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물건들을 채집한 엄아롱 작가의 풍경

성북예술가압장서 ‘위안의 시간’ 개인전

김금영 기자 2018.08.14 15:00:00

엄아롱 작가의 개인전 ‘위안의 시간’ 포스터.

버려진 물건들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진풍경을 이뤘다. 성북문화재단 성북도원에서 기획한 융복합창작캠프 ‘피치피치파티’의 연계전시로 엄아롱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위안의 시간(Time of Comfort)’이 9월 2일까지 성북예술가압장에서 열린다.

 

엄아롱은 도시의 한편, 섬과 숲, 그리고 바다에서 채집을 한다. 곳곳에서 수집한 물건들은 개별 장소에 대한 작가의 ‘읽기’와 ‘다시 쓰기’ 과정을 거쳐 작품이 된다. 버려지거나 쓸모를 다한 오브제를 업사이클링한 과정을 거친 작가의 작품은 그의 개인적 감정과 더불어 물건을 수집한 장소까지 연동되며 채집된 풍경을 보여준다.

 

안성은 성북문화재단 성북도원 큐레이터는 “작가는 현시대가 제공하는 편리함이 아닌, 개인에게 꼭 맞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장소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이런 생각은 작가는 물론, 관객 역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며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가상의 ‘공원’을 형성했다”고 밝혔다.

 

작가에게 휴식과 위안이 됐던 초록빛이 가득한 순간들, 바람의 흔들림 등 수많은 기억들이 여러 작품들과 함께 전시된다. 작가가 택한 오브제는 그의 기저에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종의 매개체로서 쌓아 올려 있거나, 나열돼 있는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일회성, 혹은 소수의 전시 이후 작품이 휘발돼 버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작품들이 공원에 배치되는 과정을 통해 작품마다 의미가 재발견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작가가 설정한 채집의 공원에서는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동물은 물론, 여러 형태의 식물들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그의 작업에서 자라난 식물에는 뿌리가 없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안성은 큐레이터는 “식물에서 뿌리를 대신하는 것은 작가가 수집해 재배열하거나 구매한 개별의 오브제다. 의자, 테이블, 플라스틱 상자와 이동형 거치대까지, 뿌리내리지 않은 식물들은 작가가 택한 사물을 뿌리 삼아 땅을 딛고 서 있거나, 채집한 식물의 기억을 담은 오래된 모니터, 그리고 낱장의 필름을 넘기며 식물의 모습을 투사하는 영사기를 통해 빛을 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지된 시간 속 움직임을 가진 식물들은 관객의 개입에 의해 선택되고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공원에 투영된 작가의 사적 기억이 관객의 개별적 경험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제공하며, 쉼의 공간이 되게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관객 참여의 일환으로, 전시 기간 중 성북동 일대를 투어하며 작가와 관객이 함께 식물을 채집하고 재배열의 과정을 거쳐 전시되는 방식을 통해 ‘위안의 시간’을 완성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시 기간 중 연계 현장 투어 ‘히든 파크 찾기’가 8월 21일, 9월 1일 진행된다. 이야기와 사물을 수집, 재배열하는 작업을 통해서 전시를 구성하며 관객과 함께 성북동의 곳곳을 탐색하는 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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