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사진집이 지니는 가치

더레퍼런스, 케이스 퍼블리싱 발간 20권 사진집 주제 전시

김금영 기자 2018.10.22 11:48:29

안준, ‘원 라이프(One Life) #014’. HDR 울트라크롬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10 x 138cm. 2015.

더레퍼런스는 2015년에 설립한 일본의 아트북 전문 출판사 케이스 퍼블리싱이 발행한 20권의 사진집을 사례로 사진집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전시 ‘인 프린트, 아웃 오브 프린트(IN PRINT, OUT OF PRINT): 표현으로서의 사진집에 관하여’를 통해 종합적으로 선보인다.

 

책은 긴 역사 속에서 주어진 ‘정보 전달의 미디어’라는 역할 이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정보 전달의 수단이 인터넷과 전자서적 등으로 변환되고, SNS의 등장으로 정보는 무제한으로 확산된다. 물성을 지닌 책은 이제 체험을 동반한 독서를 통해 독자에게 정보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는 역할로 재조명되고 있다. 또 제작 부수에 따라 적절한 혹은 제한된 거리로 확산된다는 종이책의 특성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셀프 퍼블리싱이라는 개인 활동으로 파생되고 있다. 오늘날 시대에 적합한 책의 기능이 다각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것.

 

과거부터 사진집 출판은 사진작가에게 있어 중요한 작품발표의 수단이었지만, 대부분 원작의 복제품으로써 전시의 기록물이나 많은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도록으로 이용돼 왔다. 이제 책 자체가 새로운 표현이 될 가능성을 확인한 작가들은 조금씩 사진집을 ‘하나의 표현’으로써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시는 한국의 안준, 일본의 스즈키 리사쿠의 작품 및 색견본 프린트와, 이노우에 유스케, 오하시 에이지의 스페셜 에디션 작품집과 함께 사진집 제작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제본 샘플부터 인쇄 시 사용되는 알루미늄판인 인쇄판, 인쇄 색감 체크를 위한 교정쇄, 인쇄 최종 단계에서 이뤄지는 인쇄 감리 등 완성된 사진집에서는 보이지 않는 제작 현장의 산물부터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떠한 공정을 거쳐 ‘사진’이 ‘사진집’이 되는가를 보여준다.

 

더불어 전 세계적인 아트북 페어 개최와 포토북 어워드 설립, 독립출판사의 증가라는 국제적 흐름 속 오늘날의 ‘사진집이라는 표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시도로써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전시는 더레퍼런스에서 10월 27일~11월 25일 열린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북토크와 아티스트 토크가 10월 28일 진행된다. 북토크에는 케이스 퍼블리싱의 대표이사이자 디렉터인 오니시 히로시가 참여한다. 사진집 자체를 작품발표의 수단으로 여겨 수준 높게 만드는 일본의 출판문화의 특징 및 케이스 퍼블리싱의 지향점과 활동을 소개한다.

 

아티스트 토크엔 안준 작가가 참여한다. 안준은 더레퍼런스 포트폴리오 리뷰의 성과로 일본의 출판사 AKAAKA에서 ‘셀프-포트레잇’을, 케이스 퍼블리싱에서 ‘원 라이프’ 작품집을 출간한다. 사과를 던져 공중에 뜬 순간을 포착, 비현실적인 장면을 담아낸 ‘원 라이프’의 작업동기와 과정을 나눈다. 더불어 포트폴리오 리뷰에 참여하게 된 계기부터 완성된 사진집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작품집의 발간과 함께 선보이는 본 전시 ‘인 프린트, 아웃 오브 프린트(IN PRINT, OUT OF PRINT): 표현으로서의 사진집에 관하여’의 참여 과정에 대한 소감을 들어본다.

 

한편 케이스 퍼블리싱은 사진과 현대미술, 디자인 등의 출판 활동을 통해 아트북이 다양한 문화적 플랫폼이 되기를 지향하며 2015년 9월 설립됐다. 지금까지 일본의 미술관과 예술사진협회, 국내외 작가와 함께 책의 디자인과 미디어로서의 특징을 살린 ‘표현으로써의 아트북’을 발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도쿄와 로테르담에 오프라인 공간을 오픈, 예술 문화 플랫폼으로서 심포지엄과 강연, 워크숍 등을 통해 각 지역의 커뮤니티에 뿌리내린 문화의 교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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