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마트 진화 어디까지? 펀스토어 ‘삐에로쑈핑’ 가보니

‘미친 가격’과 ‘보물찾기’…인간 본성 자극

김주경 기자 기자 2018.07.16 15:35:07

스타필드 코엑스 지하 1층에 있는 삐에로쑈핑 입구 간판. 사진 = 김주경 기자

(CNB저널 = 김주경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 ‘삐에로쑈핑’ 1호점이 1년간 준비 끝에 베일을 벗었다. 일본 대형쇼핑몰 ‘돈키호테’를 표방했다는 펀스토어 개념의 쇼핑몰은 언뜻 보기엔 만물상과 비슷했다. CNB가 새로운 유통트렌드로 떠오른 ‘삐에로쑈핑’을 다녀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 ‘삐에로쑈핑’ 1호점이 6월 28일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는 하루 방문객만 평균 6만명에 달하는 핫한 곳이다. 올해 상반기에 다녀간 방문객 수가 약 1100만명에 이른다. 특히 이 곳은 현대자동차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 등 인근 지역개발의 호재에 힘입어 접근성이 높아 향후 더 큰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CNB 취재진은 지난 4일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방문했다. 지하로 내려가니 ‘삐에로 쑈핑몰’을 상징하는 빨간색 배경에 노란색깔 글씨를 새긴 휘황찬란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홀린 듯 지하에 있는 매장에 도착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온갖 잡화가 어지럽혀져 있었는데 흡사 거대 만물상을 연상시켰다. 귓가에는 “내려갑니다~ 내려갑니다~ 가격이 내려갑니다. 올라갑니다~ 올라갑니다~ 고객님의 만족도가 올라갑니다.”라는 삐에로의 음성이 선명하게 스쳤다.


혼잡한 시간을 피해 일부러 평일 오전에 방문했음에도 문을 연지 1시간 만에 매장에는 인파로 가득찼다. 물건이 다양해 대충 훑어봐도 2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혹여 고객들이 물건들이 어디있는지 물어볼까봐 직원들은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유니폼을 입은 채 업무에 임하고 있다. 사진 = 김주경 기자

삐에로쑈핑 1호점은 2513㎡(760평) 규모로,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지하1층(893㎡, 270평)과 지하2층(1620㎡, 490평)에 자리 잡았다. ‘FUN(재미있는 상품)’과 ‘CRAZY(미친가격)’를 주요 콘셉트로 내세워 신선함을 추구했다. 만물상 개념의 ‘디스카운트 스토어’ 또는 재미있는 상품이 많다는 의미의 ‘펀스토어’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곳에는 ‘압축 진열(바닥부터 천장까지 물건을 꽉 채우는 형태)’ 방식으로 4만여가지 상품이 빼곡하게 배치되어 있다.


삐에로쑈핑의 모티브는 일본 펀스토어 ‘돈키호테’다. 이 곳은 일본여행 필수 핫플레이스로 손꼽힐 만큼 인기다. 1989년 처음 문을 연 이 곳은 ‘덤핑상품’(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판매가격이나 생산비보다 싼 가격에 제공)을 판매하는 소매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일본 유통업계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이 기업은 현재 37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약 8조 4200억원에 달한다. 20여년간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경기불황 속에서도 이 회사는 꾸준히 매출 호조세를 나타냈다.


정 부회장은 삐에로쑈핑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3월 신세계 채용박람회에서 삐에로 쑈핑몰을 언급하면서 “1년 동안 모든 걸 쏟아부어 준비한 야심작이다”이라고 소개해 그 실체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9월 인스타그램에 ‘시장조사 중’이라는 글과 돈키호테를 방문한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도 매우 비좁았다. 겨우 한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 = 김주경 기자

삐에로쑈핑몰은 2가지 차별화 전략으로 신선함을 추구했다.


우선, ‘번잡한 진열을 통한 즐거움’을 추구했다.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복잡한 배열은 삐에로쑈핑 고유 컨셉인듯 했다. 과자 옆에는 화장용품 매대가 보이고 압력밥솥이 자리잡고 있다. 간식코너 옆에는 다이슨 청소기 등 청소제품이 등장한다. 티셔츠 앞엔 고가의 해외 명품가방·운동화를 판매하고 있었고 그 옆엔 양주가 나열되어 있다.  


이는 기존 마트의 상품배치와는 전혀 다르다. ‘숨은 그림 찾기’나 ‘보물 찾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매장 구성이 아닌 복잡하게 상품배치를 해놓고, 고객은 직접 매장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원하는 물건을 찾아야 한다. 다소 과장하자면 ‘미로를 탈출하고, 탐험을 통해 유물을 발견하는’ 식의 즐거움을 노린 듯 했다.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직원을 부를라치면 직원이 입고 있는 유니폼 뒷면에 “저도 그게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눈에 띈다.

 

놀라운 역발상 성공할까?


이처럼 삐에로쑈핑은 ‘정돈보다는 혼돈’ ‘상품보다 스토리’ ‘쇼핑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등 역발상의 관점에서 매장을 꾸린 셈이다.

 

이 곳은 빈 공간 없이 4만여가지에 달하는 상품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사진 = 김주경 기자

두 번째는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는 점이다. 삐에로쑈핑의 상품은 자그마치 4만여종에 달한다. 소위 없는 게 없다. 지하1층에는 건강·미용·바디·헤어·화장품·캐릭터 용품 등을 비롯해 프라다·펜디·보테가베네타·골든구스 등 고가 해외명품을 병행수입 형태로 들여와 최대 50% 할인판매 하는 등 고객 만족감을 높였다. 


지하2층에는 각종 식품·주방용품·인테리어 제품·전자기기 등을 판매한다. 특히 이곳은 기존 대형매장에서 취급하지 않던 코스프레 가발, 코스퓸 복장, 파이프 담배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심지어 19금 성인용품도 등장해 다소 민망할 정도였다.


한편,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온라인 핫이슈 해외직구 상품’ 등을 입고한 점도 눈길을 끈다. 고객으로 하여금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부도난 회사의 제품을 사들여 고객에게 특가에 제공하는 소위 ‘급소가격’에 제공하고, 카테고리에서 인기가 있거나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제품에는 ‘갑of값’, 삐에로 단독으로 내놓은 상품은 ‘광대가격’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한다. 


물건 종류가 워낙 많아 통로도 비좁았다. 통로 간 간격은 90cm로 대형마트 250cm 대비 36%에 불과하다. 상품 수도 대형마트 못지않다. 기존 대형마트가 5~8만 가지 상품을 판매하는데 이곳은 거의 50~80% 수준의 제품을 판매하는 셈. 


삐에로쑈핑 관계자는 CNB에 “삐에로쑈핑 공간이 한정적인 데다가 4만여점이라는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서는 여유공간을 최소화해서 최대한 빽빽하게 진열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품 진열도 기존의 마트와는 달리 일정 형식이 갖춰지지 않고 무작위로 진열되어 있다. 장난감 옆에 놓여져 있는 전기 압력밥솥. 사진 = 김주경 기자

이처럼 이마트의 새로운 시도는 경기불황과 소비침체로 악화된 수익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아이템인 셈이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유통채널이 온라인으로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고객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의 메시지만큼 출점도 발빠른 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는 연내 삐에로쑈핑 3호점 개점 방침을 밝힌 상태다. 2호점은 동대문 두타몰, 3호점은 강남구 논현동 자사건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CNB에 “1호점을 이제 막 문을 연 상태라 추후 출점은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낸 한편 “상황만 받쳐주면 지역·상권·업태와 무관하게 오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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