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전의 양면 ‘블록체인’…삼성·LG·SK ‘정중동’

IT기업들, 구멍 난 ‘암호화 기술’에 관심 갖는 이유

손정호 기자 기자 2018.03.12 10:10:11

가상화폐 운영 기술인 블록체인 플랫폼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 LG, SK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삼성SDS, LG CNS, SK C&C 전경 모습. 사진출처 = 각 사

(CNB저널 = 손정호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투기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가상화폐의 원천기술인 블록체인(Block chain)은 육성해야 할 신기술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IT기업인 삼성SDS와 LG CNS, SK C&C 등이 이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CNB가 실태를 들여다봤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서버가 필요 없는 클라우드 저장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므로 보안성이 높아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금융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금융당국의 가상화폐거래소 규제로 인해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가상화폐를 규제만 하면 그 운영 시스템인 블록체인 플랫폼도 발전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기술이 불러올 수 있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너무 쉽게’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일부 IT기업들이 블록체인 개발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삼성SDS는 ‘넥스레저(Nexledger)’라는 기업형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삼성카드의 디지털 객장 전자문서 원본 확인 서비스와 제휴사 자동 로그인, 삼성SDI의 글로벌 스마트 계약 시스템 등에 적용하고 있다. 


외부 수주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16곳의 시중은행(산업·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국민·씨티·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거래장부를 나눠 보관하는 ‘은행연합회 공동인증 프로젝트’, 정부와 연구소, 기업이 참여하는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공공 분야에서는 서울시와 함께 시정업무 혁신을 위한 블록체인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LG CNS는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에 참여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R3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오라클 등 선진국 IT기업과 우리나라 5개 은행(하나·신한·우리·국민·농협은행) 등 40여개 회원사들이 있다.


또 R3의 고유기술인 코다(Corda)와 자체 블록체인 프레임워크를 결합해 ‘LG CNS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국내 보험사의 보험금 자동청구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R3를 통해 국제자금 이체 파일럿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SK C&C는 SK텔레콤과 함께 ‘블록체인 모바일 ID인증 서비스(IDaaS, Identity-as- a-service)’를 개발하고, 국내외 선사들을 위한 ‘블록체인 물류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장밋빛 전망? 기득권 장벽 ‘한계’  


이처럼 이들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우선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은 오는 2025년 블록체인 플랫폼이 세계 GDP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과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되는 형태가 최근 IT업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뛰어난 보안성도 매력 포인트다. 블록체인 플랫폼의 기본개념은 ‘분산 시스템’이다. P2P(Peer to Peer) 네크워크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 정보를 쪼개서 원장(블록)에 담는 방식이다. 이 블록을 모든 참여자들의 컴퓨터가 저장하고 업데이트한다. 거래 등 활동에 따른 정보를 중앙컴퓨터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의 참여자 컴퓨터에 분산해 저장하기 때문에 해킹으로부터 더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블록체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과 기술적 한계 극복 등 과제들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28일 박창기 블록체인OS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블록체인 산업혁명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내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여러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은 퍼블릭(Public)과 프라이빗(Private)으로 구분돼 발전하면서, 금융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비트코인과 대중에게 공개되는 음원 유통 등의 블록체인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참여자가 제한된다. 중앙 관리자가 승인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는 형태다. 이 경우 금융, 물류, 건설 등 기존 기업 내부의 전자 시스템과 산업 내 B2B 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공유경제 영역에서도 블록체인이 베이스가 될 전망이다. 개인이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와 컴퓨터 데이터 공간, 집 등을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타인에게 빌려주고 개인과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공유경제 기업인 Storj, slock.it, La Zooz 등이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안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 등 주요선진국의 가상화폐거래소가 해커들에 의해 연이어 공격받으면서 암호화 기술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실추된 상태다. 


또 중앙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금융권의 보안시스템이 블록체인 기슬을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블록체인이 표방하고 있는 ‘은행 없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은 기존 은행들의 거래시스템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환전과 송금, 각종 거래수수료가 은행들의 주수입원인데, 서버가 필요 없는 클라우드 저장소인 블록체인은 이들의 밥줄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금융분야로의 확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관계자는 CNB에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한계는 1초당 처리 속도”라며 “지금은 초기단계이지만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IT기업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금융 분야뿐 아니라 보안문서 관리, 선거 투개표 시스템, 공공데이터 보호 등 암호화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여러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이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지원과 관심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며, 은행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금융권으로의 확산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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