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의료사고에 흥분하면 추가손해, 냉철하게 서류 준비해야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기자 2018.04.09 10:14:06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병이 악화하거나 사망하면 의사의 과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병이 낫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의료과실은 아닙니다. 심지어 병이 악화하거나, 환자가 사망했다 하더라도 모두 의료사고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의사는 진료할 때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에 맞추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의사의 선택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이상, 진료의 결과를 놓고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치료 방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입니다.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의사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진료기록부 확보가 최우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 의료과실이 의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료기록부의 확보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의사가 자신에게 어떤 치료를 하고 어떤 약을 처방했는지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진료기록부를 보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의료법에도 “환자는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본인에 관한 기록의 열람 또는 그 사본의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환자 본인이 요청하면, 의료인·의료기관은 진료기록부 사본을 발급해 줘야 합니다. 법에 따른 서류를 갖춘 경우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대리인도 진료기록부 제공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연쇄 사망 사건 관련 신생아 중환자실 주치의 조수진 교수가 4월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만약 의료인·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기록부 사본을 발급해주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법에서 병원으로 하여금 환자에게 진료기록부를 제공하도록 하여 환자 및 가족의 알 권리를 보장한 것입니다. 진료기록부는 의료과실 소송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의료과실이 문제 될 경우 즉각 진료기록부를 열람하고 사본을 제공받아야 합니다. 


매우 드물기는 한데, 병원에서 끝까지 진료기록부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병원·의사를 상대로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을 통하여 문서제출명령, 사실조회 등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진료기록 번역 → 신체감정 → 사실조회


진료기록을 확보한 뒤 병원 혹은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면 좀 특수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진료기록을 번역해야 합니다. 의료인이 작성한 진료기록부는 보통 사람 눈에는 무슨 암호 같기도 한, 알아볼 수 없는 내용의 단어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의료 용어로는 구체적 진료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진료기록 번역이라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때에 따라 재판부(법원)에서 피고 측(병원)에게 진료경위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도 합니다. 

4월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 사건 관련 영장실질심사에서 사건에 연루된 의료진들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다음으로는 현재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바로 신체감정 절차입니다. 보통 의료 사건의 경우 대체로 재판의 초기에 신체감정을 실시하는데, 신체감정을 통해 환자의 신체의 상태, 질병의 유무, 진단의 적정성, 치료 방법과 경과, 의사의 의료과오에 대한 전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체감정과 진료기록부를 바탕으로 사실조회를 하거나 진료기록 감정의뢰 등의 절차를 거치기도 합니다. 

 

감정적 대응은 소송 위축시킬 수 있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는 너무나 억울하고 분한 입장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 혹은 보호자들이 병원이나 의사에게 너무 격하게 항의를 하다보면 항의의 수준을 넘게 돼 업무방해죄로 고소를 당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의사나 병원에 대해 인터넷에 비방의 글을 올렸다가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당하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소송은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소송은 본래 병원이 의료사건의 모든 기초 증거를 가지고 있고, 당사자는 의료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소송입니다. 더구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일반 소송에는 없는 특수한 절차를 거쳐야 하다보니 소송은 매우 길어집니다. 긴 소송 기간을 잘 버틸 수 있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진료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모두 의료과실인 것은 아닙니다. 의료과실 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굉장히 전문적인 소송입니다. 섣불리 소송을 제기했다가는 패소 후 소송 비용 부담이라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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