 무려 25km 길이 터널도 있었다. 사진 = 김현주

▲플롬 호스텔에 도착했다. 물가가 매우 비싼 노르웨이에서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유스호스텔 독실을 구했다. 사진 = 김현주

아웃도어 전진 기지 플롬

높은 고개를 여럿 더 넘고 긴 터널을 무수히 지나 플롬에 도착해 숙소에 여장을 푼다. 물가가 매우 비싼 노르웨이에서 그래도 저렴한 가격(6만 원)에 유스호스텔 독실을 구해 긴 항공 여행과 운전으로 쌓인 피로를 달랜다. 오늘 오슬로에서 380km, 그것도 험한 산길을 무사히 달려온 안도감에 젖는다.

베르겐에서 떠난 산악열차가 뮈르달(Myrdal)을 거쳐 닿는 플롬은 노르웨이 피오르드 방문과 트레킹 등 아웃도어의 전진기지에 해당하는 곳이다. 거리를 오가는 전 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들을 보며 여기가 세계적인 관광지임을 확인한다. 어두워지자 땅도 한 뼘, 하늘도 한 뼘…. 플롬의 조각만한 하늘에서는 별들이 쏟아지는 것 같다.


3일차 (플롬 → 오슬로 도착)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

서늘한 아침, 길을 나선다. 풀롬에서 서쪽 구드방겐(Gudvangen)으로 이어지는 E16 도로에서 벗어나 601번 도로를 타고 에울란 피오르드(Aurlandsfjord) 깊숙한 곳에 위치한 운드레달(Undredal)을 찾는다. 

사람 100명, 염소 500명이 사는 이 작디작은 마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스타브 교회(Stavkyrike, Stave Church)가 있다. 작지만 1000년이 넘었으니 이 험한 오지에 살아온 사람들에게 교회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인 에울란 피오르드 스타브 교회. 작지만 1000년이 넘었다. 사진 = 김현주

스펙터클 피오르드

다시 E16 도로로 나와 구드방겐에서 갈라져 Fv241번 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들어가 본다. 송네 피오르드에서 갈라진 네뢰이 피오르드(Nærøyfjord)가 더는 들어갈 수 없어서 멈춘 곳에 자리 잡은 작은 어촌 한가운데에는 어김없이 바카(Bakka) 교회가 서 있다. 

사방 1800m 높이의 산들을 파고 든 네뢰이 피오르드는 좁은 곳은 폭 250m에 불과하니 그 기막힌 절경을 바라보는 여행자는 오늘도 할 말을 잊는다. 설산, 화산, 폭포, 계곡 등 영겁의 시간을 통해 대자연이 인간에게 남겨 놓은 선물 중에서도 빙하가 깎아놓은 깊고 좁고 긴 피오르드 협곡은 아마도 가장 스펙터클한 장관 아닐까?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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