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비자카드만 받는 평창… 속터지는 방문객

정의식 기자 2018.02.20 11:10:46

올림픽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평창 올림픽플라자를 찾은 방문객들이 피하기 어려운 괴로움이 몇 가지 있다. 매표소부터 VR체험공간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줄서기와 공항을 방불케 하는 보안검색, 2개에 5000원이나 하는 호떡 등이다. 가끔은 ‘평양 올림픽 반대’를 외치는 태극기 시위대의 소음을 참아야 할 수도 있다.

 

“Visa 결제만 가능합니다. We accept only Visa”가 쓰여진 곳곳의 안내문구도 방문객을 지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매표소를 비롯해 수호랑‧반다비 인형 같은 각종 올림픽 기념품을 판매하는 슈퍼스토어와 식당, 심지어 평창올림픽 공식 온라인스토어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위 안내 멘트를 만날 수 있다. 

 

타사의 신용카드나 현금카드는 사용할 수 없고 오직 비자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처 비자카드를 준비하지 못한 방문객들은 현금을 사용하거나 비자카드가 판매하는 별도의 선불카드 등을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당연히 불평을 토로하는 방문객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자주 쓰는 카드만 가지고 다니다보니 비자카드를 두고 와서 난감합니다. 해외여행을 온 것도 아닌데 참 너무합니다.”(충남 천안시‧41세 남)

 

“저는 삼성페이가 편해서 지갑을 안가지고 다니는데 국내에서 삼성페이가 안되는 곳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서울 마포구‧29세 여)

 

이렇듯 비자카드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 경기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건 이 회사가 11개 밖에 안되는 월드와이드 올림픽파트너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최상위 티어(Tier, 등급)의 올림픽 후원사로서 비자카드는 지난 1986년부터 무려 32년 간이나 올림픽 결제서비스 부문의 독점권을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타 후원사들과 비교하면 비자카드가 받는 혜택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나 인텔, 오메가, 파나소닉, 토요타 등도 같은 월드와이드 올림픽파트너이지만 경기장과 올림픽플라자에서 이같은 독점권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관련 제품과 기술을 올림픽 운영을 위해 제공하고, 홍보 부스 운영 등을 통해 브랜드 광고 효과만 누릴 뿐이다. 그에 비해 비자카드는 실질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비자카드는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준다. 이런 식의 독점권 행사를 통해 비자카드가 과연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타사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되 비자카드 사용자에게 더 많은 프리미엄을 주는 방식은 채택하기 어려웠을까?

 

타사 신용카드 사용자는 비자카드의 잠재적 고객일 수 있다. “오직 비자만 받겠다”(accept only Visa)는 비자카드의 배타적인 캐치프레이즈는 올림픽 정신과 어울리지 않고 자칫 오만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걸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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