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게이머들, 해외 네트워크 품질 논란…"KT가 우수" vs LGU+ "아니다"

정의식 기자 2018.01.11 10:53:34

▲KT 회선 사용자가 배틀필드1에 접속한 모습. 36ms의 안정적인 핑을 보여준다. (사진 = EA)


해외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 ‘KT 우위론’이 파다하다. 국내 서버가 없는 해외 온라인게임에 접속할 경우 KT가 경쟁사보다 확연히 빠르고 안정적인 품질을 보여준다는 것.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한 통신사들의 입장은 각기 다르다. 특히 LG유플러스 측은 게이머들의 주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며 품질 차이는 없다”는 입장이다. 과연 해외 게임 마니아들의 주장이 맞을까? 아니면 LG유플러스의 주장이 맞을까? 

게이머들, KT로 바꾸는 이유

사례 1) 제1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인기 FPS 게임 ‘배틀필드 1(BattleField 1)’을 즐기는 게이머 A씨. 그는 최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KT로 바꿨다. 국내 서버가 없는 게임이라 가장 가까운 일본 서버에 접속해야 게임을 할 수 있는데 한가한 시간대는 65~80ms 정도의 핑(Ping: 지연 시간. 숫자가 적을수록 빠르다)이 나와 그럭저럭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유저들이 몰리는 9~11시의 피크 타임에는 핑이 110~130ms 수준이어서 도저히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KT로 바꾼 결과 피크 타임에도 30~40ms의 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KT(위)와 LG유플러스(아래) 회선에서 각기 패스 오브 엑자일 게임에 접속한 화면.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해외 게이트웨이에서 KT의 핑 수치가 낮아 신호전달 속도가 더 빠름을 알 수 있다. (사진 = 그라인딩기어게임즈)


사례 2) ‘디아블로 팬들이 만든 진정한 디아블로2의 후계자’로 불리는 액션롤플레잉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ile)’을 즐기는 게이머 B씨. 그는 요즘 들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바꿀까 고민 중이다. 지난해 8월 일본 게이트웨이가 오픈하며 이전의 텍사스/캘리포니아/싱가포르 게이트웨이에 접속할 때보다는 핑이 한결 낮아졌지만 여전히 오후 7~12시 사이의 피크 타임에는 핑이 100ms를 넘어서고 심지어 500ms에서 1000ms까지 나올 때도 있어서다. B씨가 같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해법을 문의하자 ‘올드비’들이 내놓은 답변은 “인터넷을 KT로 바꿔라” 또는 “유료 VPN 서비스에 가입하라”였다. 이에 KT 회선을 사용하는 PC방에서 테스트한 결과 한결 쾌적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문제는 40만 원을 넘어서는 해지 위약금 부담이었다. 위약금을 감수하고 회선을 변경할 것인지, 그냥 참고 핑이 낮은 새벽 시간대에만 게임을 즐길 것인지 B씨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원활한 게임 즐기려면 ‘지연 시간’ 줄여야

일반적으로 네트워크의 품질 평가는 다운로드 속도와 업로드 속도, 지연시간 등 3가지 요소를 조사,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다운로드 속도에만 민감할 뿐 다른 두 요소 특히 지연시간(Latency)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인터넷 상품 가입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1기가짜리 초고속인터넷을 쓰는데 왜 게임할 때 랙이 발생하죠?”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게이머에게 1기가급 초고속인터넷이 빛을 발하는 건 게임을 설치하며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때 정도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중요한 건 전송속도가 아니라 지연시간이다. 심지어 1기가급에서 100M급으로 전송속도를 낮춰도 지연시간이 짧다면 게임이 보다 원활해진다. 게이머라면 전송속도가 아닌 지연시간을 보고 인터넷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연시간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용어가 ‘핑(Ping)’이다. 핑은 네트워크의 지연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명령어로, 콘솔 모드에서 대상 사이트를 지정하고 Ping 명령을 내리면 해당 사이트와 통신할 때 걸리는 지연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된 국내 사이트의 핑을 조사하면 대부분 10ms 이내로 나온다. ms는 밀리세컨드(millisecond)의 약자로 1ms는 1/1000초다. 

▲대표적인 핑 테스트 툴인 스피드테스트닷넷에서 KT와 LG유플러스의 일본 서버 접속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KT의 지연시간이 좀더 짧다. (사진 = 스피드테스트닷넷)


국내 서버나 게이트웨이를 두고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온라인게임 역시 지연시간이 10ms 내외로 게임을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내에 서버나 게이트웨이가 없는 일부 해외 온라인게임의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가까운 일본에 서버나 게이트웨이를 둔 게임이라 하더라도 30~40ms로 지연시간이 늘어나고 북미나 유럽에 있는 경우 150~300ms로 지연시간이 한없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반응속도가 승패의 관건인 FPS나 대전, 액션, 롤플레잉 게임의 경우 지연시간이 100ms가 넘어가면 원활한 게임 플레이가 어려워진다. 100ms는 0.1초인데 반응속도가 이 이상 늦어지면 게이머들은 조작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캐릭터가 엉뚱한 곳으로 ‘순간이동’하거나 죽어버리는 상황 등에 직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랙(lag)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랙은 사용자 컴퓨터의 하드웨어 구성, 사용자와 게임 서버 간 네트워크 구성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지만 최적의 환경이 구축된 상태에서도 최소한의 랙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서버와 국내 유저 사이에서는 구조적으로 발생이 불가피하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가입된 통신서비스사가 충분한 해외 접속 대역폭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KT 우위론에 LG유플러스 “납득 못해”

해외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KT 해외망 우위론’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의 대표적인 초고속통신 서비스 3사의 네트워크 품질이 업로드와 다운로드 등 전송속도 측면에서는 대동소이하지만 지연시간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것. 특히 국내가 아닌 해외 서비스에 접속할 때 "KT가 훨씬 좋은 품질을 보여주므로 해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KT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배틀필드1, 패스 오브 엑자일 등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제보에 따르면 KT 가입 회선과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가입 회선의 피크 타임 핑 수치는 각기 다르다. KT의 핑 수치가 30~40ms 내외로 확연히 낮고,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60~100ms 내외의 다소 높은 핑 수치를 보일 때가 많다. 루리웹, 인벤, 네이버 카페 등의 해외 온라인게임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사례의 게시물이 수없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다.

▲패스 오브 엑자일 네이버카페의 한 게시물. KT 핑이 낮다고 얘기하는 사용자가 많다. (사진 = 네이버카페)


하지만 이런 제보에 대해 각 통신사는 저마다 다른 반응을 드러냈다. 먼저 KT 관계자는 “타사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 언급하기 어렵지만 당사는 해외망 접속 시에도 국내와 같은 수준의 낮은 지연시간을 제공하고 있다”며 수긍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해외망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LG유플러스 측은 “이통 3사의 네트워크는 상향평준화돼 있어 특정 사업자만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며 “지적한 상황을 일반화해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게이머들의 제보나 한정된 상황에서의 테스트 결과만으로 네트워크 품질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연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의뢰해 발표한 ‘2017 통신서비스 품질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요 초고속인터넷 3사와 케이블 3사의 1Gbps 상품 다운로드‧업로드 전송속도 부문에서 KT와 SK브로드밴드가 LG유플러스와 케이블 3사에 비해 소폭 앞서는 결과를 보였지만 가장 사용자가 많은 500Mbps 상품 다운로드‧업로드 전송속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웹서핑 시간 및 대용량 이메일 다운로드 속도, 국제구간 전송속도 등에서도 3사의 인터넷 품질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연시간에 대해서는 어떠한 자료도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발표한 ‘2017 통신서비스 품질조사’의 유선인터넷 전송속도 자료. (사진 =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 지연시간에 대한 조사자료가 부재한 것에 대해 “기본 조사자료에는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조사자료의 공개 범위는 과기정통부의 소관사항”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장에서 초고속인터넷 설치를 담당하는 기사들은 게이머들과 유사한 입장을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통신사 설치기사는 “최근 들어 해외 게임 접속 문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었지만 현장 설치기사로서는 해결 방법이 없어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본사의 해외망 투자가 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설치기사도 “3사의 서비스를 모두 설치하는 상황에서 통계적으로 KT의 해외망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고 본다”며 “특히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에게는 KT를 추천해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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