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기사형 광고 탓 손해 발생하면 언론사도 책임” 판결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기자 2018.02.05 09:42:13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필자는 지방 자치단체나 공공기관과 함께 또는 그들로부터 용역을 받아서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 시청의 공정경제과라는 부서에서 담당하는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부서의 여러 가지 역할 중 하나는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것입니다. 물론 소비자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있지만, 이 두 기관의 손길이 모든 영역에 미칠 수 없기 때문에 서울시의 소비자 보호 활동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의 주된 업무는 소비자단체의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성과를 평가하는 일입니다. 필자는 4년 째 위원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처음 위원을 맡았을 때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소비자 단체가 있다는 점, 소비자 단체들이 생각보다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단체에서는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광고·사업 등에 대한 모니터링, 소비자 피해 예방 교육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 단체가 주로 행하는 업무 중에 허위과장광고 모니터링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주로 건강식품, 상조 등 소비자 피해가 많이 집중되는 분야의 광고를 분석하는 것인데,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 기사 닮은 ‘기사형 광고’는 
‘광고’임을 명확히 드러내야

 

필자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가장 큰 원인이 과장광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광고에 노출됩니다. 포털에서 어떤 정보를 검색하면, 그 정보와 관련된 자료와 함께 광고 링크가 검색됩니다. 광고를 접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원하는 자료를 검색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필자의 회사도 매월 소액을 광고 업체에 지불하고 온라인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경우,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기자를 초청하는 등 여러 행사를 진행합니다. 언론 매체에서는 이 보도 자료를 참조해서 기사를 작성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넘어, 기사 형식으로 광고를 게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4805%의 누적 수익률을 냈다’고 허위·과장 광고를 내 투자자들로부터 총 541억 원의 회비를 받아 챙긴 미등록 투자자문 회사 대표와 임원들이 적발됐다. 사진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공개한 수사 자료들. 사진 = 연합뉴스

이런 기사 형태를 띤 광고는 그 구성이나 내용, 편집 방법 등에 따라서 일반 독자로 하여금 ‘광고’가 아닌 ‘언론 기사’로 오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일반 독자는 언론매체를 신뢰하므로 언론매체가 게재한 광고를 진짜 기사로 여기고, 그 광고의 내용이 전부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에서는 “신문ㆍ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기사 배열 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문사 등이 광고주로부터 특정 상품 등을 홍보하는 내용을 전달받아 이른바 ‘기사형 광고’를 게재하는 경우에는, 독자가 광고임을 전제로 그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여 합리적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광고라는 점을 명확히 표시해야 하고, 보도 기사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나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신문사의 기사형 광고를 믿고 거래했다가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에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기꾼의 기사형 광고 게재한 언론에
손해배상 일부 책임 판결

 

A라는 사람은 상품권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허위의 상품권 할인 판매 광고로 고객을 모집해서, 상품권 대금을 받고 상품권을 보내주지 않는 방법으로 돈을 벌기로 합니다. 일종의 사기입니다. 

 

유력 언론 매체인 A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실시간 인기 정보’라는 카테고리에 기사형 광고들이 모여 있다. ‘AD’라는 표시로 일반 기사가 아닌 광고임을 구분하고 있지만 표시가 매우 흐려 일반 기사와 혼동할 가능성도 높다. 사진 = 인터넷 페이지 화면 캡처

A는 이를 위해서 인터넷 소셜 커머스 사이트를 설립하고, 모 언론 매체에 자신의 소셜 커머스 업체에 대한 광고를 게재합니다. 그런데 이 광고의 형태가 일반 광고가 아닌 언론 기사의 형식으로 작성한 광고였습니다. 그 광고에는 “소셜 커머스 업계의 ISO 9001 인증을 받은 기업”이라는 문구가 포함되는 등, 회사가 믿을만한 곳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합니다. 이 신문 기사형 광고로 자기 회사의 신뢰성을 높인 A는 본격적으로 범행을 시작합니다. 

 

A는 자신이 개설한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 “상품권을 최저 12%에서 최고 25%까지 할인 판매합니다. 상품권 대금을 선입금하면 상품권은 할인판매율에 따라 최단 3개월에서 최장 6개월 간격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분할 배송하겠습니다”라는 상품을 게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상품과 소셜 커머스 업체를 믿고, 많은 고객들이 상품권을 주문하고 돈을 입금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주문받은 상품권의 일부만 배송하거나, 전혀 배송하지 않고 상품권 대금을 편취했습니다.

 

한 주식투자 자문회사의 광고가 전형적인 ‘기사형 광고’의 예를 보여준다. 일반 기사의 헤드라인, 소제목 등은 물론, 연관 기사들의 목록 등 언론 매체의 기사와 흡사한 구성이다. 사진 = 인터넷 페이지 화면 캡처

A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했고, 피해자들의 일부는 A의 소셜 커머스 광고를 게재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신문사 등이 광고주로부터 전달받은 허위 또는 과장 광고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도 기사로 게재해서, 이를 광고가 아닌 보도 기사로 신뢰한 독자가 그 광고주와 상거래를 하는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그 기사형 광고 게재 행위와 독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신문사 등도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즉 언론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입니다.

 

광고업체가 소비자의 뇌리에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집어넣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광고는 정말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원하지 않는 광고를 너무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기사를 빙자한 광고에 대한 자정 작용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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