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신라젠 반등할까?…거품론에 바이오주 급락

정의식 기자 2018.04.26 08:23:23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신라젠 로고. (사진 = 각사)

‘버블 붕괴’를 우려하는 증권가 보고서가 발표되며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한 순간에 하락세로 반전됐다. 보고서는 경쟁력 없는 바이오 기업들의 무분별한 주가 상승을 우려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신라젠 등 바이오 업계 주도주들도 직격타를 맞았다. 과연 바이오 기업들은 앞선 버블 논란의 주역이었던 IT기업, 가상화폐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버블 경고’ 보고서에 바이오주 급락

 

코스피 3위를 두고 현대차와 자웅을 겨루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주가가 내리면서 원래 자리인 4‧5위로 내려갔다. 코스닥 1‧2위를 유지해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도 상승세가 한풀 꺽였다. 메디톡스, 에이치엘비, 바이로메드, 셀트리온제약, 코오롱티슈진 등 코스닥 10위권의 대부분을 장악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도 대부분 하락세다. 

 

지난 11월 이후 고공 행진을 벌여오던 바이오주가 갑작스레 하락세를 보이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지난 18일 발표된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의 보고서가 거론된다.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 시장 건전성 심하게 훼손’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국내 바이오주 전반에 거품이 꼈다며 ‘버블 붕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기업들 중 지난 11월 이후 주가 상승률 30개 상위업체 중 약 80%가 바이오 업체들이었다”며 “실질적으로 파이프라인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평가가 된 업체들도 있지만, 많은 업체들이 체력보다 기대가 현저히 앞선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중소형 바이오 업체들은 전임상 단계의 물질만 확보했다는 뉴스만 나와도 급등한다”며 “바이오와 전혀 상관없는 업체들이 바이오 사업을 추가하고 인력을 확보해도 어김없이 주가는 고공행진한다”고 바이오 기업들의 과열된 주가 흐름을 지적했다.

나스닥 바이오 인덱스와 국내 KRX 헬스케어, 코스닥 제약지수 비교. (자료 = 유진투자증권)

특히 한 연구원은 바이오주가 대한민국에서만 이상 과열 징후를 보이는 데 주목했다. 그는 “대표적인 글로벌 바이오시장의 인덱스인 NBI(Nasdaq Bio Index)가 지난 1년간 약 8.8% 상승에 그쳤고 올해 들어서는 -1.4% 하락한 상태인 반면 국내 KRX 헬스케어 지수, 코스닥 제약지수는 지난 1년간 각각 96.5%, 123.3% 급등했다”며 “해외 지수 대비 월등한 상승세가 설명되려면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점유율이 획기적으로 상승하든지 아니면 그럴 확률이 높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셀트리온 등 극소수 바이오시밀러 상위 업체들을 제외하면 이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중소형주가 많지 않다”며 “국내 업체들이 관심을 받을 정도는 되지만 확신이 드는 단계는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근거로 한 연구원은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이 과거 IT 버블보다 사회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인 여파가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IT 버블의 경우 전 세계 공통의 열풍이었고, 버블이 붕괴되었어도 관련된 IT 기술이 인류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이르게 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중소형주 바이오 버블은 붕괴 후 얻는 것보다 폐해가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주 동반 하락… 코스닥 ‘직격타’

 

한 연구원의 보고서가 발표된 18일 이후 시장은 급변했다. 유가증권시장 전반에서 바이오주가 대거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6.33%나 떨어진 26만 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월 5일 세운 종가 기준 최고가 37만 3500원과 비교하면 28.6% 떨어진 주가다. 당일 삼성바이오로직스(-5.94%), 셀트리온헬스케어(-5.80%), 신라젠(-2.89%), 메디톡스(-7.37%), 바이로메드(-4.41%), 에이치엘비(-3.44%), 코오롱티슈진(-2.78%), 셀트리온제약(-2.51%) 등 대부분의 바이오주가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현재도 폭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4월 24일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0.80% 내린 24만 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라젠은 전날보다 5.23% 떨어진 8만 3300원에, 메디톡스는 4.29% 떨어진 65만 7600원에 장 마감됐으며, 바이로메드(-2.38%), 코오롱티슈진(-1.16%), 에이치엘비(0.09%) 등도 모두 하락세였다. 

코스피의 대표적 바이오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위)와 셀트리온의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자료 = 네이버증권)

그나마 셀트리온헬스케어가 0.49% 오른 8만 1900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21% 오른 47만 4000원을 기록해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바이오주 하락의 대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바이오주의 비중이 큰 코스닥 지수는 가까스로 넘었던 900선에서 다시 물러났다. 지난 1월 말 최고점인 932.01을 찍고, 보고서가 발표되기 직전인 17일까지만 해도 901.22였던 코스닥 지수는 4월 18일과 19일 이틀 연속으로 약 2%가 빠지며 882.73으로 급락했다. 

 

20일 잠시 반등했지만 이후로도 하락세는 이어져 24일 마감 기준 코스피 지수는 873.61이다. 코스닥 지수가 바이오주 급락의 직격타를 맞은 건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무려 7개 기업이 바이오 기업인 때문이다.

코스닥 1,2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위)와 신라젠의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사진 = 네이버증권)

바이오주가 지속 하락하는 데는 한 연구원의 보고서 외에 최근 금융감독원이 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를 강화할 방침을 밝힌 것도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2일 금감원은 ‘2018년 회계감리업무 운영계획’을 밝히면서 재무제표 보고서 감리 대상을 지난해의 140곳에서 190곳으로 늘렸는데 여기에 셀트리온, 차바이오텍 등 바이오 기업 10곳이 포함됐다. 

 

금감원이 바이오 기업의 회계를 면밀히 보겠다고 나선 것은 연구비의 처리 방식 때문이다. 대부분의 코스피 상장 제약사들은 연구비를 비용으로 처리하지만 셀트리온 등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이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 자칫 회계부정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어 금감원은 이들 기업에 대한 감리에 우선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업계 “실적으로 옥석 가려야”

 

이렇듯 바이오 주를 둘러싼 먹구름이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1분기 실적 발표에 기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옥석’을 가릴 잣대는 실적 외에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4일 실적을 공개했다.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1310억 원, 영업이익 99억 9600만 원을 기록했으나 순손실이 572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7%, 영업이익은 무려 193.4%나 늘어났지만 적자가 유지된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이 추정치를 밑돌았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실망 매물이 늘며 주가도 하락세를 띠고 있고, 현대차투자증권 등은 목표주가를 68만 원에서 65만 원으로 낮춰 잡았다.

품질 점검 작업을 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원들. (사진 =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외에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등은 4월 27일에, 셀트리온과 동아에스티는 5월 9일, 메디톡스는 14일, 휴온스는 15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긍정적인 실적이 발표되지 않는다면 바이오주의 하락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 주는 그간 누적된 주가, 수급, 가치평가 측면의 피로가 남북 경협 주라는 새로운 알파 플레이 원천을 찾은 시장 투자가의 변심과 한데 맞물리며 가파른 주가 하락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수준까지 시장 내 프리미엄 가치평가(밸류에이션) 회수 시도가 전개될 경우 바이오 업종은 15% 수준의 하락 위험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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