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사리원 불고기’가 ‘사리현 불고기’ 될 뻔한 사연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기자 2018.02.26 10:19:24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최근 몇 년간 음식 프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평양냉면입니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여러 곳의 평양냉면집에 드나들곤 했습니다. 아버지는 선주후면(先酒後麵)의 공식에 따라 제육에 소주를 곁들이셨고, 필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종종 평양냉면집에서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앉아 소주를 마시고는 합니다.

 

서울 시내에 평양냉면을 판매하는 집들을 보면, 메뉴가 냉면 중심인 곳도 있지만, 불고기가 중심이고 냉면을 곁들인 곳도 있습니다. 그중 1992년부터 서울 강남역에서 성업 중인 ‘사리원불고기’라는 곳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사리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호와 상표

 

사리원이라는 명칭은 황해북도의 도청 소재지의 지명입니다. 요즘에는 좀 적어졌는데, 예전에는 길을 가다 보면 서울, 한양, 중앙, 한성 등 서울을 지칭하는 상호나 간판을 쓰는 가게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모 신문사의 논설위원은 ‘한국인의 서울 지향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그 외에도 지역을 상호로 하는 가게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호남상회, 충청물산, 서귀포상회 등 지역이나 도시의 명칭을 사용해 상호를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리원불고기’라는 음식점도 이렇게 북한 지명을 쓰는 음식점의 하나였습니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나타내는 명칭에는 상호와 상표가 있습니다. 두 가지는 차이가 있는데, 상호는 상인이 사용하는 호칭으로 일종의 이름과 같은 것입니다. 반면에 상표는 상품에 붙이는 일종의 표장으로서 스티커 같은 일종의 권리입니다.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상품에 현대자동차라는 상호와 동일한 상표를 붙일 수도 있고, 제네시스라는 다른 상표를 붙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서비스표’라는 것이 있는데, 서비스표는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에 붙는다는 점 외에는 상표와 동일합니다. 상표와 서비스표 모두 상표법에서 규율하고 있습니다.

 

사리원불고기 사당 파스텔시티점 입구. 사진 = 사리원불고기 홈페이지

사리원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 아니다?

 

만약에 앞서 말씀드린 지역 명칭, 호남, 충청, 서울 등을 누군가 상표로 등록하여 다른 사람이 못쓰게 한다면 어떨까요? 혼자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불합리합니다. 그래서 우리 상표법에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略語)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상표법 제33조 제1항 4호). 애당초 전라남도, 경상북도는 물론이고, 그 약어인 호남, 경북도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사리원불고기는 2015년 8월 대전의 음식점인 사리원면옥으로부터 “사리원의 상표권이 사리원면옥에 있으니, 사리원이라는 상표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이 사리원면옥은 ‘사리원면옥’ 서비스표를 1996년도에 등록하였고, 이 서비스표 등록에 근거하여 사리원불고기 측에 사리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사리원 상표 분쟁 대법원 판결에 관해 공지하는 사리원불고기 홈페이지 팝업. 사진 = 사리원불고기 홈페이지

사리원불고기 측은 이에 반발하여,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에 ‘사리원면옥’이라는 서비스표에 대해 등록무효심판과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이어 패소하였습니다. 패소의 이유는 “사리원이라는 명칭은 국내 일반 수요자에게 현저히 알려진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였습니다.

 

솔직히 필자도 사리원이 황해도의 지명이 아니라, 사리원의 사리가 국수를 뜻하는 말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필자의 입장에서 사리원은 상표등록을 할 수 없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사리원불고기는 연이은 패소 판결에 따라 명칭을 ‘사리현불고기’로 바꾸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사리원불고기 측은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상표의 등록을 받을 수 없는 경우인,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란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진 것을 뜻하고, 그 판단의 기준 시점은 원칙적으로 출원 상표에 대한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때라고 보았습니다. 즉 사리원면옥이 서비스표를 등록한 1996년도를 기준으로 ‘사리원’이 상표등록을 할 수 없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생소해진 북한 지명 때문에 분쟁 잦아질 수도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인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제 특허법원에서는 사리원불고기와 사리원면옥의 주장 중 어떤 것이 맞는지 다시 한번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분단된 지 이미 70년이 지났고, 북한 지명은 우리에게 너무나 생소하기만 합니다. 이제 젊은 세대에서는 북한의 지명 자체가 낯설기만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분쟁은 자주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상호를 정할 때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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