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탈모 칼럼] 개성존중 서양에선 대머리가 지성·리더의 상징

홍성재 의학박사 기자 2018.01.22 10:22:43

(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 히포크라테스, 카이사르(영어로는 시저), 소크라테스, 다윈, 처칠, 고르바초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먼저, 세계 역사를 쓴 유명인이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 고대 로마의 장군인 카이사르, 옛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진화론자 다윈, 2차 대전의 영웅 처칠, 구 소련 대통령 고르바초프 등은 지구촌을 들썩이게 한 인물들이다. 이들의 또 하나 특징은 모발이다. 두뇌가 빛나게 명석한 이들은 두피도 빛나는 대머리다. 

영화 스타인 브루스 윌리스, 빈 디젤, 숀 코널리, 주드 로와 스포츠 스타인 마이클 조던과 지네딘 지단도 탈모인이다. 인기를 먹고 사는 해외의 일부 스타는 대머리를 매력 포인트로 부각시킨다. 또 많은 대중 스타는 일부러 ‘빛나리’를 강조하지는 않지만 움츠러들지도 않는다. 이에 비해 한국 사람은 모발에 극히 예민한 편이다. 연예인은 더욱 그렇다. 

이는 문화의 차이가 큰 원인이다. 서양에서는 대머리가 총명한 이미지다. 또 개성을 다름이 아니라 특별함으로 존중한다. 반면 한국에선 대머리를 약점으로 인식한다. 산업 발전 단계에서 집단과 조직이 강조되는 경험을 한 한국인은 특별함을 개성이 아닌 다름(또는 심지어 틀림)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머리의 영어 표현은 bald와 egghead다. bald는 머리가 벗겨진 상태나 사람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egghead는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과 인텔리를 모두 뜻한다. egghead의 지식인이란 의미의 연원은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다. 당시 민주당 후보 스티븐슨은 똑똑하고 명석한 엘리트 이미지였고, 공화당 아이젠하워는 친밀한 인상이었다. 선거는 반지성주의 물결 속에 아이젠하워가 이겼다. 

미국 칼럼니스트가 ‘멋진 egghead’ 단어 쓴 사연 

지식인의 상징과도 같았던 스티븐슨은 대머리였다. 칼럼니스트 스튜어트 앨솝은 칼럼에서 “모든 지식인은 스티븐슨을 사랑한다”며 그를 egghead로 묘사했다. 앨솝은 “스티븐슨의 타원형 대머리, 감정이 절제된 부드러움, 겸손과 오만의 공존 느낌”을 eegghead로 표현했다.

이 무렵부터 대머리 egghead는 지성 이미지로 더욱 부각됐다. 미국의 심리학자 프랭크 무스카렐라 교수는 최근 대머리 우월성을 이야기했다. 세계적 저명인사 중 탈모인을 예로 들며 “대머리는 우성유전으로 정직하고 높은 지위 이미지를 준다”고 설명했다. 

지식인은 리더, 권위, 영향력과 밀접하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팀이 59명을 대상으로 머리 스타일에 따른 인식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대머리 남성 이미지로 리더십을 연상했다. 또 대머리를 원래보다 키가 크고, 매력적으로 인식했다. 이처럼 서양에서 탈모인은 남성적, 긍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노화, 놀림, 부담 등 부정적 단어도 낯설지 않다. 대한피부과학회 조사에 의하면 탈모인의 63.3%가 대인관계에 부담을 느끼고, 41%는 이성과의 만남에 어려움을 털어놨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젊은 층에서는 취업, 결혼 등에서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소개팅 때 탈모인을 기피하는 20대와 30대 여성 비율이 89%까지 치솟았다.

머리카락이 적거나 대머리인 사람의 단점은 단 한 가지다.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이다. 괜히 없는 머리카락 때문에 기죽을 필요 없다. 본인만 괜찮다면 대머리도 장점이다. 지금은 개성시대다. 물론 우리 사회가 아직은 대머리를 개성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탈모인을 언제쯤 지성인, 리더의 이미지로 인식할 수 있을까. 그 시간은 멀지 않았다. 왜냐하면 SNS 시대의 특징은 신속성과 공유성이기 때문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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