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스마트폰 렌즈 많으면 좋나?…LG V40 vs 갤럭시 A9 '렌즈 경쟁’

기능 좋아지지만 디자인 매력 감소‧가격 상승은 단점

김수식 기자 2018.10.17 12:03:25

위는 LG전자 V40 ThinQ, 아래는 삼성전자 갤럭시 A9. (사진 = LG전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눈’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렌즈 개수를 더한 ‘신상’ 스마트폰을 연달아 내놓으며, 렌즈 숫자 전쟁이 불붙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앞뒤 2개의 렌즈면 충분했었지만 이제는 트리플(3개), 쿼드(4개)에 이어 펜타(5개) 렌즈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렌즈 숫자 경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그로 인한 강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최근 LG전자가 한국과 미국에 거주하는 만 20~44세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87%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음성 통화 기능을 선택한 사람은 81.6%에 그쳤다. 스마트폰 고유 기능인 음성 통화보다 카메라 기능 사용이 더 많다는 결과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카메라 기능으로 차별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렌즈 개수를 늘리는 작전이 대표적이다.

 

LG전자 V40 ThinQ가 "장군" 먹이자 삼성전자 갤럭시 A9도 "멍군"

 

선공은 LG전자가 했다. LG전자는 10월 4일 5개 렌즈를 장착한 ‘V40 ThinQ’을 선보였다. V40 ThinQ는 앞면에 2개, 뒷면에 3개 총 5개의 렌즈를 달았다. 뒷면에는 표준(1200만 화소), 초광각(1600만 화소), 망원(1200만 화소) 렌즈를, 앞면에는 표준(800만 화소), 광각(500만 화소) 렌즈를 탑재했다.

 

LG전자 V40 ThinQ 전면. (사진 = LG전자)

V40 ThinQ는 망원렌즈에 중점을 뒀다. 일반렌즈와 광각렌즈로 이뤄졌던 기존 G시리즈와 V시리즈의 듀얼카메라에 망원렌즈를 추가해 멀리 있는 물체도 선명하게 담을 수 있게 했다. 특히, 망원렌즈는 2배까지 가능한 광학줌 기능도 탑재했다.

 

삼성전자도 11일 뒷면에만 4개의 렌즈를 탑재한 ‘갤럭시 A9’을 공개했다. 갤럭시 A9은 뒷면에 4개, 앞면에 1개 렌즈를 장착했다. 뒷면에는 표준(2400만 화소), 망원(1000만 화소), 초광각(800만 화소), 심도(500만 화소) 렌즈가 좌상단에 세로로 자리했다. 앞면에는 표준 렌즈(2400만 화소) 1개만 탑재했다.

 

갤럭시 A9은 심도렌즈에 초점을 맞췄다. 심도렌즈는 인물을 부각하고 배경을 날리는 보케(Bokeh) 효과에 유용하다. 원하는 대상은 또렷하게, 반대로 주변 배경은 흐릿하게 표현하는 기법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A9 전면. (사진 = 삼성전자)

두 제품 모두 어두운 곳에서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어내지만 그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V40 ThinQ는 일반렌즈의 조리개 값이 스마트폰 중 가장 낮은 수준인 F1.5를 구현해 보다 많은 빛을 받아들여 어두운 곳에서도 깨끗한 사진을 찍는다. 갤럭시 A9은 저조도 환경에서 카메라 4개의 픽셀을 하나로 합쳐서 더 많은 빛을 흡수함으로써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도록 한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세대 겨냥한 스마트폰 기능

 

카메라 하드웨어 개선에 맞춰 각사별 특화 소프트웨어도 주목받는다.

 

V40 ThinQ는 선택한 부분만 움직이는 사진으로 만들 수 있는 ‘매직 포토’, 사진관처럼 조명을 비추는 효과를 내는 ‘3D 조명 효과’,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추천한 컬러로 화장 효과를 내는 ‘메이크업 프로’, 나만의 아바타로 이모티콘처럼 만들어주는 ‘마이 아바타’와 ‘AR 이모지’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갤럭시 A9은 사용자가 촬영 전후로 자유자재로 보케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라이브 포커스’, 인공지능 기반의 ‘인텔리전트 카메라’를 탑재했다. 인텔리전트 카메라는 인물, 풍경, 음식 등 촬영 장면을 자동으로 인식해 최적의 색감을 연출한다. 또 인물의 좌우 혹은 전면에 조명 효과를 줄 수 있는 ‘프로 라이팅’ 기능도 지원한다.

 

스마트폰이 이러한 기능을 탑재한 이유는 분명하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세대에 대한 겨냥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 황정환 부사장과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은 자사의 스마트폰을 소개하며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세대를 의식하는 발언을 각각 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 황정환 부사장. (사진 = LG전자)

황정환 부사장은 “탁월한 플랫폼에 차별화된 카메라를 탑재해 수준 높은 콘텐츠를 재미있게 만들고 쉽게 공유하는 새로운 스마트 라이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동진 사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세대를 위해 최고의 카메라를 갖춘 A시리즈를 소개한다. 세계 최초 후면 쿼드 카메라와 인텔리전트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A9은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순간을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성능은 합격, 디자인과 가격은 글쎄

 

그렇다면 스마트폰에 렌즈 개수가 늘어나면 정말 좋을까? 카메라 성능만을 생각한다면 대답은 ‘Yes’다. 특히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세대에게 상황에 맞는 성능의 렌즈를 선택해 마음에 드는 사진 촬영을 한다는 건 확실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단, 고려해볼 사항은 있다. 먼저 디자인이다. 스마트폰 뒷면이 카메라 눈으로만 가득 채워지면서 디자인 매력은 감소했다는 평이 많다. 제조사들은 몇 개의 렌즈가 스마트폰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 렌즈 개수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스마트폰 가격도 오른다. 소비자 입장에서 마냥 환영할 일만은 아니다.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 (사진 = 삼성전자)

국내 기업들이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 개발이 아닌 카메라 개수만 늘리는 편법으로 손쉽게 카메라 성능을 올리려 한다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IT 블로거 J씨는 “애플의 아이폰XS, 구글의 픽셀 등은 듀얼 렌즈로 충분한 화질의 사진 촬영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두 회사가 풍부한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반면, 렌즈 개수 늘리기 경쟁은 중국과 한국 기업들만 참여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