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KT·GS리테일 손잡은 VR테마파크 ‘브라이트’…어떤 느낌?

‘드론’ 되어 하늘 날고, 증강현실로 ‘우주 항해’

손정호 기자 기자 2018.03.19 10:33:21

3월 6일 서울 신촌에 문을 연 도심형 VR 테마파크 브라이트를 찾은 시민들이 VR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KT와 GS리테일이 손잡고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 오픈한 도심형 가상현실(VR) 테마파크 ‘브라이트(VRIGHT)’는 ‘우주 항해’에 비유된다. 게임 속 몬스터가 바로 내 눈 앞에 다가오고, VR 화살을 잡은 손에 땀이 스며드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환상의 공간이기 때문. 젊은이들은 이제 전국 곳곳에 들어설 브라이트에서 VR 도로를 달리고 지하세계 모험에 푹 빠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지난 8일 오전 다시 신촌을 찾았다. 앞서 지난달 20일 진행된 KT의 사전 기자간담회 후 보름 만이다. 브라이트는 젊은이들의 거리인 신촌 연세대학교 앞 명물거리에 위치한 오시리스타워 2~3층에 자리 잡고 있다. 오전 시간이라 거리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봄비가 내린 하늘은 청명했다. 


브라이트가 위치한 오시리스타워 건물은 평범하다. 대학시절 수업이 듣기 싫을 때 몰래 강의실을 빠져나와 친구와 함께 찾아간 ‘게임방’이 있는듯한 흔한 건물이다. 하지만 해리포터와 친구들의 아지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판타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험이 눈앞에 펼쳐지는 수준을 넘어서, 내가 모험 속으로 들어가 직접 주인공이 되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2층 브라이트 정문 앞에는 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테마파크를 소개하는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있다.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터치하면 영상 속 직원이 ‘안녕하세요’라며 밝은 목소리로 힘차게 인사한다. 다시 모니터를 터치하면 ‘WALKING 배틀존’ ‘AR스포츠존’ ‘어드벤처존’ ‘VR게임존’ 등 브라이트 4개 구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볼 수 있다.

신촌 브라이트 2층 매장 모습. 고객들이 어트랙션을 이용한 VR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 = 손정호 기자

문을 열고 브라이트 안으로 들어간다. 자동차와 우주선 등 어트랙션을 이용한 VR 게임과 게임기업 드래곤플라이의 인기 게임 ‘스폐셜포스’를 VR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스페셜포스 VR: UNIVERSAL WAR’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브라이트의 장점은 체계적인 편리성과 선택의 즐거움이다. 우선 카운터에서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팔찌 모양의 브라이트 이용권을 받는다. 종이 팔찌 이용권에 있는 바코드를 VR 게임기 앞의 작은 모니터에 인식시키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한 대의 어트랙션마다 10여 종류의 VR 게임이 있다. 


벽면을 가로지르는 형광색의 가느다란 조명, 여러 대의 모니터, 어트랙션 VR 게임을 컨트롤하는 컴퓨터들…. 브라이트는 마치 미래 인류가 화성에 만든 우주 식민지를 연상시킨다. 미국의 SF 소설가 필립 K. 딕의 작품에서처럼 한 구석에서 초록색 외계 생명체가 커다란 눈으로 총총 뛰어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기자가 처음 체험한 VR 게임은 ‘아담 루인드 시티(Adam Ruined City)’였다. 커다란 1인용 로봇 시뮬레이터에 탑승한다. 안전벨트를 매고 HMD(Head Mounted Display) 헤드셋을 착용한다. 관리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면, 눈앞에 괴물들에 의해 파괴된 우중충한 도시가 나타난다. 지하세계에서 올라온 듯 흉측한 괴물들이 파괴된 도시를 점령하고 있다. 유저는 양손의 조이스틱으로 레이저빔과 폭탄을 발사해 괴수들을 물리칠 수 있다. 


구역별로 움직일 때마다 탑승한 로봇 어트랙션이 좌우 100도 정도 움직인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어트랙션이 위로 올라갔다가 밑으로 떨어져 오감으로 미래의 파괴된 도시에 홀로 떨어질 수 있다. 


체험형 VR도 있다. 자동차 모양의 어트랙션을 타고 즐길 수 있는 ‘VR 극장(Theater)’이다. 최대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4D 체험 극장으로, 영화와 어드벤처 등 다양한 VR 콘텐츠를 만끽할 수 있다. 

VR 게임룸에서 한 고객이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 = 손정호 기자

기자가 선택한 ‘제주 하늘을 걷다’는 드론이 되어 제주 하늘을 날아가는 경험을 하는 VR 시뮬레이터였다. 제주도의 광활하고 깨끗한 하늘과 오름, 바다를 공중을 날아가며 바라볼 수 있다. 오름 등 경사지를 올라갈 때는 어트랙션이 위로 수직 상승하고, 내려올 때는 밑으로 하강해 짜릿함을 배가시킨다. 


5~6명이 함께 즐기는 전장체험 VR 게임 ‘스페셜포스 VR: UNIVERSAL WAR’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KT와 GS리테일, 드래곤플라이가 공동 개발해 저작권도 3사 소유다. 영화 ‘스타트랙’에 나오는 우주선의 공간을 재현한 듯한 공간에서 VR 헤드셋과 총을 착용하고, 외계 생명체들에게 침략당한 지구를 구할 수 있다. 팀으로 수색 침투 후 적진을 파괴하는 작전을 미래 버전 스토리의 VR로 체험하는 것. 


브라이트의 야심작인 ‘스페셜포스 VR: UNIVERSAL WAR’는 현재 유·무선기기를 활용해 와이파이로 작동한다. 작은 가방 크기의 컴퓨터를 등에 지고 체험할 수도 있고, 더욱 축소된 간단한 장비로 미래 전장에 나설 수도 있다. 향후 KT의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를 적용해 더욱 실감나고 랙(Lag·게임 네트워크의 지연 현상)이 없는 VR 게임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한다. 

 

몬스터 찾아 지하동굴 속으로


브라이트 3층으로 이동했다. 3층의 문을 열면 AR 스포츠 하도(HADO) 게임장이 나온다. 하도는 일명 ‘퓨처 테크노 스포츠’로 불린다. AR 헤드셋과 함께 손목에 애플 아이폰을 착용하는 게 특징.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게임 속도와 세기, 시간 등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최소 2명, 최대 6명이 즐길 수 있는 AR 스포츠 게임으로, 현실의 게임장 속에 가상의 볼과 방어벽이 등장한다. 조이스틱을 든 팔을 들어 올리면 눈앞에 AR 꽃잎이 등장한다. 마주 보고 선 상대와 함께 AR 꽃잎을 가상의 볼로 제거하면서, 상대방의 볼을 피해야 한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스페셜 포스 VR’ 전장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손정호 기자

이어진 공간은 천왕성으로 가는 긴 우주여행을 위한 휴식 공간 같다. 10여 개의 유리박스가 있다. 유리박스에는 KT가 중소 게임업체와 함께 개발한 VR 게임기와 모니터, 헤드셋 등이 있다. 
먼저 온 사람이 VR 게임에 빠져 자기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른다. 이후 기자가 유리박스 안으로 들어간다. 안내자가 조이스틱을 쥐어준다. 머리 위쪽부터 코 부분까지를 덮는 VR 헤드셋의 위치를 맞추자 1차원 평면의 공간이 3차원의 입체 공간으로 변한다. 


처음 체험한 게임은 허공에 구불구불 펼쳐진 가상의 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위, 아래, 중간 등 높이에 따라 위치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 장애물의 높이에 따라 양손의 조이스틱을 누르면 빛이 발사된다. 장애물을 제거하면 점수가 올라간다. ‘VR Pang’이다. 


이후 ‘활2 VR’을 체험했다. 몬스터들이 숨어사는 지하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잽싸고 날렵한 전사 캐릭터를 선택한 후 조이스틱 부분에 생긴 VR 화살 시위를 양손으로 당긴다. 화살이 발사된다. 몬스터가 내게 다가오기 전에 화살로 맞추면 스코어가 올라간다. 그러나 화살 시위를 당기는 속도가 늦으면 험상궂게 생긴 몬스터가 코앞에 다가와 칼을 휘두른다. 


VR 게임 ‘액션 루나 스톤: 오리진 오브 블러드(Action Luna Stone: Origin of Blood)’는 달이 붕괴돼 발생한 재앙을 담았다. 달의 중심에서 신비한 힘을 지닌 고대의 사악한 존재들이 깨어났다. 나는 전사가 되어 VR 횃불을 들고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고 화살을 쏜다. 


GS리테일 신사업추진팀 관계자는 CNB에 “현재 개장 초기이지만 평일 150명, 주말 300여명의 손님들이 브라이트를 찾고 있다”며 “10~30대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고객도 많다. 앞으로 중국, 일본 등 외국 단체 관광객도 유치해 신사업으로 적극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브라이트를 시작으로 펀드 조성, 관련 법규 정비 등으로 VR·AR 시장을 선도해 오는 2020년 1조원으로 ‘파이’ 자체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KT는 ICT 기술을 토대로 플랫폼 구축과 콘텐츠 개발 등을 맡고, GS리테일은 프랜차이즈 사업 노하우로 운영 시스템 구축과 매장 운영을 한다. 직영점과 가맹점 형태로, 오는 2020년 200여 지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KT는 헤드셋인 일체형 HMD를 포함한 ‘개인형 VR 극장’을 올해 추가로 선보이고, 헬스와 교육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VR 콘텐츠 제작사들이 영세한 점을 감안해 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단말기 제조사와 콘텐츠·IT 기업이 참여하는 VR 얼라이언스(Alliance)를 만들어 전략적 제휴를 도모할 예정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