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업계 사관학교’ 수식어, 칭찬일까? 조롱일까?

정의식 기자 2018.08.27 17:51:19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올 것이 온 것일뿐.”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의 거친 욕설 녹음이 공개되자 제약·바이오업계가 내놓은 반응이다. 윤 회장의 상습 폭언이 새삼스럽지 않고,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또 하나 거론되는 건 “역시 제약업계 사관학교”라는 반응이다.

 

오래전부터 대웅제약은 ‘제약업계 사관학교’라 불려왔다. 이 회사 출신 인사들이 제약업계 곳곳에 많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의 핵심 부서로 꼽히는 ‘영업’은 물론이고, 언론과 대중을 상대하는 ‘홍보’ 부문까지 대웅제약 출신 인사를 찾기란 무척 쉽다.

 

업계가 평가하는 대웅제약 출신 인사들의 특징은 ‘전문성은 물론 업무 능력과 끈기까지 갖춘 검증된 인재’다. 얼핏 들으면 대웅제약의 체계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을 찬양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말은 비아냥이다. 

 

인재를 키우는 데만 급급하지만, 마음을 잡지 못하므로 결국 경쟁 업체에 빼앗기고, 그럼에도 반성없이 새로운 인재를 채용해 교육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는 악순환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대웅제약의 높은 이직률은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한 대웅제약 출신 홍보맨은 “전임자가 1년을 못버티고 그만둔 자리에 제가 갔고, 저 역시 불과 몇 달만에 이직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선배들이 ‘홍보인의 무덤’이라며 말릴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결국 멘탈에 금만 갔다”고 대웅제약 근무 시절을 회상했다. 

 

‘검사 출신의 오너 2세 회장’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과 그에 기반한 폭언이 대웅제약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다치게 했을지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수많은 부하 직원들에게 ‘미친 X’. ‘정신병자’라는 욕설을 퍼부었지만, 정작 정신과 상담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그 자신이 아니었을까? 

 

또 하나. 대웅제약 외에도 국내에는 업계마다 이런저런 명목의 ‘사관학교’ 기업이 제법 많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긍정적인 의미로 업계에 회자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웅제약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사관학교라 불리는 회사의 경영자들은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 회사의 최우선 가치는 ‘직원 만족, 직원의 행복’이다. 고객 존중은 두 번째 가치다.” 스타벅스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경영자 하워드 슐츠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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