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기업: 여름광고 ① 야놀자] 브랜드 중독엔 역시 '수능 금지곡'이 최고

초간단 메시지-춤으로 광고 대히트

윤지원 기자 2018.07.18 08:50:14

아이돌 그룹 EXID 멤버 하니를 모델로 한 야놀자 '초특가 야놀자' 편 광고가 공개 한달 만에 온라인 조회수 합계 3000만 건을 돌파했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본격적으로 여름 시즌을 겨냥하고 쏟아져 나온 TV 광고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광고 사례를 찾아보고, 이를 통해 다양한 시즌 마케팅 전략을 살펴본다. 첫 번째로 다룰 분야는 여행·레저·액티비티 업계다. 관련 업체들은 방학과 휴가 시즌에 집중하며 다양한 광고와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숙박 예약 서비스인 ‘야놀자’의 중독성 강한 광고가 주목된다.

 

‘야놀자’는 숙박업소 예약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업체로, 후발 주자인 ‘여기 어때’와 함께 시장 1, 2위를 다툰다. 최근 야놀자는 숙박 O2O를 넘어, 글로벌 R.E.S.T.(Refresh-재충전, Entertain-오락, Stay-숙박, Travel-여행)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모텔 예약 서비스가 주를 이룬 탓에 노골적인 성인 전용 업체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여행·레저·액티비티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누구나 마음 편히 놀 수 있게’라는 브랜드 미션을 설정하고 건강한 여가 기업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중이다.

 

광고 공개 한 달 만에 3000만 뷰

 

야놀자는 지난 5월 말 공개한 ‘초특가 야놀자’ 편 TV 광고가 공개 한 달을 넘긴 7월 초 온라인 동영상 조회 수 합계 3000만 회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야놀자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광고는 유튜브, 네이버TV, SMR,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채널을 통해 공개됐으며, 지난 11일 기준 조회수 합계 3354만 건에 달했다.

 

해당 광고는 인기 아이돌 그룹 EXID 멤버 하니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로, 중독성 강한 CM송과 따라서 추기 쉬운 안무가 특징이다.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이 단순히 “오늘 어디서 놀까?” 고민될 때 초특가 야놀자 앱을 사용하라는 메시지만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CM송은 미국의 어린이 교육영상 제작업체 바다나무(Badanamu)가 만든 ‘포니테일’(Ponytail)을 개사한 곡이다. 원곡 ‘포니테일’은 세 마리의 애니메이션 펭귄이 신나는 춤을 추며 부르는 노래로, 소녀들이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을 뽐낸다는 내용이다. 단순하고 신나는 멜로디와 가사로 유튜브 채널에서만 50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인기를 끌었다. 야놀자 측은 이 노래를 원작사인 바다나무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 개사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특가 야놀자”라는 단순한 가사가 반복되고, 멜로디도 무한 반복이 가능하다. 광고 영상 아래 달린 댓글 중에는 이 노래의 중독성을 언급하는 댓글이 가장 많다. ‘수능 금지곡’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수능 금지곡’이란 시험공부를 할 때처럼 집중이 필요할 때 흥얼거리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 곤란한 곡이라는 의미로, 그만큼 쉽게 기억되고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에선 CM송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최근 유튜브에는 야놀자 광고의 '놀춤'을 패러디한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패러디 봇물…"긍정적" 하니 이미지 효과

 

‘놀춤’으로 통하는 안무도 인기다. 이 안무는 겨우 6개 동작만으로 이루어져서 한두 번 연습하면 따라하기 쉽다. 핸드폰 카메라로 노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이 춤을 따라 추는 영상을 유튜브나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각종 TV 예능프로에서 연예인들도 자주 따라하고, 수많은 패러디도 양산됐다.

 

이번 ‘야놀자’ 광고의 강점으로 꼽히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메인 모델인 EXID 하니다. 야놀자 관계자는 “평소 각종 예능에서 드러난 하니의 솔직하면서도 건전한 매력이 ‘누구나 마음 편히 놀 수 있게’라는 야놀자의 브랜드 미션을 잘 전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댓글 중에도 “모델의 밝고 발랄한 이미지가 광고와 잘 맞는다”, “하니의 밝은 분위기에 호감도가 높아졌다”, “모델 선정이 좋았던 것 같다” 등 하니에 대한 언급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니의 놀춤 광고가 큰 인기를 얻자 야놀자 측은 새 버전의 광고를 공개했다. 6월 30일 공개한 ‘초특가 야놀자 2’편은 모델과 노래가 똑같고, 안무는 약간 달라졌다. 새 광고는 “올 여름 어디서 놀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며 여름휴가 및 레저·액티비티와 관련된 야놀자의 서비스를 강조하고, 해수욕장·피크닉·풀장 등 배경이 계속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광고는 불과 2주 만에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수 300만 회를 돌파했다. 1편이 1달 2주 동안 360만 회를 넘긴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이 광고 시리즈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반도의 흔한 애견샵 알바생이 만든 '초특가 야놀자' 패러디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전혀 다른 광고 만들던 업체였는데

 

이번 ‘초특가 야놀자’ 광고 시리즈는 그동안 야놀자가 만들어온 광고들과는 여러모로 색다르다.

 

지난해 여름 야놀자의 연예인 모델은 인기 힙합 뮤지션인 래퍼 로꼬와 그레이다. 이들은 젊은 세대의 대표 놀이문화인 ‘클럽 문화’를 주도하는 대중음악 생산자, 즉 전문 ‘놀이꾼’이다. 이들은 가장 놀기 좋아할 혈기 왕성한 20대 남자이며, 또래 청년들에 비해 성공했고, 그래서 대부분의 청년들과 달리 취업 고민이나 직장 스트레스 등에 덜 얽매인다는 이미지가 있다.

 

말하자면 로꼬와 그레이는 최근 2~3년 청년세대 사이에서 트렌드를 이룬 ‘욜로’(YOLO: You Live Only Once)를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들로 보이며, 많은 대중에게 놀기를 권해야 하는 야놀자의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 야놀자 광고 역시 이들이 말하는 욜로 철학을 내세웠다. 로꼬는 “성공한 다음에 놀아도 늦지 않다고? 인생 길어?”라며, 그레이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는 거라고? 돈 많아? 그런 걸 왜 사?”라며 “삶을 즐겨!”라고 외쳤다.

 

인기 힙합 뮤지션 로꼬(맨 위, 가운데)와 그레이(맨 아래 사진 왼쪽)를 모델로 '욜로' 철학을 내세운 지난 여름의 야놀자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그리고 이 ‘삶’은 숫자 3과 연결되어 “3을 즐겨”라는 카피를 유도했다. 3은 야놀자가 제공한 ‘3번 놀 때마다 3만 원(포인트) 무한 지급’ 프로모션을 뜻한다. 이 3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광고들은 화면을 세로로 3분할해서 다양한 놀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욜로 이미지의 연예인이 욜로 족을 대변하는 광고는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광고 댓글에서는 두 모델과 야놀자가 잘 어울린다면서도 3 프로모션 강조로 인해 희석된 메시지, 삶과 3을 억지로 갖다 붙인 말장난, 놀아야 한다며 훈계하는 태도 등을 비판하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이어 야놀자는 ‘지금, 나를 위한 삶’이라는 캠페인과 TV광고를 선보였다. 이 시리즈는 유명인 모델이 등장하지 않고, 바쁘게 살아온 나와 가족을 위해 작은 쉼표를 찍어준다는 의미에서 여행을 다녀올 것을 조심스럽게 권한다. 편집 없이 바다나 캠핑장 같은 풍경 한 장면만 넓게 비춰준다. 그 중심에 나, 혹은 가족이 자리잡고 있으며, 차분한 나레이션과 자막으로 “좁은 방안에서 고민하기에는 너무나도 넓은 세상. 지금, 넓은 바다로 떠나보세요!”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야놀자의 '지금, 나를 위한 삶 - 가족여행'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현실 인정하고, 가능한 여행 제안하기

 

욜로는 동경할 만한 라이프스타일이긴 하지만 다수 서민이 현실에서 공감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닫기라도 했는지, 야놀자의 해당 광고는 현실의 고단함을 먼저 인정(‘좁은 방안에서의 고민’)하고 나서 우회적으로 놀기를 권하는(‘나를 위한 삶’) 태도로 변했다.

 

겨울에는 ‘현실 공감’을 이어가며 경쾌함을 되살린 ‘잠깐 여행 좀 다녀올게요’ 캠페인을 벌였다. 연말에 남아있는 연차를 부담없이 소진하고자 하는 직장인의 고민, 스펙 쌓으며 알바하느라 추억 쌓을 여유가 없는 취준생의 고민에 공감하며 야놀자를 통한 ‘잠깐 여행’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로꼬와 그레이가 ‘욜로’ 철학을 강요했다면, 이후 캠페인은 자신을 위해 잠깐의 휴식과 여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할 것을 권한다.

 

이러한 공감을 내세운 야놀자 광고들은 차분한 분위기와 공감대로 여행 욕구를 자극한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이름에도 ‘놀자’라는 말이 들어갈 정도로 적극적이고 경쾌한 ‘야놀자’의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다시 연예인 모델을 내세운 이번 광고는 오로지 이미지와 자극적인 즐거움을 담아 브랜드 이름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데만 전념한다. 메시지 부족, 완성도 부족 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고, 젊은 여자 연예인을 이미지로만 소비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중독적인 노래, 경쾌한 리듬, 패러디 놀이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크게 기여한 광고라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여름 액티비티를 강조한 '초특가 야놀자 2' 편 광고. 1편과 동일한 콘셉트로 안무와 배경만 바꿨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업체 경쟁 심화에 "브랜드 각인만큼은 확실하게"

 

여름 성수기를 맞아 여행·레저·액티비티·숙박 등의 서비스 시장은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많은 업체가 난립하고 있고, 누구든 대목에는 반드시 실적을 올려야 할 상황이어서 업체별로 세부적인 프로모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여름 시즌에 앞서 야놀자가 복잡한 프로모션을 설명하고 어필하기보다 브랜드를 좀 더 확실하게 각인시키기로 한 광고 전략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광고의 중독성과 파급력을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초특가 야놀자’ 1편이 공개되기 전인 5월 25일 기준 국내 앱 장터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야놀자 앱은 구글플레이와 iOS 어느 쪽 순위에도 30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7월 13일 기준으로 iOS 무료 앱 순위 10위, 구글플래이 무료 앱 순위 17위에 올랐다. 업종별 1위 경쟁 앱인 ‘여기 어때’보다 높을 뿐 아니라, 모든 여행·레저·숙박 관련 앱 가운데 가장 높다. 심지어 음식 배달 O2O 부문 강자인 ‘배달의 민족’보다도 월등히 높다. iOS 기준 ‘야놀자’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무료 앱 중 게임이 아닌 앱은 카카오톡, 유튜브, 네이버뿐이다.

 

조세원 야놀자 마케팅총괄상무는 “여름을 맞아 청량하고 활기찬 이미지의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하고, 남녀노소 좋아할 만한 노래와 춤으로 놀고 싶을 때 누구나 야놀자를 떠올릴 수 있게끔 캠페인을 준비했다”며 “광고뿐 아니라 올 여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초특가 혜택과 풍성한 경품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국내 대표 여가 앱으로서의 인식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광고&기업 시리즈

 

㉝ 한화그룹 편: 새 광고 두 편에 심어진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사랑

㉜ 월드컵 편: "비장하지만 심심" 공식후원 KT vs. 절묘 모델 기용으로 "5G 선점" SK텔레콤

㉛ LG생활건강 편: 셀프디스 광고에 뒤통수 맞고도 광고주 웃는 사연

㉚ 삼성생명·미래에셋·AIA 편: ‘설명충’ 벗어나 스토리-순간포착 새 스타일

㉙ KEB하나은행, GC녹십자, 한국인삼공사 편: “시작은 미약, 결과는 창대” 올림픽 金광고는?

㉘ 기업 이미지광고 ②  한화, "착해야 광고도 뜬다" 입증한 '대통령의 어부바' 효과

㉗ 기업 이미지광고 ① 롯데, 반세기만의 절실한 이미지광고인데…"왜 이리 단조?"

㉖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③ 심플하지만 속깊게 전달한 대한항공 '쿨 광고'

㉕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② 치밀한 코카콜라 vs 완성도 아쉬운 노스페이스

㉔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① 포스코·아우디: 잘 찍은 공식파트너 광고 vs 너무 영리한 매복 광고

㉓ KT 대 SKT 완전 다른 5G 광고: 국민이냐 사람이냐

㉒ 케이뱅크·배스킨라빈스 편: 카리스마男 무너지니 탈(脫)권위 재미가 쏠쏠

㉑ LG유플러스 편: LGU+ 아이폰8 광고에 “물건사면 소외극복된다는 옛날방식 아쉽네

⑳ 보일러 ② 귀뚜라미·대성쎌틱 편: CM송 꽂아넣은 귀뚜라미 vs S라인만 보여준 대성쎌틱

⑲ 보일러 ①경동나비엔 편: 좋은 스토리·완성도와 친환경 콘셉트로 1위 굳히기

⑱ 대원제약 콜대원 편: 공들인 말장난에 제품 인지도 쑥쑥

⑰ 셀트리온·메디톡스 편: 그냥 달리기만 한 광고 vs 신화까지 터치한 참신

⑯ 삼성-애플-LG 편: 아이폰은 '팀킬', 노트8 보수적…웃는걸 보여줌과 웃게 만듬의 차이

⑮ 한국타이어 편: 뚜렷 메시지+세련 영상…그런데 왜 항상 똑같지?

⑭ G마켓 편: "광고주가 판단미스해도 김희철-설현은 하드캐리

⑬ 카카오페이 편: 첨단은 꼭 명랑해야 해? '쓴 아이콘' 이상민 내세운 잔재미로 "빅히트"

⑫ 롯데하이마트·삼성전자·LG전자 편: 찬 바람은 당연…이제는 똑똑한 에어컨 강조

⑪ 하나투어 편: 현지 맛집이냐 한국서 간 맛이냐, 그게 문제로다

⑩ 알바천국 편: 기업 광고가 이렇게 정치적일 수 있다니

⑨ 하이트진로·오비맥주 편: 광고로 띄운 저가 전략, 알고보니 궁여지책?

⑧ 케이뱅크 편:  알바 20대 vs 쇼핑열광 20대 "어느게 현실?"

⑦ 위메프 편: '재밌지 않은' 정우성이 셀프디스 하는 재미

⑥ KCC 바닥재-창호 편: 딱 33자로 공감 일으킨 카피의 힘

⑤ XYZ포뮬러 편: 화장품 광고에 꽃미녀-미남 아닌 웬 식빵

④ 블랙야크 편: "아웃도어 광고, 꼭 야외서 해야 해?"

③ SKT '티뷰센스' 편: 상투 벗어났지만 속도감엔 아쉬움

② SK매직 편: 이질적 기업의 만남을 엮어낸 사운드 마술

① 현대카드 편: 스마트폰 덕에 ‘세로 세상’ 됐는데 왜 신용카드만 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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