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손들이 ‘동남아 주식’에 주목하는 이유

그곳에서 고도성장기 한국의 데자뷰가?

손정호 기자 기자 2018.08.13 10:10:10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시아가 주식시장의 ‘새로운 별’로 부상하고 있다. 이중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골든 아시아’로 불린다. 지난달 24일 NH투자증권은 여의도 본사에서 ‘동남아시아 주식 포럼’을 열었다. 사진 = 손정호 기자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증권업계에 동남아시아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흥국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동남아 현지에 직접 진출해 새로운 파이를 찾고 있으며, 이들 나라에 집중하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증권가가 이곳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동남아시아가 주식시장의 ‘새로운 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경제는 규모의 성장을 이뤘지만 평균 나이 40.6세로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 반면에 동남아는 평균 연령이 젊고 아직 개발 여지가 많다.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신남방정책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골든 아시아’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현지 기업 주식 거래와 상장(IPO)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을 위해 현지 주식 정보도 소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증시의 가능성을 국내 투자자들에게까지 연결시키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 의하면 미래에셋대우 인도네시아 법인은 2013년 홍콩법인의 출자로 문을 열었다. 인도네시아 증권사 중 처음으로 홈트레이딩(HTS)과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MTS)을 만들어 공략했다. 이에 힘입어 리테일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5위로 올라섰다. 투자은행(IB) 라이선스도 받아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인 NH코린도증권의 현지인 애널리스트 라폰. 사진 = 손정호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2월 현지 단빡증권 지분 75%를 인수했다. 단빡증권의 강점을 살리면서 한국형 HTS와 MTS 도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KIS인도네시아’로 새 출발을 했다.


NH투자증권은 2009년 현지 한인기업인 코린도그룹과 함께 NH코린도증권을 만들었다. 지난 6월 현지 박스포장 회사 스리와하나를 상장하는 등 IPO 업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6년 마킨다증권을 인수해 아이스크림 기업 캄피나를 상장했고, 키움증권은 2010년 현지 동서증권을 인수해 리테일 브로커리지에 힘을 쏟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달 24일 서울에서 개최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주식포럼’에서 NH코린도증권의 현지인인 라폰 애널리스트는 인도네시아의 가치에 대해 “2억6679만명이 살고 있는 세계 4위의 인구대국”이라며 “GDP 1조달러, 주식시장 시가총액 517조원으로 동남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부양해야 하는 노년층은 48.1%로 매년 낮아지고, 신생아는 600만명씩 증가해 오는 2040년까지 인구가 증가할 전망”이라며 “밀레니엄 세대는 인터넷을 많이 사용해 소비도 왕성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GDP가 5%씩 상승하는 것에 비해 시총이 저평가돼 향후 시총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NH코린도증권 김종관 해외세일즈 총괄부장은 “오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아시안게임과 2019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인도네시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5년간 모든 업종의 증시 상황이 좋아서 전체 지수도 크게 상승했다는 것. 2014년 당선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국가 중장기 발전계획으로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해 부동산 기업 주가도 올랐다는 게 김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상반기 인도네시아 증시 하락세는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때문이 아니라고 봤다. 김 부장은 “최근 루피아화 가치가 하락해 외국인들의 매도가 많았다”며 “이달 말을 고점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이 둔화되면서 순매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외국인 투자한도 완화 


베트남에도 우리 증권사들이 많다. 미래에셋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모두 베트남에 상륙했다. 미래에셋대우 베트남 법인은 올해 6월 650억원 규모의 증자로 자본금을 1000억원으로 늘렸다. 주식 중개와 MTS 등 시스템을 개편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베트남 국유자산을 운용하는 베트남투자공사와 함께 2월 현지 운용사 틴팟을 인수했다.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달 24일 NH투자증권이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진행한 ‘동남아시아 주식 포럼’에는 투자자 200여명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NH투자증권은 여행용 ‘달러북’ 등을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다. 사진 = 손정호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베트남 증권업계 70위이던 EPS증권을 인수해 현지 10위로 성장시켰다. 지난달 24일 KIS베트남으로 새로 출범하면서 IB 업무에 공을 들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CBV증권을 인수해 2월 NHSV로 이름을 바꾸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KB증권은 마리타임증권을 인수해 1월 KBSV로 새롭게 출발했다. 신한금융투자 베트남 법인은 리테일 브로커리지와 IB 업무에 집중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김형래 애널리스트는 최근 동남아 주식포럼에서 “베트남 인구는 9500만명으로 가계소득이 빠르게 증가하지만 물가가 낮아서 내수소비가 많다”며 “외국인 지분 보유한도 완화와 국유자산 민영화를 진행 중이라서 앞으로 투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베트남도 상반기 증시가 하락세였지만 펀더멘탈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베트남의 GDP 성장률은 7.1%로, 산업생산지수 추이를 보면 여전히 확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상반기 증시 하락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화 가치 상승 등에 따른 글로벌 여파 속의 현상으로, 두 나라의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투자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이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 등락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변동성이 문제다. 선진국에 비해 증권시장 발달 수준이 낮고, 연구가 적은 점 등도 제약사항이다. 베트남은 관료 사회 특유의 폐쇄성도 극복해야 한다.


한편 NH투자증권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개최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주식포럼’에는 투자자 200여명이 모여 요즘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기를 나타냈다. 이들은 2시간 동안 진행된 포럼 내내 애널리스트들의 설명에 귀를 모았다. 회사 측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1달러짜리 10장으로 만든 여행용 ‘달러북’과 던킨도너츠를 선물로 나눠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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