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궐련형 담배’ 유해성 발표 늦어지는 내막

“유해성 낮다” 사실상 결론…그런데 왜 함구?

김주경 기자 기자 2018.03.12 10:10:11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주경 기자) 정부가 궐련형 담배의 니코틴·타르 유해성 분석을 마쳤음에도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는 유해성분 전반에 대해 정밀분석하느라 시일이 걸린다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CNB가 내막을 들여다봤다. 

 

궐련형 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 11월 7.3%(2000만갑)에서 올해 1월 9.1%(2100만갑)로 꾸준히 상승했다. 업계는 올해도 궐련형 담배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낮고 냄새가 덜 난다는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먹히면서 찾는 이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궐련형 담배는 한국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필두로 BAT의 ‘글로’, KT&G의 ‘릴’ 등 3종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식약처 “6월 돼야 결과 나와” 


이런 가운데 식약처는 궐련형 담배에 대한 정확한 결과를 위해 지난해 7월 아이코스의 니코틴과 타르 등 유해성 조사에 착수했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깜깜무소식이다.

 

특히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식약처 등 정부 당국은 지난달 궐련형 담배의 니코틴·타르 유해성 검출결과를 확보하고도 그 내용을 알리지 않고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식약처는 “아직 유해성 검사가 진행 중이며 올해 6월 발표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당 검사를 총괄한 동국대 이 모 교수는 CNB에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내용을 바로 발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검사방식이 올바르게 진행됐는지 검증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유해성분의 조사는 대부분 완료됐고 현재 검수 단계에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너무 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성분을 분석해 공식 보고서를 발표하기까지는 통상 10개월 이상 걸린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니코틴을 비롯해 타르(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 등 다양한 유해성분을 총칭) 성분 채취에만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니코틴 성분은 형태가 명확해 비교적 채취가 쉽지마, 타르 안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 등의 성분은 형태가 명확하지 않아 채취가 어렵다는 것.

지난달 궐련형 담배 세금이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인상됨에 따라 정부가 거둬들일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수는 큰 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코스 기기. 사진 = 연합뉴스

오래 걸리는 또 다른 이유는 유해성 검사가 ISO(국제공인시험) 방식과, 캐나다 보건부 방식의 시험법 등 2가지 방식으로 실시하다 보니 시험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코스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식약처가 지난달 금연 전문가들과 함께 국제표준화기구(ISO) 방식과, 캐나다 보건부 방식의 아이코스의 유해성 1차 검사 결과를 사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ISO 방식의 실험결과는 일반 담배와 아이코스의 니코틴, 타르 검출량이 비슷했으나, 캐나다 보건부 방식에서는 아이코스의 니코틴, 타르 검출량이 일반 담배보다 낮았다. 검출량이 어느 정도 감소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공주대 신호상 환경교육과 교수는 “일반 담배 필터에는 구멍이 많이 뚫려 있어 공기가 유입돼 니코틴과 타르 농도가 희석될 수 있다”며 “ISO 방식은 공기를 차단하지 않고 검사하기 때문에 필터에 구멍이 없는 아이코스와 일반 담배의 니코틴 타르 검출량이 비슷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코스 전용 담배 ‘히츠’. 사진 = 연합뉴스

반면, 캐나다보건부 방식은 필터를 통한 공기유입을 차단한 상태에서 일반 담배와 아이코스를 검사한다. 그 결과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니코틴이나 타르가 비교적 적게 검출될 수 있다는 것. 이처럼 검사방식에 따라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 보니 정부로서는 입장발표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궐련형이 유해성 덜해”


이처럼 두 개의 방식이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지금까지 결과가 대체로 유해성이 낮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상황.  


남인순 의원실이 식약처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도 일반형 담배보다 전자담배(아이코스 등 궐련형 담배 미공개)의 주요 제품의 니코틴·타르(검수는 거치지 않음) 성분검사 수치가 낮았다.


함유량을 보면 일반담배 타르 함유량은 4.5~6.0(mg/1개비 기준), 니코틴 함유량은 0.4~0.6(mg/1개비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분리형 제품의 니코틴 성분은 전부 미검출 됐으며, 타르 성분은 검사 중이라는 이유로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해 8월 10일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 코리아) 홍보도우미들이 ‘글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학계 전문가들이 내부적으로 확보한 미공개 일부 데이터에도 일반형 담배보다 궐련형 담배의 니코틴·타르 수치는 미함유되어 있거나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 모 대학 약대 교수는 CNB에 “아이코스 등 궐련 담배는 결과가 이미 나왔으며, 전해 들은 바로는 시중의 전자담배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어떤 제품은 전자담배보다 유해성분이 낮게 검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최종결론이 난 건 아니지만 ‘궐련형 담배가 일반형 담배에 비해 건강에 덜 해롭다’는 신호 정도는 충분히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입을 닫고 있다. 

 

담배세 인상 못할까봐 발표 미루나?


이처럼 식약처가 함구하자, 말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궐련형 담배세를 일반담배세 수준으로 인상하려는 계획에 지장을 줄까봐 검사결과 발표를 미루는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즉, 궐련형 담배의 담배세를 올리려면 궐련형도 일반형 못지 않게 유해성이 강하다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쪽으로 결과가 나오자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궐련형 담배의 유해성분이 예상 밖으로 낮게 나오자 난처해진 식약처가 정밀검사를 구실로 시간을 끌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정밀검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유해성을 밝혀내 궐련형 담배세 인상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배세는 지난 1월 한차례 인상된 바 있다. 담배소비세는 328원에서 897원, 지방교육세는 232원에서 395원으로 인상됐으며, 건강증진부담금 역시 기존 438원에서 750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 세율은 일반 담배 세율의 52% 수준에서 90%까지 높아졌다. 높아진 세율로 담배 가격도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됐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