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골프만사] 여제 박인비의 슈퍼그랜드슬램 멀지 않았다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기자 2018.04.09 10:14:06

(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봄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머금고 너도나도 터뜨리기 바쁜 계절이다. 봄꽃들은 봄볕과 바람을 맘껏 누리며 바람과 기운을 끌어당겨 각기 다른 향기로 들판을 향유한다. 이와 더불어 골프 핫 시즌으로 한국 여제 박인비가 한국여성의 자존감과 저력을 끌어올려 사려 깊고 의미 있는 밤을 보내게 했다.


한국에 골프가 1958년(KGA) 정착하고 강춘자 프로의 쾌남오픈 우승, 1983년 첫 해외 진출한 구옥희 프로의 동력을 얻어 1998년 맨발의 투혼 박세리 프로 그리고 김효주, 신지애, 리디아고, 연이어 든든한 여제 박인비의 올림픽 금메달까지 한국 여성 골퍼들의 빛나는 행보가 이어져 왔다.


비록 이번 우승은 린드베리가 차지했지만 박인비만의 꾸준함과 저력이 돋보였다. 4월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4라운드까지 15언더파 273타를 친 골프 여제 박인비는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 제니퍼 송(29·미국)과 함께 연장전 8차전을 치른 끝에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박인비는 이번 시즌 상금 순위에서 48만 221달러를 벌어 1위에 올랐다. 린드베리가 46만 1036달러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지난달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며 19위에서 9위로 뛰어오른 박인비는 약 2주 사이에 세계 랭킹을 16계단이나 끌어 올려 3위에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힐스CC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피레이션 2라운드 경기 중 박인비가 파5홀인 2번 홀에서 우드로 세컨샷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FR 4차전 라운드가 가도록 승부가 나지 않는 경기는 밤을 새우며 승부를 기다리는 시청자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다시 2018 ANA 인스퍼레이션 3인 연장전에 돌입했다. 세 명의 프로 연장은 스릴을 자아냈다. 한국, 미국 이중 국적자 제니퍼 송(송민영)과 3차 연장에서 제니퍼 송이 탈락한 뒤 4차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주 새 세계랭킹 16계단 끌어올린 저력


이후 어둠이 내려앉아 경기가 연기돼 다음날 5차 연장이 이어졌다. 두 선수는 연장전에서도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8차 연장에서 린드베리는 버디에 성공해 파에 머문 박인비를 제치고 2018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을 확정했다.


린드베리는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맞봤다. 세계랭킹 95위에 불과했던 린드베리는 불타는 승부사다. 서로 정반대의 루틴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였기에 관객은 더 열광했다. 박인비는 차분하면서도 빠른 플레이를 하는 반면, 린드베리는 샷이 날카로우면서도 연장전으로 갈수록 루틴이 길어져 상대선수를 기다리게 만드는 플레이였다. 두 선수는 한 치 흔들림 없이 8차전까지 관객들의 심장을 놓지 않았다. 남은 경기의 최후 관전 포인트는 자신만의 루틴으로 상대선수와 얼마만큼 좋은 호흡을 보여주느냐다.


준우승으로 경기를 마친 박인비는 인터뷰에서 “열띤 경기였다. 다만 어제보다 아침 라운드는 그린이 느렸다”고 말했다. 끝까지 페어플레이 승부사를 잃지 않는 그녀의 담담함과 지혜로움. 최고의 프로가 보여준 품격이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여제 자존감을 위해서도 끝없이 열정을 불태워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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