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탈모 칼럼] 3년만에 치료 성공한 ‘고마운 환자’

홍성재 의학박사 기자 2018.04.30 09:54:03

(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 축구에서 제일 황당한 것은 자살골이다. 자기 골문은 지키고 상대 골문에 골을 넣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자기편 골문에 공을 넣는 선수가 있다. 대개 열심히 하다가 튕겨져 나가 골이 된다.


자책골을 넣은 선수는 심한 비난을 받는다. 1984년 미국 월드컵 축구에서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는 미국전에서 어이없는 자책골을 넣었다. 그는 귀국 후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종종 자책골을 넣은 선수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게임에서 자살골을 넣고 싶은 선수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축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구기 종목은 상대편을 향해 공격하고 수비한다. 사람의 면역세포들도 그렇다. 정상 세포는 보호하고, 문제가 있는 세포만 공격해 건강을 유지하게 한다.


우리 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침투하면 경보를 울리고 즉각적으로 면역체계를 발동시킨다. 체내 침입자를 없애기 위해 군사들이 재빠르게 움직임을 시작한다. 우리 몸 안의 백혈구 면역세포(B-림프구, T-림프구, 대식세포 등)는 침입자를 제거하는 군사에 해당된다.


면역세포는 혈액과 조직에서 이물질을 잡아먹거나 항체를 형성, 감염을 막아내 신체를 보호한다. 면역세포가 활성산소를 내뿜어 이물질과 세균,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이다. 면역세포는 온몸 구석구석을 끊임없는 순찰하며 적군들을 찾아내 파괴시킨다. 


이처럼 면역세포는 정상 세포는 보호하고, 문제가 있는 세포만을 공격해 건강을 유지시킨다. 그런데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세포가 갑자기 아군을 적군으로 잘못 판단해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치열한 전쟁 중에 적군의 옷으로 갈아입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당연히 질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s)이라고 하며, 대표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루프스(전신 홍반성 낭창), 알레르기 질환, 원형탈모 등을 들 수 있다. 

 

모발을 이물질로 오인해 공격하는 원형탈모


원형탈모란 혈액 속의 면역세포가 모발을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해서 생긴다. 예후가 좋아 98%는 자연 치유가 되거나 스테로이드에 잘 반응한다. 하지만, 일부에 불과하지만 전두 탈모, 전신 탈모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치료가 쉽지 않은 난치병이다.


치료 방법으로 DPCP 같은 물질로 접촉 피부염을 일으키는 면역 요법이 사용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약품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기타 부신피질 호르몬제의 전신 투여, 면역 억제제 투여, 자외선 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치료 방법을 사용해도 효과가 크지 않다. 스테로이드나 면역 억제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어쩔 수 없이 약물 사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강력한 항산화제 치료를 하여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다.


30대 초반의 공무원 K양은 원형탈모에 의한 전두(全頭)탈모로 4년 전 방문했다. 오랫동안 탈모가 진행이 되어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필자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치료를 했지만 역시 효과가 없었다. 대부분 1~2년 치료하면 치료를 중단하는데 그녀는 포기를 몰랐다. 그런데 3년이 지나면서 최근 6개월 전부터 그녀의 두피에는 기적처럼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도 기뻤지만 필자도 기뻤다. 그동안 치료 효과가 없어 3년 동안 치료비를 받지 않았다. 항상 미안해했던 그녀가 또 치료비를 이야기하자 치료가 끝나면 청구하기로 했다. 필자에게는 치료비가 문제가 아니었다. 의사를 믿고 끝까지 따라와준 그녀가 너무 고맙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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