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골프만사] 천둥·번개 맞서며 쳤는데 눈 탓 취소라니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기자 2017.12.26 09:25:26

(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골프장 납회를 하루 앞두고 주말 이른 아침이다. 오늘은 필자가 한 달에 한 번 하고 있는 조찬 공부 소모임 중 하나인 소그룹 모임에서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라운드 하기로 한 날이다. 필자가 감투라면 극구 사양하는 게 소모임에서 이젠 관례가 됐건만…. 필자가 골프라면 가장 발 빠르고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지목받은 골프 총무직 자리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입맛 까다로운 다양한 성향도 성향이지만 골프 총무직에 고달픈 애로 사항은 누구나 아는 일들로 나열하기도 버겁다. 더구나 라운드 당일 대설 특보, 주의보로 도로가 꽁꽁 얼어붙어 도로의 차들이 꼼짝없이 도로에 묶여 거북이걸음으로 이동 중인 상황이라면 더더욱 난감하다. 허겁지겁 이른 새벽부터 골프장에 전화해 그린 상태를 점검하고, 경기위원과 통화하고 난 뒤 회원들에게 통보하기까지 노심초사했다.

골프장까지 와서 차를 한 잔 앞에 두고 골프장 그린 상황에 대한 합의 아래 취소하고 싶었지만 팀 단합을 위해 지켜본다. 도로 상황도 험준하고 하늘은 이내 천둥 번개까지 동반하며 비를 뿌리고 있다. 아직 2부 첫 티업 시간까지는 세 시간이 남았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 골프장에서 그린 상태를 보고 통보해 오기까지 기다려보자. 

웬만한 기후에도 골프장 향했던 이유
한순간 쾌락으로 얻을 수 없는 내·외적 성장

조바심 나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골프장 18홀 코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2층 테라스 카페에서 눈 내리는 그린을 바라보는 마음은 애인을 지척에다 두고 만나지 못하는 것 같이 애가 탔다. 한 통의 전화를 받고서야 취소 통보를 했다. 때 아닌 골프 총무 감투가 한 가정의 가장인 아버지의 마음처럼 조바심을 냈다. 결국 동갑내기 프로인 친구의 판단을 조언 삼아 회원들에게 취소 통보를 결정하고 난 뒤 안도했다.

“친구야! 오늘 같은 날은 취소해도 괜찮아. 오며 가며 빙판길 교통사고 나거나, 나이 드신 분들 행여 필드 위 눈밭에서 스윙하다 미끄러져 허리라도 다치기라도 한다면 어떡할래? 취소가 백배 낫다.” “뭐야, 하늘이 무너질까봐 비행기 못 떠?”

▲최경주 선수가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애써 농으로 받아쳤지만 듣고 보니 명색이 프로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눈밭에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안 되지. 이 말을 듣고 어찌 망설이겠는가. 골프 초보 시절 제주도에서 비바람, 천둥, 번개도 맞수로 18홀을 내리 비 맞고 라운드 하던 기억으로 웬만한 기후 변화에도 골프 약속은 꼭 지켜내던 필자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골프장에서 낙뢰를 위험으로 사이렌이 울리기 전까지 그린 위만 올라서면 마냥 좋기만 했다. 여전히 들판엔 가녀리게 눈발이 이어져 내리고, 저 멀리 인도어 연습장으로 보이는 녹색 그물망이 시야에 들어온다.

처음 골프를 치기 전 최경주 선수의 시선처럼 필자도 골프장을 사육장이나 야구 연습장쯤으로 여겼다. 그리고 골프를 시작한 지 15년이 흐른 지금도 골프 연습장을 전전하고 있다. 이는 골프가 하룻밤 사이 쉬이 얻어지는 오락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고도의 테크닉과 수련이 필요하다. 또 그것이 골프의 매력이다. 골프는 엄격함과 신체 수련의 치열함을 요구하는 순도 높은 운동이다. 장시간 수련과 집중력, 심적 컨디션은 물론이고 인내력과 내면의 성장까지 요한다. 저 멀리 흰 눈으로 덮인 골프장 잔디 페어웨이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걷고 싶다. 잔디야! 잘 쉬고, 잘 자라. 건강하게 내년 봄에 또 싱그럽게 만나자, 우리.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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