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 회사 망하면 사장이 신불자 되는 보증제, 폐지 안하나 못하나

동전의 양면…중소기업 ‘연대보증 폐지’ 후폭풍

이성호 기자 기자 2018.07.16 15:35:07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중소기업의 공공기관(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역신용보증재단) 대출·보증(신규·증액분)에 대해 법인대표자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데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연대보증 폐지’ 논란이다. 

 

연대보증은 금융회사와 보증인 간 특약에 의해 성립되는 인적 담보제도다.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한 채무자가 대출을 받는 경우 이들의 신용·담보를 보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채권자 입장에서는 강력한 채권회수 수단이다.


이러다보니 연대보증은 원(源)채무자가 채무상환에 실패할 경우 보증인에게 책임이 지워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좌(緣坐)제 성격을 띤다. 그래서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막는 원인이자 공포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완전 폐지 시 부작용 우려도 상존하고 있어 논란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국회정무위원회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KEB하나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우리은행·기업은행·한국씨티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경우, 가계대출은 이미 지난 2008년 7월부터 연대보증이 전면 폐지됐다. 


개인기업은 원칙적으로 2012년 5월부터 없어졌지만 대표자는 채무 당사자(주채무자)로서 부담이 지워지고 있다. 법인기업은 2012년 5월부터 실제 경영자에 해당하는 1인만 연대보증을 서도록 축소됐다.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 기술보증기금(기보),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지역신용보증재단(지신보) 등 공공기관의 경우는 법인대표자 1인에 대한 연대보증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해 왔다. 창업기업에 대해서만 대표자의 연대보증을 면제해 주다가 지난 4월부터는 모든 법인대표자에 대한 연대보증을 없앴다. 


연대보증이 적용되고 있는 ‘기대출·보증기업’도 5년간 단계적으로 책임경영심사를 실시해 통과한 경우 연대보증을 폐지키로 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따라 시중 은행권도 보증기관과 협약을 맺고 보증부대출의 비보증분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없애는 식으로 동참하고 있다. 신보·기보 등 공공기관에서 85% 보증비율로 보증부대출을 신청한 경우, 은행들은 은행에서 신용으로 지원하는 나머지 15%에 대한 연대보증을 면제해주고 있다. 


정부는 이같이 공공기관의 연대보증 폐지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후 민간금융사로 확산할 계획이다.

 

“창업기업인들 재기불능 만드는 법” 


이처럼 정부가 연대보증제도에 메스를 가하는 이유는 부작용 탓이다. 


연대보증은 취약계층이나 창업·중소기업 등의 대출기회가 확대되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 있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기업이 도산하거나 파산하면 경영인은 연대보증채무 부담으로 인해 재기가 사실상 어렵다.


신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법인채무 평균은 4억7000만원, 개인채무는 평균 2억3000만원으로 법인채무를 개인의 자산 등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의하면 2017년 연대보증제 등으로 인해 폐업기업 대표자가 떠안게 된 부담금은 평균 3억5600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연대보증 채무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정상생활을 할 수 없고, 재창업을 위한 자금 조달은 봉쇄된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연대보증 부담으로 경영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유지해야 하는 한계기업을 양산하기도 하고 창업을 기피하는 상황도 초래한다.


이밖에도 연대보증제는 금융사가 보증인을 통해 손쉽게 대출을 회수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에 따라 은행이 대출심사를 철저히 하고 리스크관리에 노력하기보다는 그 책임을 연대보증인에게 전가하게 되는 점도 문제시 되고 있다.


기업의 파산에 대해 경영자의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유한책임제도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혁신 창업국가 기반 조성’이라는 기치 하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분위기 조성을 위해 연대보증제를 도려내려는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CNB에 “개인에 대한 연대보증이 없어졌지만 과거 지인 등의 부탁으로 보증을 서준 사람들은 현재까지도 10년·20년 넘게 장기적으로 빚더미에 눌려 고통을 받고 있어 구제방안이 시급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넓은 의미로 보자면 사정은 다르겠지만 창업인도 연대보증으로 인해 두 번 다시 재기를 하지 못하고 발목을 잡히는 일이 없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에는 연대보증제 해지와 관련해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시중 은행들이 아예 연대보증인을 세우지 못하도록 한 것. 


2016년 6월 발의된 김 의원안은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을 하는 경우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고, 2017년 11월 제출된 정 의원안은 창업 7년 이내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하는 경우 연대보증을 할 수 없도록 함이 골자다.


현재까지 법안 논의에 큰 진전은 없었지만 현 정부의 정책 의지와 맞물려 향후 탄력을 받아 처리될 수 있을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4월부터 중소기업의 공공기관(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역신용보증재단) 대출·보증(신규·증액분)에 대해 법인대표자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NH농협은행·우리은행·한국씨티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이러한 보증기관과 MOU를 맺고 보증부대출(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보증서를 바탕으로 은행에서 대출한 자금)의 비보증분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을 없애고 있다.

 

연대보증 폐지 논란 ‘동전의 양면’ 
“시장경제 활성화” vs “도덕적 해이” 
중소기업 자금난 되레 심화될 수도  

 

정부는 더 나아가 금융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가 안착되면, 이후 보안방안 마련 등을 거쳐 실제 경영자 1인에 대해 연대보증을 받고 있는 시중은행권도 이를 없애도록 하는 방향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는 연대보증제가 창업시장 활성화를 막는 큰 장애요인으로 지목됨에 따라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채무 부담을 지우려는 조치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정책노선에 우려의 시선도 동반되고 있다.


금융연구원·국회정무위원회 등에 따르면 연대보증 폐지로 인해 정책자금에 대한 사적 편취 목적의 보증신청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경영자의 책임경영 의지가 약화돼 기업이 어려워질 경우 도덕적 해이 발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무분별한 창업과 실패는 결국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


또한 법인대표자에 대한 연대보증이 없어져 채무상환의무가 법인에게만 발생, 채무의 회수가능성이 종전에 비해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금융권 연대보증인 폐지정책, 득과 실은 무엇인가’ 토론회 모습. 사진 = 이성호 기자

신용보증기금의 창업 7년 미만 연대보증 면제 비중은 2014년 53.2%(116개 기업, 76억원)에서 지난해 68.6%(4475개 기업, 1조2541억원)으로 급증했다.


신보는 연대보증 전면 폐지에 앞서 창업기업 연대보증 면제 등 정책을 계속 강화해 왔는데 연대보증인 회수비중은 2011년 44%에서 2012년 40.4%, 2013년 36.2%, 2014년 35.5%, 2015년 34.4%, 2016년 35.8%, 2017년 30.1%로 하락했고 올해 상반기는 26.4%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신보의 2016년 보증기업 중 지난해 9월 기준 부실발생률은 연대보증 면제 기업이 3.65%로 평균 부실발생률 2.23% 대비 1.63배 높은 수준이다.


노용환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3일 금융노조 주관으로 열린 ‘금융권 연대보증인 폐지정책, 득과 실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연대보증 전면 폐지로 부실률이 0.5%p만 늘어도 대위변제 규모는 1620억원으로 증가, 10배수인 보증 규모는 1조6200억원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보증기관 및 금융회사는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어 연대보증 폐지로 인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노 교수는 “금융공공기관의 부실률 및 손해액 증가, 보증·대출 심사 절차 강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이로 인한 신규 자금공급 위축 우려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며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 지속적인 기업경영 유인을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 제도 추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면제 기업의 투명경영 준수 약정을 의무적으로 체결해 여기에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금융 관련 법규·기업회계기준 준수, 보증부대출의 용도 외 사용 및 업무상 횡령·배임·뇌물수수 금지 등이 명시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대보증 폐지는 역차별을 발생한다. 아직까지 개인사업자는 법인사업자와 달리 개인이 주채무자로서 책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보증을 받는 측면에서만 보면 개인사업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상황이다.

 

“여신규모 대폭 줄어들 것”


한편, 현재 국회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증기관과 협약에 따라 보증부대출의 비보증분에 대한 면제가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은행들로 하여금 아예 강제적으로 법인기업 대출시 연대보증인을 세우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김병관 의원, 정동영 의원 각각 대표발의)’까지 계류 중인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CNB에 “신보·기보 등 금융기관의 보증서를 바탕으로 한 대출건은 연대보증인이 없어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며 “하지만 이외로 더 확대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어 진다”고 전했다.


그는 “연대보증인을 통해 책임과 구속력을 주는 것인데 축소될 경우 손실로 갈수 있는 개연성이 아주 커져 대출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볼 수밖에 없다”며 “기술신용평가 등만으로는 융자를 내줄 수 없어 담보를 요구하게 돼 결국 여신규모가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대보증 폐지 정책, 중소기업·창업기업에게 주된 자금조달 수단이 대출이라는 점에서 볼 때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역효과 우려도 상존하는 만큼 보다 세심한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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